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희귀병을 앓는 사람들] <10>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문예영(21) 씨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삶을 ‘외딴 섬’에 비유하곤 합니다. 분명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자신들만 외따로이 떨어져 고립된듯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그들의 삶은 절해고도(絕海孤島)에 갇힌 것처럼 외롭고 힘겹습니다. 누구보다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문제를 환자와 가족들이 온전히 짊어지고 있습니다. 간혹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를 위한 희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고립]이 그들의 아프고 쓸쓸한 투병기를 전합니다.
◇질환 정보 전무하던 시절 진단… “딸이 죽는 건가 싶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척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퇴행·소실되는 신경근육질환의 일종이다. 근육이 점차 약화·위축되는 희귀질환으로, 증상 발현 시기는 유형(1~4형)에 따라 다르다.
종민 씨의 딸 예영(21) 씨의 경우 돌 무렵부터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종민 씨는 “10개월쯤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영이가 둘째인데, 첫째에 비해 행동이 느리고 잘 걷지도 않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급한 마음에 이 병원 저 병원 찾아가봤지만, 돌아오는 건 “또래에 비해 느린 아이도 있으니 호들갑 떨지 말라”는 핀잔뿐이었다. 이후로도 한동안 진단 방랑을 겪던 종민 씨 부부와 딸 예영 씨는 한 대학병원 교수로부터 유전자 검사를 권유 받았다. 그 검사에서 처음 척수성근위축증 진단을 받게 됐다.
당시(2000년대 초)는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는커녕, 질환에 대한 정보조차 찾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종민 씨는 “첫 진단 때 근육병이고 아직 치료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머릿속에 ‘우리 아이가 죽는 건가’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10년 동안 매일 같이 재활… 악화 속도 늦춰
척수성근위축증은 척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퇴행·소실되는 신경근육질환의 일종이다. 근육이 점차 약화·위축되는 희귀질환으로, 증상 발현 시기는 유형(1~4형)에 따라 다르다.
종민 씨의 딸 예영(21) 씨의 경우 돌 무렵부터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종민 씨는 “10개월쯤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영이가 둘째인데, 첫째에 비해 행동이 느리고 잘 걷지도 않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급한 마음에 이 병원 저 병원 찾아가봤지만, 돌아오는 건 “또래에 비해 느린 아이도 있으니 호들갑 떨지 말라”는 핀잔뿐이었다. 이후로도 한동안 진단 방랑을 겪던 종민 씨 부부와 딸 예영 씨는 한 대학병원 교수로부터 유전자 검사를 권유 받았다. 그 검사에서 처음 척수성근위축증 진단을 받게 됐다.
당시(2000년대 초)는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는커녕, 질환에 대한 정보조차 찾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종민 씨는 “첫 진단 때 근육병이고 아직 치료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머릿속에 ‘우리 아이가 죽는 건가’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10년 동안 매일 같이 재활… 악화 속도 늦춰
그렇다고 해도 주저앉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부모가 좌절하는 와중에도 아이의 상태는 하루하루 악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척수성근위축증의 경우, 당시 희귀질환으로는 드물게 원인을 명확히 알았고 치료제 또한 연구·개발 중인 상태였다. 종민 씨 가족 입장에서는 치료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의료진으로부터 ‘현재 정복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희귀병 중 하나가 이 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느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 중이니 희망을 갖고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종민 씨 부부는 아픈 딸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재활 치료’였다. 종민 씨는 “‘학교는 빠져도 운동은 못 빠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재활에 임했다”며 “예영이가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거의 10년 동안 1년 365일 중 5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일 함께 재활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고 했다.
