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면역·환경·유전체 함께 관리… '선제적 대응'이 질병 극복 열쇠다"

입력 2026.06.01 09:03

헬스 톡톡_황성주 사랑의병원 병원장

"환경·생활 전반 관리하는 '통합의학' 필요성 커져"
위험 신호 조기에 파악하는 예방 중심 접근법 주목
질병 발생 후 대응 아닌, '선제적 생명의학'에 초점
AI·유전체 기반으로 발병 위험도 세밀하게 분석
"의료·건축 접목 '미래형 메디컬 콤플렉스' 추진"

황성주 원장은 “선제적 생명의학은 위험 신호를 더욱 이른 단계에서 살펴보고 분석하는 의료”라며 “질병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면역, 영양, 생활환경까지 종합적으로 다룬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현대 의학은 지난 수백 년간 발전을 거듭해왔다. 진단 기술은 정교해졌고, 표적치료와 면역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생존 자체가 목표였다면, 현재는 치료 이후 삶의 질과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려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최근 의료계에서는 치료 이후 회복은 물론, 질병 발생 이전 단계에서 위험 요인까지 함께 관리하려는 '선제적 생명의학'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선제적 생명의학은 치료를 넘어 개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 등을 함께 살펴 질병 위험을 낮추는 의학이다. 환자의 면역과 영양, 회복 과정 등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의학에서 더 나아가 질병이 발생하기 전 위험 신호까지 관리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랑의병원 황성주 병원장은 "기존 의료가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위험을 더욱 이른 단계에서 예측하고 분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환자 생활환경·주거공간까지 살펴야

황성주 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예방의학 교수로 지내다 독일 프리덴바일러 암센터에서 통합의학과 면역의학을 연구했다. 현재는 면역치료 전문병원인 사랑의병원을 운영하며 유전체 연구원을 기반으로 정밀 예측의학 의료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황 원장이 말하는 선제적 생명의학은 질병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면역과 영양 상태,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의료다. 단순히 병변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사람은 병원보다 집을 비롯한 일상적 생활공간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수면 환경과 공기의 질, 채광, 소음, 스트레스 같은 요소들이 치료 후 회복 과정은 물론, 전반적인 삶의 질에도 영향을 준다"며 "살아가는 환경과 생활 전반을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의료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질병 위험도를 더욱 세밀하게 분석하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황 원장은 "질병은 생활환경과 습관, 스트레스 등이 오랜 기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단일 원인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했다.

지난 5월 1일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에테르 돔에서 '리디자이닝 라이프' 국제 컨퍼런스가 진행 됐다. 황성주 원장은 이날 연사로 나서 질병 발생 이전 단계에서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선제적 생명의학'과 생활 공간·환경이 건강과 회복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휴먼해비다트의학' 개념에 대해 소개했다. /사랑의병원 제공
"선제적 생명의학 중요성 커질 것"

황성주 원장은 특히 암 치료 분야에서 선제적 생명의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는 암세포를 제거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치료의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치료는 물론, 그 이후 환자가 건강한 일상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암 치료는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 등을 환자 상태에 맞춰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여기에 면역과 영양 상태, 생활환경 관리까지 함께 고려하는 흐름도 확대되고 있다. 황 원장은 "암은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며 "치료 이후 체력 저하와 심리적 불안, 일상 회복 문제 등을 장기간 겪는 경우가 많은 만큼 회복 과정과 삶의 질까지 함께 관리하는 선제적 생명의학 필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주 원장은 질병이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환경과 면역, 영양 등을 함께 관리해 질병 위험을 낮추려는 접근이 선제적 생명의학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질병 이전 단계에서 위험 신호를 관리하고 건강한 생활 구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좋은 음식을 먹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의 기본적인 생활 습관은 예방뿐 아니라 면역·회복 과정과도 연관돼 있다"고 했다.

경기 의왕시‘해밀리병원’ 조감도 / 사랑의병원 제공
"AI·디지털 활용… 미래 의료복합단지 구축"

현재 황 원장은 건축공간의학연구소를 운영하며 의료와 건축을 접목한 '치유 환경'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빛과 공기, 공간 구조, 동선 등 생활환경의 여러 요소가 면역과 회복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중이다. 경기 의왕 백운밸리 내에 준비 중인 '미래형 메디컬 콤플렉스' 역시 이러한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이곳에 들어설 예정인 의왕 해밀리병원은 지난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250병상 규모 종합병원 설립 사전심의 승인을 받았다. 황성주 원장은 "예방과 건강관리, 생활환경까지 연결되는 의료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메디컬 콤플렉스를 설립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한휴먼해비타트의학회와 대한선제생명의학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두 학회는 의학과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목해 질병 치료를 넘어 삶 전반을 설계하는 새로운 의료 개념을 연구하기 위해 발족했다. 의사를 중심으로 건축·바이오·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황성주 원장은 지난달 1일 두 학회가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에테르 돔에서 공동 주최한 '리디자이닝 라이프(Redesigning Life)' 국제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했다. 에테르 돔은 1846년 세계 최초로 공개 마취 수술이 진행된 장소기도 하다. 그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질병 발생 이전 단계에서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선제적 생명의학'과 생활환경이 건강과 회복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휴먼해비타트의학' 개념을 소개했다.

황 원장은 "앞으로는 병 자체를 치료하는 기능뿐 아니라 환자가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의료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며 "예방과 회복 중심 의료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휴먼해비타트의학(인간주거의학)

인간이 살아가는 주거 환경과 도시 공간, 자연환경이 신체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융합 의학 분야다. 빛·공기·소음·생활 동선·자연 접근성 같은 환경 요소가 면역과 회복 과정,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