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코드 없는 극희귀질환, 치료·돌봄 공백 심각… 지원 체계 마련해야”

입력 2026.05.29 08:20

[환우회 탐방]
DNM1 유전자 환우회 김양지 대표 인터뷰

김양지 대표
발달성 및 뇌전증성 뇌병증 31을 겪는 환아 부모이자 환우회 대표인 김양지씨가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헬스조선DB
발달성·뇌전증성 뇌병증-31은 뇌 신호 전달 체계에 관여하는 ‘DNM1 유전자’의 변이로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뇌전증, 자폐증, 지적장애, 운동·발달 지연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지만, 아직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조절하는 데 그치고 있다. 국내 유병인구가 200명도 안 되는 극희귀질환으로, 별도의 질병코드마저 없다. 이로 인해 여러 지원 제도나 혜택 등에서도 배제되는 실정이다. DNM1 유전자 환우회 김양지 대표를 만나 치료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진단 당시를 떠올린다면?
“아이가 태어난 지 8~9개월 됐을 때 처음 사시 증상이 나타났다. 10개월이 되자 거북이가 목을 움츠리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반복적인 경련을 보였다. 동네 소아과 진료 후 대형병원으로 의뢰됐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을 진단 받았다.”

-현재는 어떤 상태인가?
“진단 후에도 난치성 경련을 겪으며 이전에 습득했던 발달 기능이 퇴행하는 과정을 겪었다. 경련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여러 약물 치료를 이어오다 현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만 5세인 지금도 독립보행이나 의미 있는 언어 표현은 어려운 상태며 뇌전증, 뇌병변, 지적·언어 장애를 진단받은 상황이다.”

-환우회는 어떻게 시작했나?
“2024년 아이가 뇌전증 재발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DNM1 관련 논문 발표를 앞둔 해외 의료진을 만났다. 질환에 대한 설명, 연구 흐름, 환우회가 질환 개선 측면에서 맡는 역할 등을 들었다. 당시는 국내외 모두 DNM1 유전자 변이 환우회가 없어 질환에 대한 정보가 절실했고, ‘우리가 먼저 주도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수소문 끝에 다른 환아와 부모 여섯 명을 모아 출범했다. 환자 간 경험을 공유하며 질환 정보를 모으고, 국내외 연구나 치료 동향을 파악해 정보 공백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노력들이 모여 2025년 극희귀질환 지정, 산정특례 적용이라는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현재 환우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과 심각한 발달 지연이 가장 큰 문제다. 목을 가누지 못해 누워서 생활하는 환아, 자폐·지적장애를 보이는 환아 등 증상 스펙트럼이 넓다. 척추측만증, 골반 틀어짐 등 합병증도 따라와 신경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에 내원하느라 병원 방문 횟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자립적인 생활이 어려워 삶 전반에서 치료와 부모 돌봄이 큰 상황인데도 장기적인 삶에 대한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질병코드가 증상 기준으로 적용돼, 동일 질환인데도 뇌전증 증상이 없으면 다른 질환으로 분류돼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환우회의 목표는?
“연구 협력과 가족의 삶 지원을 중심으로 환우와 가족이 장기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현재는 의료·복지·교육 체계가 자동으로 연계되지 않아 보호자가 각각의 제도를 개별적으로 찾아야 한다. 특히 학령기, 성인 전환기 등에는 아이의 상태를 반복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희귀질환 특성과 중증도, 높은 돌봄 부담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이고 연계된 맞춤형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비영시리민단체로 전환하는 것과 더불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질환 인식 개선 활동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호자들은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큰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환우회가 환우와 가족들이 평생 서로를 지지하고 돌볼 수 있는 관계망이 되어주길 바란다. 환우 단체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공동체’다. 치료제 도입, 급여, 접근성 등 다양한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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