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바뀐 야간 근무자, ‘이것’ 먹었더니 DNA 손상 회복

입력 2026.06.02 00:20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사람
멜라토닌이 야간 근무 후 취하는 낮 수면 시간 동안 DNA 복구 작용을 강력하게 유도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야간 교대 근무자가 멜라토닌 영양제를 복용하면 야간 근무로 손상된 DNA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간 근무에 따른 장기적인 건강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간단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암연구소 파빈 바티 박사팀을 필두로 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직업환경의학(Occupational & Environmental Medicine)'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야간 근무자는 밤낮이 바뀌면서 멜라토닌 정상적인 분비 리듬이 깨지기 쉽다. 본래 멜라토닌은 어두운 환경에서 분비돼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체내 멜라토닌 생성이 억제되면 세포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화적 DNA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복구 기능 저하는 장기 야간 근무자가 특정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연구진은 멜라토닌 DNA 복구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야간 근무자 4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위약 대조 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 절반은 4주 동안 하루 한 번 멜라토닌 3mg을 복용했고, 나머지 절반은 가짜 약(위약)을 복용했다. 멜라토닌 복용 군은 낮에 잠들기 약 1시간 전 음식과 함께 알약을 섭취했다.

실험 대상자는 최소 6개월 동안 매주 2회 이상, 회당 7시간을 초과하는 야간 근무를 지속해 온 이들이었다. 수면 장애나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제외됐다. 연구 대상자 60%는 여성이었으며, 백인 및 동아시아계를 제외한 기타 인종이 약 40~50%를 차지했다. 교육 수준은 대다수가 학사 및 석·박사 학위 소지자였고, 대부분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종사자였다.

분석 결과, 산화적 DNA 손상 복구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소변 내 '8-OHdG' 수치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수면 중 이 수치가 높게 나타날수록 신체의 세포 복구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뜻한다. 낮 수면 중 멜라토닌 복용 군의 소변 내 8-OHdG 수치는 위약 복용 군보다 1.8배(80%) 높았다. 멜라토닌이 야간 근무 후 취하는 낮 수면 시간 동안 DNA 복구 작용을 강력하게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생체 이용률 차이로 인해 효과가 미미했던 일부 참가자를 제외하고 분석했을 때는 복구 수치가 최대 2배까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수면 이후 이어진 야간 근무 중에는 두 집단 간 수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멜라토닌 복구 촉진 효과가 낮 수면 중에 집중된 셈이다.

신체는 원래 밤에 자는 동안 생체 리듬에 맞춰 세포 복구 작업을 수행한다. 하지만 야간 근무로 인해 낮에 자게 되면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번 연구는 연구진이 기존에 규명했던 '멜라토닌 감소가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 경로 등 DNA 복구 메커니즘을 저하시킨다'는 가설을 임상시험으로 직접 증명한 첫 사례다. 멜라토닌 보충이 낮 수면 중에도 손실된 복구 신호를 다시 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하다. 이번 시험은 규모가 작고 기간이 짧았으며, 암 발생률을 직접 추적한 것이 아니라 복구 지표(바이오마커)만 확인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의료계 종사자여서 모든 야간 근무자에게 일반화하기 어렵고, 체내 멜라토닌 수치에 영향을 주는 자연광 노출 조건도 완벽히 통제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멜라토닌 보충이 야간 근무자 세포 복구 능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수년 동안 야간 근무를 지속하는 노동자는 복구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므로, 장기간 복용 시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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