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초가공식품이라도, 많이 먹을수록 몸에 좋지 않은 건 당연하다. 그 ‘얼마나 많이 먹느냐’의 차이를 만드는 숨은 요인은 음식의 질감 그리고 그 질감이 만들어내는 먹는 속도 차이다.
학술지 ‘미국 임상영양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인지 아닌지의 여부보다 ‘얼마나 빨리 먹게 되는 질감’인지가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가르는 핵심 요인일 수 있다.
학술지 ‘미국 임상영양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인지 아닌지의 여부보다 ‘얼마나 빨리 먹게 되는 질감’인지가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가르는 핵심 요인일 수 있다.
이 연구는 20~40대의 건강한 성인 4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모두 평소 식욕이 정상이고,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서로 다른 초가공식품 식단을 각각 2주씩 진행했다. 한 그룹은 질감이 단단하고 씹는 시간이 길어 느리게 먹게 되는 식단이었고, 다른 한 그룹은 질감이 부드럽고 입 안에서 쉽게 분해돼 빨리 먹게 되는 식단이었다. 두 가지 식단 모두 하루 섭취 열량, 한 끼 제공량, 메뉴 종류, 시각적 부피, 맛 등 모든 면에서 비슷하도록 설계됐다.
연구 결과, 많이 씹어야 해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식단을 적용한 그룹은 하루 약 2300kcal를 섭취했다. 반면 식감이 부드러워 빨리 먹게 되는 식단을 적용한 그룹은 하루 약 2600kcal 넘게 섭취했다. 하루 평균 약 300~400kcal 정도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2주라는 짧은 기간 탓에 체중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느리게 먹게 되는 식단에서는 체지방량이 평균 0.4kg 정도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배부름이나 식단 만족도 등에서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빨리 먹으면 위가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많은 음식을 밀어 넣게 된다. 다만 이런 행동이 개인의 성향 외에 음식의 질감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게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이다. 부드럽고 쉽게 뭉개지는 식감, 입 안에서 거의 씹지 않고도 삼킬 수 있는 음식 형태일수록 먹는 속도가 빨라지고, 결과적으로 하루에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초가공식품을 아예 안 먹는 건 어렵기 때문에 질감과 먹는 속도를 바꿔 칼로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부드러운 것만 찾지 말고, 일부러 씹어야 하는 식품을 섞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흰 식빵·부드러운 케이크 대신 견과류나 씨앗, 통곡물이 들어간 빵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초가공식품을 먹더라도 스스로 속도 제한을 거는 습관이 필요하다. 한 입 크기를 줄이고, 한 입에 최소 10번 이상 씹고 삼키도록 의식적으로 연습해보자. TV·휴대폰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먹는 시간을 줄이고, 음식의 식감과 향을 느끼면 먹는 속도가 느려지고, 포만감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