그 덕분일까, 주치의마저 놀랄 정도로 근육이 약화·위축되는 속도가 더뎌졌다. 다른 환우들이 예영 씨를 보고는 ‘예후가 너무 좋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종민 씨는 “아이 엄마가 온힘을 다해 재활치료를 시킨 결과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수중재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물속에서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도 비교적 몸을 많이 움직이고 운동량 또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영 씨 역시 20년 가까이 수중재활을 이어오고 있다. 종민 씨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은 호흡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데, 예영이는 수중재활 덕분에 7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종민 씨 부부는 아픈 딸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재활 치료’였다. 종민 씨는 “‘학교는 빠져도 운동은 못 빠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재활에 임했다”며 “예영이가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거의 10년 동안 1년 365일 중 5일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일 함께 재활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고 했다.
그 덕분일까, 주치의마저 놀랄 정도로 근육이 약화·위축되는 속도가 더뎌졌다. 다른 환우들이 예영 씨를 보고는 ‘예후가 너무 좋다’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종민 씨는 “아이 엄마가 온힘을 다해 재활치료를 시킨 결과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수중재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물속에서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도 비교적 몸을 많이 움직이고 운동량 또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영 씨 역시 20년 가까이 수중재활을 이어오고 있다. 종민 씨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은 호흡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데, 예영이는 수중재활 덕분에 70~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치료제 등장했지만… “운동평가 탈락할까 매번 맘 졸여”
2017년은 종민 씨를 비롯한 국내 척수성근위축증 환자·가족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해였다. 그해 말 최초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가 우리나라에서도 허가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증상 조절용 약제 외에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도 처음으로 ‘치료’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예영 씨 역시 스핀라자가 급여 적용을 받기 시작한 2019년쯤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척수성근위축증 치료 분야에는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와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 ‘에브리스디’가 연이어 등장했다. 다만, 이들 약 모두 투여 비용이 비급여 기준 회당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인만큼 급여 적용 기준이 까다롭다.
올해 3월 급여 기준이 변경되면서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 간 교체 투여가 가능해졌지만, 그전까지는 한 번 약을 바꾸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환자 상태로 인해 약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다시 약을 바꿀 수 없었다. 약을 교체했다가 운동기능 평가에서 탈락하면 기존 약으로 돌아가는 것도, 바꾼 약을 계속 쓰는 것도 불가능했다. 상황이 이랬다 보니, 예영 씨를 비롯한 많은 환자들이 여러 치료 선택지가 있음에도 쉽사리 약을 교체하지 못했다.
2017년은 종민 씨를 비롯한 국내 척수성근위축증 환자·가족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해였다. 그해 말 최초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가 우리나라에서도 허가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증상 조절용 약제 외에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도 처음으로 ‘치료’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예영 씨 역시 스핀라자가 급여 적용을 받기 시작한 2019년쯤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척수성근위축증 치료 분야에는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와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 ‘에브리스디’가 연이어 등장했다. 다만, 이들 약 모두 투여 비용이 비급여 기준 회당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인만큼 급여 적용 기준이 까다롭다.
올해 3월 급여 기준이 변경되면서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 간 교체 투여가 가능해졌지만, 그전까지는 한 번 약을 바꾸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환자 상태로 인해 약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다시 약을 바꿀 수 없었다. 약을 교체했다가 운동기능 평가에서 탈락하면 기존 약으로 돌아가는 것도, 바꾼 약을 계속 쓰는 것도 불가능했다. 상황이 이랬다 보니, 예영 씨를 비롯한 많은 환자들이 여러 치료 선택지가 있음에도 쉽사리 약을 교체하지 못했다.
급여 적용을 위해 4개월마다 받아야 하는 운동 기능 평가 역시 환자와 가족들 입장에서는 큰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변수가 생겨 점수가 깎일 경우 수억·수십억원의 비용을 온전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예영 씨 또한 척수성근위축증 진행에 따른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2023년 1월 수술을 받고, 같은 해 10월 불의의 교통사고까지 당하며 운동기능이 급격히 저하됐다. 이로 인해 다음 평가에서 탈락했다. 수술로 척추를 고정했기 때문에 일부 평가 항목은 수행 자체가 어려워 담당의 소견서까지 제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불승인’이었다. 이후 이의 신청과 심판청구(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결정 불복 후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재결 요청) 등을 거쳐 간신히 다시 약을 쓸 수 있게 됐지만, 탈락 후 치료를 받지 못했던 수개월 동안은 예영 씨의 운동 기능이 나빠지는 것 지켜봐야만 했다.
