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280배 더 드는 투석 치료… ‘예방 투자’로 방향 튼 대만, 한국은?

입력 2026/06/12 14:40

대한신장학회 “만성 콩팥병 국가관리체계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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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장학회 박형천 이사장이 만성 콩팥병​의 위험성과 국가관리체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헬스조선DB
11일, 대한신장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코엑스에서 ‘만성 콩팥병 관리제, 대만과 우리나라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만성 콩팥병은 사망 위험이 높고 질환 관리에 고비용이 들어가는 질환으로, 고령화로 인해 질환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예방 중심의 국가관리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 메시지다. 우리나라와 함께 말기신부전 유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대만의 사례와 비교해보며 만성 콩팥병 관리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한신장학회 박형천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우리나라는 만성 콩팥병 환자수가 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많다”며 “질환 부담은 점점 커지는 반면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발의된 만성콩팥병 관리 법안이 선언적 의미를 넘어 환자의 안전과 치료 질 향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신장학회 김세중 등록이사(서울의대 신장내과 교수)는 “콩팥은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침묵의 장기다”라며 “질환이 진행될수록 의료비, 질병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초기 단계 환자의 연간 질환 관리 비용은 약 10만 원 수준이지만 투석 환자는 약 2800만 원 가량으로 급증하게 된다. 김세중 이사는 “환자 투석 진입을 5년만 늦춰도 환자 1인당 약 1억5000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콩팥 기능이 악화되는 원인 중 47%가 당뇨병으로, 이 수치는 지속 증가 중이다. 조기 진단을 위한 소변 검사 확대와 필요한 치료제의 신속 적용, 환자 교육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대한신장학회는 2033년까지 만성콩팥병 발생률을 10% 감소시키고 당뇨병성 만성 콩팥병 환자를 10% 줄이며 집에서 관리 가능한 환자 비율을 33%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어 대만 타이베이의대병원 내과 우이원 교수가 대만의 만성 콩팥병 관리 정책 경험을 공유했다. 대만은 정부와 대만신장학회, 의료기관 간 협력을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감시체계와 선별검사 프로그램, 디지털 헬스 중재를 확대해 최근 2년간 말기 신질환 발생률 감소 성과를 거뒀다. 대만은 2006년 말기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성과급여 프로그램을 도입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초기 만성신질환 환자, 2022년에는 당뇨병성 신질환 환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아울러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국가 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초·중·고·대학생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40세 이상은 3년마다, 65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고 있다. 우이원 교수는 “다학제 관리와 인증제도, 성과 기반 보상체계를 연계해 정책 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의료정보 공유 플랫폼인 ‘메디클라우드’도 활성화돼 있다. 대만 영민보훈병원 중위천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메디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해 의료기관 중복 처방을 줄이고 약물 상호작용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며 “환자가 별도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지 않아도 되고 의료진도 환자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한국형 만성 콩팥병 관리체계 구축 방안이 논의됐다. 김세중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병원, 건강보험, 질병관리청 등 데이터베이스가 분산돼 있다”며 “공공 데이터와 의료기관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만성 콩팥병 관리법의 조속한 제정 필요성도 논의됐다.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투석은 치료 이상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의료행위인 만큼 일반 만성질환과 차별화된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인공신장실 인증제와 감염관리, 수질관리 기준 강화 등 현행 의료법만으로 담기 어려운 안전관리 체계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예방 중심의 수가체계 도입 필요성도 강조됐다. 대한신장학회 이동형 홍보이사는 “대만과 같은 모델을 도입한다면 만성 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투석 전 관리와 교육에 대한 수가를 기본 수가로 인정하고 응급투석 감소와 불필요한 입원 감소를 성과지표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치료 이후가 아닌 예방 단계에 보상을 집중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