“운동, 제발 최선 다하지 마세요”… 140만 명 울린 코치의 ‘운동 철학’

[이슈人터뷰]

이미지
애자일몽키 대표이자 나이키 스트렝스 코치인 김은서 코치./사진=김은서 코치 제공
"몇 키로 뛰세요?" "무게 얼마나 치세요?"

운동 열풍의 시대다. 사람들은 더 빨리 달리고 더 무거운 것을 들며 더 높은 기록을 세우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운동을 하다 다치는 사람도 함께 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또 다른 경쟁이 된 셈이다.

애자일몽키 대표이자 나이키 스트렝스 코치인 김은서 코치(39)는 사람들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오래 운동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최근 세바시 강연에서 "최선을 다해서 운동하지 말고, 삶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운동하라"는 메시지를 전해 14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그는 운동의 목적이 기록 경신이나 몸 만들기가 아닌, 삶을 지속하게 하는 체력을 만드는 데 있다고 말한다. 김 코치를 만나 진짜 '스트렝스(Strength, 힘)'의 의미를 들었다.

-운동 지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소질 있다는 말을 들어 용인대 유도학과에 진학했다. 유도는 보강 운동이 중요한 종목이라 웨이트트레이닝, 육상, 요가 등 다양한 운동을 접하며 시야를 넓혔다. 선배에게 배우고 후배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지도 경험도 자연스레 쌓였다. 이후 주변에서 체중 관리와 운동 상담 요청이 늘면서 소규모 지도를 시작했고, 이것이 직업으로 이어졌다. 석사 과정에서는 허리 통증과 근감소증, 보행 분석 등을 연구했다. 사람들의 목표와 고민에 맞춰 공부하고 코칭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

이미지
지난 1월 김은서 코치가 세바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캡처
-최근 세바시 강연에서 '건강한 운동 마인드'를 강조했는데,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나.
"운동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준비 없이 유행을 따라 시작했다가 다치는 사람도 많다. 러닝으로 무릎을 다치거나 고강도 운동으로 부상을 입는 경우를 자주 본다. 문제는 부상을 '열정'이나 '투혼'으로 포장하는 문화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면 그런 접근은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 된 분이 무릎 통증을 호소해 살펴보니 보폭이 지나치게 크고 속도도 빨랐다. 몸은 준비되지 않았는데 욕심이 앞선 것이다. 나 역시 대학 시절 힘으로만 운동했고, 스트레칭과 회복 훈련을 소홀히 하다 허리를 크게 다쳤다. 그 일을 계기로 운동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스트렝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흔히 스트렝스를 무거운 무게를 드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스트렝스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오래 앉아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힘, 퇴근 후 친구를 만날 수 있는 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다. 결국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그 힘은 무게를 드는데서만 오지 않는다. 몸의 균형이 잡히고 호흡이 만들어지고 마음의 여유가 삶에서 드러날 때, 그리고 그 여유가 다시 운동에 반영될 때 진짜 운동인이 되는 것이다."

-운동을 오래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기초 훈련이다. 특별한 비법은 없다. 많은 사람이 무거운 바벨을 드는 모습을 보고 바로 따라 하고 싶어 하지만 운동은 단계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몸을 이완하고, 기초 체력을 만든 뒤 저항 운동을 통해 힘을 키운다. 그다음에는 점프나 회전 같은 복합 움직임을 더해 난이도를 높여간다. 중요한 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도와 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이미지
김은서 코치는 운동을 오래 하기 위해 기초 훈련을 강조한다./사진=김은서 코치 제공
-일반인은 운동의 기초를 어떻게 쌓아야 하나.
"운동 전에 몸의 각 부위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플랭크를 하려면 손목과 복부, 엉덩이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유연성이 부족하면 근력보다 움직임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도 많다. 운동 전 관절 가동 범위를 확보하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처음엔 런지를 추천한다. 런지 하나로 호흡, 균형감각, 근력, 움직임 훈련까지 모두 할 수 있다. 맨몸으로 시작해 익숙해지면 덤벨이나 바벨을 활용하고, 이후 워킹 런지로 발전시키면 된다."

-초보자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습관 세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는 호흡 훈련이다. 박스 브리딩(Box Breathing)이라고 해서 '4초 들이마시기-4초 멈추기-4초 내쉬기-4초 멈추기'를 반복하는 방법이다. 자세 개선과 심폐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둘째는 런지다. 하루 50개 정도만 꾸준히 해도 하체 근력과 균형감각을 키울 수 있다. 셋째는 줄넘기다. 3분 운동, 1분 휴식을 세 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심폐 체력을 기르는 데 충분하다."

-'운동은 힘들어야 효과가 있다'는 인식도 많다.
"운동 효과와 고통은 비례하지 않는다. 런지를 하다가 근육 피로가 충분히 왔다면 거기서 멈춰도 된다. 더 한다고 효과가 비례해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운동은 하루보다 일주일 단위로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당 150~300분 정도면 충분하다. 오늘 쉬더라도 내일 다시 운동할 수 있다면 괜찮다.

실제로 오래 운동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오히려 조심성이 있다는 것이다. 몸 상태를 살피고 자기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운동한다. 반대로 빨리 결과를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일수록 다치는 경우가 많다."

-운동 성과는 언제쯤 나타나나.
"사람마다 다르지만, 기초부터 꾸준히 쌓으면 생각보다 빨리 성과가 온다. 운동 경험이 거의 없던 60대 여성 회원과 지난해 말부터 근력 운동과 기초 훈련을 시작했다. 달리기는 3~4개월 동안 하지 않고 균형 감각과 기본 체력을 먼저 길렀다. 이후 야외 러닝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8km를 무리 없이 달린다. 곧 트레일 러닝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운동 성과에 나이보다 중요한 건 운동을 하려는 이유다. 건강을 위해서든,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든 이유는 무엇이든 좋다. 다만 이유가 분명해야 하고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낮게 시작해야 한다. 운동도 결국 분수대로 해야 오래 갈 수 있다."

-기억에 남는 변화 사례가 있나.
"철인3종경기를 오래 해온 분이 있었다. 수영과 자전거,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몸이 굳어 있었고 자세도 많이 무너진 상태였다. 기초 훈련과 움직임 교정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자세가 좋아졌고, 유연성도 크게 향상됐다. 무엇보다 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빨리 하려는 습관 대신 천천히 몸을 느끼는 법을 배우게 됐다."

-코치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회원들이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고 행복해할 때 기분이 좋다. 손이 바닥에 닿지 않던 사람이 닿게 되고, 평생 달릴 수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8km를 달리게 된다. 그런 변화를 스스로 경험하면서 자신감이 생기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

-운동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몸 만들기나 기록 경신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이다. 체력이 있으면 공부도 시작할 수 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꿈을 향해 움직일 수도 있다. 결국 체력은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사람들이 '건강한 사람'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다양한 이미지 중 하나가 되고 싶다. 지금은 건강하면 근육이 크고 강한 사람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강에도 여러 모습이 있다. 호랑이처럼 강할 수도 있고, 가젤처럼 민첩할 수도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건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미지
김은서 코치./사진=신소영 기자
-마지막으로, 운동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의 속도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러닝을 하다 보면 옆 사람이 더 빨리 달리는 게 보이지만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남의 페이스가 아니라 내 페이스다. 운동은 평생 하는 것이고 경쟁이 아니라 즐거움이어야 한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시작해 기초를 쌓고 꾸준히 하면 결국 원하는 곳에 도달하게 된다.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 가장 좋은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