종민 씨는 “매번 평가를 받을 때마다 두렵다”며 “정부에서 정해놓은 급여 총액이 있고, 이를 넘어서면 위험분담제에 의해 제약사가 청구 금액의 일부를 분담하는데, 왜 평가를 통해 탈락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을 쓸지 말지 결정할 권한을 의료진에게 일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예영 씨 또한 척수성근위축증 진행에 따른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2023년 1월 수술을 받고, 같은 해 10월 불의의 교통사고까지 당하며 운동기능이 급격히 저하됐다. 이로 인해 다음 평가에서 탈락했다. 수술로 척추를 고정했기 때문에 일부 평가 항목은 수행 자체가 어려워 담당의 소견서까지 제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불승인’이었다. 이후 이의 신청과 심판청구(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결정 불복 후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재결 요청) 등을 거쳐 간신히 다시 약을 쓸 수 있게 됐지만, 탈락 후 치료를 받지 못했던 수개월 동안은 예영 씨의 운동 기능이 나빠지는 것 지켜봐야만 했다.
종민 씨는 “매번 평가를 받을 때마다 두렵다”며 “정부에서 정해놓은 급여 총액이 있고, 이를 넘어서면 위험분담제에 의해 제약사가 청구 금액의 일부를 분담하는데, 왜 평가를 통해 탈락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을 쓸지 말지 결정할 권한을 의료진에게 일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열린 마음으로 환자들 바라봐주길”
현재 종민 씨는 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스핀라자가 국내에 들어올 때쯤 환우회가 만들어졌고, 그때부터 쭉 회장직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예영 씨의 아버지이자 환우회 회장으로서 돌봄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보호자들은 한 명이 옆에서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맞벌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족 돌봄 기준을 완화하거나 활동보조인을 구해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종민 씨는 우리 사회가 보다 포용적으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을 바라봐줄 것을 당부했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1억원짜리, 10억원짜리 약 쓰는 애들을 왜 살리냐’고 하고, ‘감기 환자나 더 지원하지 왜 저런 애들을 치료하냐’고 이야기한다. 환자와 가족들도 국민들이 내는 건보료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정말 감사해하고 있다. 다만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
현재 종민 씨는 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스핀라자가 국내에 들어올 때쯤 환우회가 만들어졌고, 그때부터 쭉 회장직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예영 씨의 아버지이자 환우회 회장으로서 돌봄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보호자들은 한 명이 옆에서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맞벌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족 돌봄 기준을 완화하거나 활동보조인을 구해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끝으로 종민 씨는 우리 사회가 보다 포용적으로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을 바라봐줄 것을 당부했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1억원짜리, 10억원짜리 약 쓰는 애들을 왜 살리냐’고 하고, ‘감기 환자나 더 지원하지 왜 저런 애들을 치료하냐’고 이야기한다. 환자와 가족들도 국민들이 내는 건보료로 치료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정말 감사해하고 있다. 다만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
◇<의료진 인터뷰>
“재활, 환자 상태에 큰 영향… 치료제 쓴다고 소홀하면 안 돼”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은 하나같이 재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한들, 재활에 소홀하면 기대만큼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적극적인 재활 여부에 따라 환자 상태가 달라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안나 교수는 “환자가 약을 쓰고 열심히 재활하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를 전부 약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활이 가져다주는 효과도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재활, 환자 상태에 큰 영향… 치료제 쓴다고 소홀하면 안 돼”
-척수성근위축증 유형별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백업 유전자인 SMN2 때문이다. 우리 몸의 5번 염색체에는 SMN1과 SMN2라는 두 유전자가 있다. 이 중 SMN2는 정상 단백질을 잘 만들지 못하고 만들어져도 쉽게 분해된다. 원래는 SMN1이 정상 단백질을 충분히 만들어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는 SMN1의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에 SMN2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SMN2 카피 수(복제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단백질을 만들 수 있어 증상이 약하게 나타난다. 카피 수가 2개면 1형인 경우가 많고, 3개나 4개면 2·3·4형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SMN2 카피 수만으로 예후를 100%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몸에 약 2만개의 유전자가 있고, 다른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 요인도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SMN2 카피 수가 매우 중요한 예후 인자인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희귀질환으로는 드물게 사용 가능한 치료제들이 있는데?
