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정신과 가라고? 고립 청년 손 잡는 사회 만들어야

청년 정신건강 비상 下

대화를 나누는 청년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앞선 글에서 청년 정신건강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구조적 불안과 장기적 스트레스의 결과라는 점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실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청년 정신건강 지원의 핵심은 서비스 접근 장벽을 낮추고, 청년들이 ‘판단받지 않고 이해받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낙인 두려움에 치료 주저하는 청년들
청년 정신건강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인식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일이다. 많은 청년들이 마음의 어려움을 경험하면서도 “이 정도로 상담을 받아도 되나”,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록이 남거나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주변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걱정 때문에 도움 요청을 미루곤 한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는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다. 우울과 불안이 깊어지기 전, 고립이 장기화되기 전, 생활 기능이 크게 무너지기 전에 적절한 상담과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살사고와 같은 위험 신호 역시 조기 개입 여부에 따라 경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인천광역시 청년마음건강센터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청년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먼저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심층 상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힘들면 병원에 가라”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상태를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단계적으로 연결받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또한 상담 이후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연계, 치료비 지원, 지역사회 자원 연결 등 연속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청년의 어려움은 상담 몇 차례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떤 이들에게는 전문 치료가 필요하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경제적 지원이나 주거·취업 관련 자원이 더 시급할 수 있다. 관계 회복이나 사회 참여의 기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결국 청년 정신건강 지원은 상담과 치료, 복지 자원,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의료 전부 아냐… 사회와 연결될 프로그램 필수
전문가들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한 ‘치료’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많은 청년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누군가가 판단 없이 들어주고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왜 그렇게밖에 못 하느냐”는 평가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다”는 공감이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청년의 우울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고, 불안은 예민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고립 역시 단순한 회피 행동으로만 볼 수 없다. 사회적 압박과 관계 단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경제적 부담, 반복된 실패 경험과 자기비난이 복합적으로 쌓이며 나타나는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청년 정신건강 지원은 청년을 교정하거나 훈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삶의 맥락을 함께 이해하고 회복 가능성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인천광역시 청년마음건강센터가 운영하는 ‘마음의 빛, 함께하는 길’ 교육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청년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돌아보고 정신건강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또래의 어려움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알아차리고 연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학생 서포터즈 ‘청년새봄’ 활동도 같은 맥락이다. 센터 활동과 마음건강 정보를 SNS를 통해 전달하며 청년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정신건강 정보를 전문가의 언어가 아니라 청년들이 실제로 익숙하게 사용하는 방식과 언어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청년 정신건강 지원은 청년들의 실제 생활세계 안으로 들어갈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청년 정신건강 문제는 의료기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물론 우울증과 불안장애, 수면장애, 중독, 자살사고 등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정신건강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고립·은둔 상태에 놓인 청년들을 조기에 발견하며, 상담과 치료를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하는 다층적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낙인을 완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실패 이후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안정적인 고용·주거 정책 역시 청년 정신건강의 중요한 보호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청년 정신건강 지원의 핵심은 마음의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인 상황에 맞는 다양한 지원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인천광역시 청년마음건강센터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청년들이 부담 없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접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출발점 역할을 지향하고 있다.

교수 프로필
사진=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
청년의 마음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청년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도움을 요청해도 낙인찍히지 않는 사회, 실패 이후에도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청년 정신건강의 과제다.

(*이 칼럼은 조서은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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