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병 아니었어? 결핵, 5년간 국내 신규 환자 8만 명 넘어

입력 2026.06.05 09:20
기침하는 남성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결핵은 흔히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의 병’, 이른바 후진국병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난 5년간(2020~2024년) 국내 신규 환자가 8만 명을 넘는 등 결핵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이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는 “국내 결핵 환자는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이나 만성질환 환자에서는 발병 위험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잠복 결핵균, 면역력 저하 등으로 활성화 후 전파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감염병으로, 가장 흔한 형태는 폐를 침범하는 폐결핵이다. 그러나 결핵균은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질 수 있어 림프절, 뇌막, 척추, 복막 등 다양한 장기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임파선림프절 결핵, 결핵성 뇌막염, 척추결핵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결핵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전신 질환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감염자의 약 5~10% 정도만 실제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되며, 나머지는 면역 체계에 의해 억제돼 잠복결핵 상태로 남는다. 그러나 잠복 상태라고 해서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며, 면역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활동성 결핵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영양결핍, 만성질환, 과도한 음주, 고령 등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조건에서는 결핵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박윤선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은 활동성 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결핵균이 타인의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서 감염이 이뤄진다”며 “다만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전염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약 2주 이내에 전염력은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결핵의 증상은 초기에는 매우 비특이적이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을 어렵게 만든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이 있으며, 가래나 객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미열, 야간 발한,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 감소와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관지 결핵의 경우 쌕쌕거리는 천명음이 나타나 천식으로 오인되는 일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이에 따라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발생한다.

◇완치 가능하지만 약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내성 유발
결핵은 치료 기간이 길지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폐결핵의 표준 치료는 항결핵제를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핵 치료가 장기간 필요한 이유는 결핵균이 매우 느리게 증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성실히 따르면 치료 성공률은 약 98%에 이른다. 그러나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약을 먹으면 결핵균이 약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게 되어 ‘약제 내성 결핵’으로 진행될 수 있다. 내성 결핵은 치료 기간 길어지고 치료 성공률도 낮아지는 등 치료가 훨씬 어려워진다.

박 교수는 “결핵 치료가 장기간 필요한 이유는 결핵균이 매우 느리게 증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충분한 기간 동안 약물을 유지하지 않으면 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치료 종료 후 재발할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기침이나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이 악화하고, 자칫 사망에도 이를 수 있으며 자연 치유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항결핵제는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리팜피신을 복용하면 소변 색이 붉게 변할 수 있으나 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며, 간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피로감이나 황달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에탐부톨은 일부 환자에서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으며, 피부 발진이나 관절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음주나 한약,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은 간독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치료 동안 반드시 피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 조절해야 한다.

박 교수는 “결핵은 개인의 질병을 넘어 사회적 감염병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고 전파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며 “결핵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는 것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