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도와주고, 냄새 없으니까 안전”… 흡연자 43%가 전자담배 잘못 인식

입력 2026.05.27 17:52
전자담배 팩트체크&니코틴대체제의 올바른 이해' 포럼​ 현장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금연학회는 27일 ‘전자담배 팩트체크&니코틴대체제의 올바른 이해' 포럼을 개최했다./사진=이윤주 인턴기자
지난 4월 24일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로 정의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전자담배에 대한 흡연자들의 오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따르면 대다수 흡연자는 금연을 위해 니코틴대체제, 국가금연지원프로그램 등 검증된 방법을 이용하고 있었으나 전자담배로 금연을 시도하는 비율도 약 20%에 달했다. 이러한 흡연자들의 인식을 반영하듯 응답자의 43%는 전자담배가 금연을 위한 방법의 하나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금연학회는 27일 ‘전자담배 팩트체크&니코틴대체제의 올바른 이해' 포럼을 개최하고 흡연자들의 전자담배와 니코틴대체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전자담배, 금연 도구 되거나 연초보다 덜 해롭다는 근거 거의 없어
글로벌 여론조사기업 입소스(Ipsos)가 최근 1년 내 금연을 시도했거나 향후 6개월 내 금연 의향이 있는 25~59세 흡연자 500명을 대상으로 전자담배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20%가 “금연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43%는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향후 금연 방법으로 전자담배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23.5%로 나타났다.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선택한 이유로는 '금단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가 42.5%로 가장 높았고, '흡연 욕구 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39.9%), '주변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서'(28.9%) 순이었다. 당장의 흡연 욕구를 완화해 주는 전자담배가 연초 사용을 줄여 금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홍준 울산의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인식과 상반되는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금연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해 연초를 끊은 사람의 약 70%가 전자담배를 끊지 못하고 1년 이상 지속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수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전자담배와 연초를 함께 사용하는 이중 사용자가 2년 후 전자담배만 사용하게 될 확률은 5%지만 연초 사용자로 돌아갈 확률은 67~8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홍준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자는 연초와의 이중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금연 효과 역시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담배가 연초에 비해 덜 해롭다는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만큼, 모든 담배 제품을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니코틴대체제 선호도 높지만 이해도 낮아
흡연자의 니코틴대체제(NRT)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만 전반적인 이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사실도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9.4%가 니코틴대체제를 금연 방법으로 인지하고 있었으며, 실제 사용 경험(40%)과 향후 사용 의향(43%) 모두 금연 방법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니코틴대체제를 알고 있는 응답자의 48%는 “금연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46%는 “니코틴대체제의 니코틴과 담배의 니코틴이 다르지 않다”고 응답했다.

최수정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오해를 과학적 근거로 바로잡았다.

최 교수는 담배 니코틴은 폐를 통해 빠르게 흡수돼 뇌의 도파민 보상 체계를 반복 자극하며 중독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니코틴대체제는 소량의 정제된 니코틴을 구강 점막이나 피부를 통해 천천히 공급해 금단 증상을 조절하고 니코틴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전자담배와 니코틴대체요법은 작용 기전 자체가 다르다"며 "니코틴 수용체와 도파민 보상 체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NRT가 어떻게 금연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하루 흡연량에 맞는 니코틴 대체제 용량을 선택해야 한다. 껌 형태대체제의 경우 30분 씹고 잇몸과 볼 사이에 두었다가 다시 씹는 '쉬어가며 씹기(Chew&Park)'을 사용하는 게 좋다. 니코틴 패치는 매일 다른 부위에 부착해야 한다. 패치에 껌이나 사탕 등 속효성 제형을 더하는 병합요법도 고려하기도 한다.

◇냄새 없다고 간접흡연에서 안전하지 않아 
전자담배가 연초 대비 유해성이 낮다는 사용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응답자의 66.5%가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전환한 이유로 ‘냄새가 덜 나서’라고 답했으며, 46.7%는 '몸에 덜 해로울 것 같아서', 28%는 '금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특히 전자담배를 금연 수단으로 인식하는 응답자의 59%는 '전자담배는 연기와 냄새가 적어 주변 사람에게 피해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러한 흡연자들의 인식은 과학적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 연구 13편을 종합하면, 궐련형 전자담배를 밀폐된 실내에서 사용할 경우 니코틴 농도가 건강 허용 상한치(3μg/m³)의 최대 86배까지 상승했고 간접 노출자의 천식 발작과 흉통 발생률은 오히려 궐련 간접흡연보다 높게 나타났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와 동거하는 비흡연자의 니코틴 대사물질 수치 역시 궐련 흡연자와 동거하는 비흡연자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센터장은 "냄새가 없거나 달콤한 향이 난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다"라며 "담배의 냄새가 바뀌었을 뿐, 위험성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비흡연자와 어린이, 임산부를 중심으로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는 교육과 홍보가 시급하며, 2017년 이후 멈춰 있는 실내 금연 정책이 재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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