“모두 유전자 치료 개념의 약이다. 원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척수성근위축증 환자에게 없는 SMN1 자체를 넣어주는 방법이다. DNA를 아예 대체해주는 방식으로, 졸겐스마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상 유전자를 아데노바이러스 안에 넣어 몸에 투여하면, 그 안에서 정상 단백질을 계속 만들어낸다. 정맥주사를 한 번만 맞으면 된다. 다만, 대상 연령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가격도 비싸다. 연령대가 확대되지 않은 이유는 비용효과성 문제도 있고, 면역계통 부작용 문제도 있다. 특히 나이가 많아질수록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아데노바이러스 항체가 있는 사람도 맞을 수 없다.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의 경우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둘 다 일정 간격으로 유지 치료가 필요하고, SMN 단백질 생산을 늘려준다. 다만, 사용하는 물질과 투여 방식이 다르다. 스핀라자는 척수에 직접 약을 넣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목표 부위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먼저 개발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에브리스디는 먹는 약으로, 위장관을 통해 흡수돼 뇌까지 전달될 수 있다.”
-약효는 어떤가?
“약을 투여한다고 해서 떨어진 근육 기능을 완전히 회복할 수는 없다. 이 약들을 사용하는 목적은 병이 진행되는 속도, 즉 근육의 힘이 떨어지는 속도를 멈추거나 늦추기 위함이다. 쉽게 설명하면 평균적으로 1형이 2형처럼 되고, 2형이 3형처럼 되며, 3형은 3형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약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투여 시기, 재활치료, 중증 여부, 약물 반응 등 여러 가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투여 시기다. 빨리 투여할수록 효과가 좋다. 신생아 선별검사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신생아 선별검사 시행률이 99% 정도에 이르고, 유럽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만 역시 거의 100% 시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공식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치료제 사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데?
“여러 고가 약제들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제한된 재원 안에서 고가 약제를 지원하려면 기준을 만들 수밖에 없고 사회경제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희귀질환의 경우 효율성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분야기도 하다. 구조적 문제 또한 얽혀있다. 현재 국내 행정기관에는 희귀질환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매우 부족하다. 여러 약제를 심사하다보면 해당 분야 전공이 아닌 사람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항암제를 사용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1년에 2억원씩 들여서 누워 있는 사람이 앉게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반대로 희귀질환을 보는 의사 입장에서 보면, 항암제는 대체제가 있지만 희귀질환 치료제는 대체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척수성근위축증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누워서 지내는 것과 앉을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결국 이러한 간극을 줄이고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리 체계나 인프라에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끝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척수성근위축증은 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장애가 남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치료제를 사용하며 재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상태가 좋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약을 쓰든 안 쓰든 환자들은 꾸준히 재활에 임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상황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 지원이나 재활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다. 삶의 질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조금 큰 편이다. 환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재활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 척수성근위축증
척수 운동신경세포의 점진적인 퇴행과 소실로 인해 근육이 점차 약화되고 위축되는 희귀질환.
신경근육질환의 일종으로, SMN1이라는 원인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1형은 증상이 매우 위중하며 생후 6개월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다. 2형은 6~18개월, 3형은 18개월 이후에 증상이 처음 시작된다. 4형은 성인기에 발병한다. 근육 힘이 떨어져서 몸을 못 가누거나 호흡 근육이 약화돼 숨 쉬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