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경험자는 완치 후의 삶도 중요합니다. 특히 성장기 소아청소년에게 많이 발생하는 골육종은 완치 이후에도 성장판 손상으로 다양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골육종을 극복한 권용후(29·부산시)씨 역시 성장판 손상으로 양쪽 다리 길이가 달라지며 10차례가 넘는 수술과 치료를 견뎌야 했습니다. 절단의 위기까지 마주했지만 포기하지 않으며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그의 주치의인 국립암센터 정형외과 강현귀 교수와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극심한 다리 통증… 골육종의 신호 권용후씨가 처음 골육종을 진단 받은 건 2009년 5월, 14살 때였습니다. 어느 날 새벽, 다리에서 극심한 통증과 오한을 느꼈습니다. 단순한 근육통이라 생각했습니다. 다음 날, 20분이면 가던 등굣길이 다리를 절뚝이느라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예감에 동네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곧바로 집과 가까운 대형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정밀 검사를 해보니, 골육종이었습니다. 5cm 크기의 종양이 왼쪽 허벅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전이는 없었습니다.
골육종은 뼈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10대 성장기에 주로 발생하는 희귀암입니다. 골육종은 전체 악성 종양 중 0.2%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는 희귀한 병이지만 뼈에 발생하는 원발성 암 중에서는 가장 흔하게 발생합니다. 골육종은 암이 발생한 부위와 전이 여부, 환자의 나이 등에 따라 치료법이 다른데요. 권용후씨처럼 전이가 없고 골육종은 수술 전 항암 약물 치료를 진행하고, 종양을 제거한 뒤 항암 약물 치료를 받습니다.
암 진단을 받은 한 달 뒤인 2009년 6월, 두 번의 선 항암 치료 후,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왼쪽 대퇴골의 육종을 절제해 낸 후 저온열 중탕온도의 물에 담가 암세포를 죽인 후 해당 뼈를 재사용하는 저온열처리-자가골 이식과 금속정 내고정 수술을 받았습니다. 재발 방지 목적으로 7월부터 2010년 5월까지 항암 치료를 12회 받았습니다.
반복된 수술 탓 다리 길이 10cm 차이 나 치료는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후유증이 뒤따랐습니다. 수술 후 5년이 되던 2014년, 자가골을 고정하던 금속정이 부러지며 첫 골절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다리가 반복적으로 부러지며 세 번의 골재건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다리가 너무 약해져 일은커녕 집에서만 지내야 했습니다. 권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집에서 물을 마시러 가는 도중에도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다리가 약해졌다”며 “몸속에 시한폭탄을 달고 사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염증으로 피부에 구멍이 생기고 고름이 흘러나왔으며, 삽입된 금속핀은 무릎 관절을 뚫고 튀어나왔습니다. 여러 차례 진행된 수술로 뼈가 깎아져 나가며 다리가 10cm 정도 짧아져 목발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골육종 수술은 암이 생긴 뼈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침범한 연부조직까지 함께 절제해야 합니다. 수술 후 2~4주 뒤에 시작하는 항암 치료로 감염 위험이 커지는 게 문제입니다. 큰 골재건 구조물과 이를 충분히 감싸지 못하는 연부조직 역시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조물 파손, 골절, 불유합, 인공물 해리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반복되는 재수술은 골수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연인과 해변 걷고 싶다”… 기적을 이뤄낸 10장의 손편지
권용후씨의 10장의 손 편지./사진=권용후씨 제공
권용후씨는 이때 국립암센터를 찾았습니다. 기존 치료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인지라, 기존의 주치의는 새로운 의학 기술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2주 뒤인 2024년 9월, 유튜브에서 3D 프린팅 골재건술 발견한 뒤, 전원을 권유했습니다. 그렇게 국립암센터 정형외과 강현귀 교수를 만났습니다.
