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술 받는 노인 15%, 인지 기능 악화

입력 2026.06.02 17:00
누워있는 노인 환자
전체 참여자 약 15%가 수술 직후 기억력과 사고력이 급격히 나빠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큰 수술을 받고 나면 몸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기력이 떨어지고 통증을 조절하는 데 애를 먹기 쉽다. 그런데 수술이 단순히 몸을 움직이거나 통증을 느끼는 것 외에도 기억력이나 사고력 같은 뇌의 인지 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 의대 부속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 브리검 여성 병원, 노인 의료 연구 기관인 히브루 시니어라이프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대규모 다기관 연구 프로젝트인 '선택적 수술 후 성공적인 노화(SAGES)'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고관절·무릎 관절 치환술, 복부 수술처럼 최소 3일 이상 입원이 필요한 수술을 받은 70세 이상 성인 56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들은 수술 전에 치매 징후가 없던 상태였다.

연구팀이 수술 후 최대 6년까지 이들의 인지 능력을 추적 관찰한 결과, 전체 참여자 약 15%가 수술 직후 기억력과 사고력이 급격히 나빠졌으며 이 증상이 회복되지 않고 계속해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술 후 인지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세 가지 경고 징후로 높은 연령, 수술 전 낮은 인지 검사 점수, 그리고 '수술후섬망'을 꼽았다. 수술후섬망은 수술 후 몇 시간 혹은 며칠 사이에 갑자기 환자가 장소나 사람을 못 알아보고 혼란해하며 횡설수설하는 정신 상태를 뜻한다.

통계 정확성을 위해 수술을 받지 않은 비슷한 연령대의 노인 119명을 대조군으로 함께 비교했다. 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수술 후 환자들의 인지 기능 변화는 세 가지 유형으로 갈렸다. 환자 26%는 수술 후에도 인지 저하 없이 예리한 정신 상태를 잘 유지했다. 59%의 환자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수준의 경미한 인지 저하만 겪었다.

문제는 나머지 약 15%의 환자들이었다. 이들은 수술 직후부터 인지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해 해가 갈수록 증상이 악화했다. 여러 위험 요인 중에서 섬망은 장기적인 인지 저하를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원인이었다. 수술 후 섬망을 겪은 환자는 섬망 증상이 없던 환자와 비교했을 때 장기적으로 심각한 기억력 감퇴를 겪을 확률이 2배나 더 높았다.

연구팀은 수술 후 섬망과 인지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수술 전 환자의 복용 약물을 철저히 점검하고, 수술 후에는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있도록 병실 환경을 밝게 유지하며, 가족이 자주 대화를 건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큰 수술이 고령 환자의 장기적인 뇌 건강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심장 수술을 제외한 특정 선택적 수술을 받은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했기에 이 결과를 실제 의료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노인의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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