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살 빼라’ 말하기 미안했다”… ‘식욕과의 전쟁’ 끝낸 의사, 비법은?

[이렇게 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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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천대영 교수​. 왼쪽은 위고비 사용 전, 오른쪽은 위고비 사용 후 모습이다. / 사진=천대영 교수 제공
살을 빼는 방법을 몰라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비만 환자 중에선 노력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다시 폭식한 뒤 후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천대영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차례 체중 감량에 도전했지만 원망스럽게도 체중계 바늘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GLP-1 치료제를 만나, 반년만에 옷태가 달라질 만큼 체중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천대영 교수는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다이어트의 기본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GLP-1은 그 출발선에 서는 과정을 한결 수월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당직을 서면서 배달 음식이나 야식을 자주 먹고, 운동할 시간이 부족해 체중이 급격히 불어났다. 건강검진을 해 보니 직전 해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던 간 수치와 혈압, 고지혈증이 모두 경계 단계로 올라와 있었다. 진료하면서 혈압과 고지혈증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정작 내 건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거다. 자다가 숨이 차 병원을 찾았다가 천식 진단을 받기도 했다. 천식의 경우 체중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걸 보고 이제 더 이상 다이어트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체중 감량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간헐적 단식이나 식사량을 줄이는 다이어트처럼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체중 조절 방법도 시도해 봤다. 하지만 2~3kg만 빠지고, 눈에 띄는 효과가 없었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으니 동기 부여가 안 됐다.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식욕을 제어하지 못하고, 다시 살이 찌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GLP-1 치료를 결심한 이유는?
“다이어트 때문에 한창 고민일 때 국내에 위고비가 들어왔다. 그간 다양한 비만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체중 감량을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입증한 사례는 없었다. 그런데 위고비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공식적인 임상 결과가 발표된 치료제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에게서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환자들에게 권유하기 전, 내가 먼저 사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투약을 결심했다.”

-투여 후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2025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간 투약 후, 체중이 88kg에서 71kg로 줄어들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음식 위주로 먹거나 운동을 병행하지는 않았다. 치료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줄어드는데, 그 자체가 식이요법이었던 것 같다. 체중 감량 후에는 건강검진을 통해 알 수 있는 건강 지표들이 대부분 개선됐다. 특히 지방간, 고지혈증, 혈압 수치가 모두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

-건강 지표 개선을 제외하고, 가장 만족스러웠던 변화를 꼽자면? 
“평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폭식하거나 입이 심심한 걸 못 참아서 간식을 자주 먹는 편이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병원에 상주하며 환자를 볼 일이 많았는데, 그 때는 야식도 많이 시켜 먹었다. 배달 음식 1인분이 적은 양이 아닌데도 남기기 아깝다는 생각에 다 먹곤 했다. 그런데 치료 후 식욕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회식 때 음식을 많이 못 먹으니 ‘위고비 테이블을 따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다. 야식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해도 한 두 입만 먹으면 포만감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야식이나 간식을 찾는 횟수도 줄었고, 식사량 조절도 수월해졌다.

사진으로 봤을 때 얼굴이나 체형이 달라졌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체형 때문에 옷장에 묵혀 뒀던 옷들을 입을 수 있다는 것도 만족스러웠다. 매일 헐렁한 옷만 입고 다니다가 옷 맵시가 나니 옷 입는 것이 즐거웠다. 유일하게 아이들만 살을 빼는 걸 아쉬워했다. 평소 배를 누르고 만지면서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는데, 살이 빠지니 ‘아빠 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라.”

-부작용은 없었나?
“위고비는 0.25mg부터 시작해 양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처음 투약할 때 0.25mg가 너무 적은 용량처럼 느껴져 0.5mg부터 시작했는데, 당일 회식 후 심한 구토를 경험했다. 자다가 일어나 구토한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만만하게 볼 약이 아니구나 싶어 이후 권장 용법대로 0.25mg부터 투약했다. 용량을 지키자 구토 증상이 사라졌다. 이후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다.”

