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6·25 참전용사 후손 간암 무료 수술해준 병원

입력 2026.06.01 11:10
기념 촬영 사진
에티오피아 국적 유학생 아베네저 요하네스 씨가 그의 아내 및 의료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용인세브란스병원 제공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이 6·25 전쟁 당시 한국에 파병됐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후손을 대상으로 거대 간암 절제술을 시행하고, 진료비·생활비 지원을 통해 회복을 도왔다고 1일 밝혔다.

수술을 받은 환자는 에티오피아 국적 유학생 아베네저 요하네스 씨(29·남)로, 화천군의 6·25 전쟁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명지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요하네스 씨는 지난 2월 용인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진료 과정에서 시행한 간 초음파에서 간 종괴가 의심돼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간 우엽에서 거대 간세포암이 확인됐고, 간문맥 침범이 동반된 진행성 병변으로 진단됐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종양의 크기와 위치, 환자의 임상 상태와 향후 치료의 지속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간암 다학제 진료를 진행했다. 소화기내과·외과·영상의학과·혈액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 등 관련 전문의가 참여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논의한 결과, 일차 치료로 외과적 절제술을 시행하는 방향이 결정됐다.

간담췌외과 노승윤 교수팀은 지난 4월 10일 간 우측 절반(우엽)을 제거하는 우간절제술을 시행했다. 수술 직전 시행한 CT 결과, 진단 직후보다 종양이 더 커지고 간문맥 침범이 확산하는 등 진행 속도가 빠른 상태였기 때문에 혈관외과·대장항문외과 의료진의 협진이 이뤄졌다. 환자는 젊고 간 기능이 유지된 상태였던 덕분에 큰 합병증 없이 회복해 같은달 28일 퇴원 후 현재 외래에서 추적관찰을 받고 있다.

이번 사례는 내·외과적 치료뿐 아니라 교직원과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환자의 회복을 함께 도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환자의 수술 및 입원 진료비는 ‘교직원 1% 나눔 기금’으로 지원됐다. 이 기금은 병원 교직원이 급여의 1%를 자발적으로 기부해 조성한 후원금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치료비 지원에 사용된다.

환자 가족의 입국 항공료, 긴급 생계비 등은 성남 만나교회와 교인,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인 월드휴먼브리지, 명지대학교 교수기도회·유학생 모임 등을 통해 모금됐다. 지역 선교단체인 한국예수전도단(YWAM)은 환자와 가족의 거주를 위한 숙소를 지원했다.

집도의인 노승윤 교수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빠르게 진행된 거대 간암이었지만, 환자의 나이와 보존된 간 기능, 그리고 진료과 간 협진이 함께 작동한 덕분에 안정적인 수술과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환자들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진료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소화기내과 임태섭 교수는 “혈관 침범이 동반된 거대 간암은 수술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주기적인 영상검사를 통한 추적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환자가 학업과 진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했다.

한편,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 당시 한국에 지상군을 보냈던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로, 황실근위대를 중심으로 편성된 강뉴부대 6037명이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해 253차례 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화천군은 2009년부터 매년 이들 참전용사 후손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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