-지금도 투약 중인가?
“작년 6월 이후로 중단한 상태다. 그 때가 여름이기도 했고, 체중 감량 폭이 워낙 크다 보니 체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생활 습관을 관리하면서 체중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1주 간격으로 맞던 주사를 10일 간격으로 늘리고, 이후 2주 간격으로 조절하면서 천천히 끊었다. 바쁘다 보니 뚜렷하게 생활 습관을 개선하지 못해 지금은 체중이 78kg로 약간 늘어난 상태다. 필요하다면 치료제를 다시 사용할 의향이 있다.”

-현재 생활 습관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나?
“야식을 먹는 습관이나 폭식하는 식습관이 거의 사라졌다. 돌이켜보면 배가 고프거나 영양이 부족해서 먹은 게 아니라 스트레스나 감정적인 이유로 과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속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먹어야 제대로 식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위고비 투약 후에는 그런 습관이 자연스레 줄어들었고, 지금은 그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사실 체중 관리에는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지금은 짬을 내 운동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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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영 교수는 GLP-1 치료가 생활 습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 사진=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비만과 심혈관·대사 질환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
“과거에는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수치, 흡연, 가족력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런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 심혈관 질환을 겪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려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그 결과 만성적인 저강도 염증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복부 비만과 내장 지방은 몸속에 낮은 수준의 염증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심혈관 질환, 더 나아가 신장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비만,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같은 질환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아 심혈관과 신장 질환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킨다고 본다. 미국심장협회에서는 심혈관-신장-대사 건강을 아우르는 CKM(Cardio-Kidney-Metabolic)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별적 치료보다는 포괄적 접근을 통한 질병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중 대사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비만인 만큼, 심혈관 건강과 신장 건강을 위해서는 체중을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순환기내과 전문의로서, GLP-1 비만 치료제는 어떤 이점이 있다고 보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이점이 확인된 바 있다. 이후 당뇨병은 없지만 과체중 또는 비만이 있고, 기존 심혈관 질환을 가진 환자에 위고비를 투여한 결과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심근경색·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이 약 20%까지 줄어든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 위험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현재 NICE(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에서도 이 치료 방식을 기존 심혈관 질환 환자의 질환 발생 예방을 위한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장기 사용에 대한 안전성 데이터도 축적되고 있다.”

-어떤 환자들에게 GLP-1 치료를 권하나?
“과거 GLP-1 치료로 효과를 봤지만 중단 후 체중이 다시 늘어난 환자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남아 있는지 확인한 뒤 치료를 고려한다. 심혈관 질환이 재발했음에도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등 기존 위험 인자로 원인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비만 환자도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약물을 처방한 의사와 상담을 통해 이상 반응은 없는지 주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좋다. 다만 비만이 아니고, 대사 증후군이 없는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위해 무분별하게 약물을 사용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약을 끊으면 요요 현상이 나타날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장기 지속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요요 현상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약물 투여를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보조한다는 점에선 큰 도움이 된다. 비만 환자들은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릎이나 고관절에 부담을 느껴 시작조차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폭식이나 과식하는 식습관을 고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치료제의 도움을 받아 체중을 어느 정도 줄이면 장기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치료제 투약 경험이 환자 진료에는 어떤 영향을 줬나?
“의사인데 내가 너무 체중이 많이 나가면 환자들에게 살 빼라고 말하기가 미안하다. 체중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체중 감량 후 환자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투약 경험이 있다 보니 약물에 대해 설명하기가 쉽다.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투약 과정에서 느꼈던 것이나 주의해야 할 점, 약물 사용의 효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 환자들의 치료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GLP-1 치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많이 해서 살을 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살을 빼는 건 쉽지 않다. 일단 먹는 양을 줄이는 것부터가 어렵다. GLP-1 치료를 하면 생활 습관 개선의 출발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의학적으로 비만 상태이거나 대사 증후군이 있어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검토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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