치료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거듭된 재수술로 고관절과 슬관절 쪽 뼈는 매우 짧게 남아 있었으며 금속핀으로 인한 무릎 관절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사태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라 수술 예약이 밀려 3D프린팅 임플란트 디자인 작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절단 위기까지 놓였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권씨는 지난 16년간 받아온 치료와 함께 이번 치료가 그에게 얼마나 절실하고 마지막 도전인지를 간곡하게 담은 10장의 손 편지를 준비했습니다. 강현귀 교수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그동안 고생해주신 이전 병원의 의료진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연인과 함께 보통의 사람들처럼 해변을 걷고 싶다는 희망들이 절실하게 적혀있었다”며 “권용후씨의 절실한 마음을 느끼고 힘을 얻어 치료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2024년 9월 말, 염증 제거 수술과 함께 짧아진 다리를 늘리기 위한 연장술인 일리자로프 삽입술도 함께 받았습니다. 뼈를 절골한 뒤 하루에 약 1cm씩 미세하게 늘리면 그 틈 사이로 새로운 뼈(골진)가 차오르는 방식으로 두 달간 9cm를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12월초, 3D 프린팅 골 재건술도 시행하며 치료는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권용후씨>
권용후씨./사진=국립암센터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평범한, 그래서 더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투병 중에 큰 힘이 되어준 그때의 여자 친구와도 결혼하며 올 7월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도 골육종을 진단받기 전보다 오히려 더 건강해졌습니다. 건강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덕분에,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2009년 골육종 진단을 받은 뒤 암 생존자로 살아온 지난 15년 동안, 제 치료를 결심해주신 강현귀 교수님을 비롯 많은 응원과 도움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과 사랑이 큰 힘이 됐습니다. 덕분에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이어가며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암을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분들에게 드리는 가장 큰 보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사진=국립암센터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반복되는 재수술로 다리 길이 차이가 11cm까지 나고 뼈가 깎여 나가는 걸 보면서 평범한 일상은 하나씩 할 수 없게 되며 무력감이 컸습니다. 목발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 사실상 절단 환자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이제는 튼튼한 두 다리로 아내와 손을 잡고 산책하며 가고 싶은 곳을 빠르게 걸을 수 있게 되며 일상 순간을 할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합니다.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끼다 보니 삶의 질도 높아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치료도 중요하지만 저는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믿고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암 진단 후에는 다양한 감정에 휘말리기 마련인데요. 그럴 때마다 참지 마세요. 그저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셔야 합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주위의 응원을 힘으로 삼아 끝까지 버티다 보면 분명 다시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립암센터 정형외과 강현귀 교수>
국립암센터 정형외과 강현귀 교수./사진=국립암센터
-권용후씨의 현재 상태는? “염증도 깔끔하게 제거됐고 다리 관절 역시 아무 이상 없이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만 지낸다면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처럼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권용후씨는 어떤 환자였나요? “일상 속에서 긍정의 힘을 보여준 밝은 청년입니다.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면 일상을 포기하고 무기력해지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축적된 염증과 다리 길이 차이와 의료사태가 맞물리며 절단의 위기까지 놓였음에도 권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치료에만 집중하셨습니다. 배우자의 헌신적인 돌봄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러한 김씨의 긍정적인 태도가 완치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많은 암 환자분들이 권씨의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따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육종암센터 정형외과 명의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육종암 치료는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과거 골육종 치료는 절단 수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며 이제는 단순히 사지를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관절까지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치료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3D 프린팅 맞춤형 임플란트를 활용하면 환자 상태에 맞춘 보다 안정적인 관절보존-사지구제수술이 가능한데요. 다만,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종암은 한 명의 의사가 아닌, 항암, 방사선, 영상의학, 병리 등 여러 분야 의료진의 경험과 협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결국 팀 전체의 하모니와 서로에 대한 존중, 배려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골육종 환자들에게 한 말씀. “포기하지 마시라 당부하고 싶습니다. 주변 가족과 지인 그리고 의료진이 여러분 곁에서 최선의 치료법을 고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진 삼위일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 하나 소홀히 한다면 육종암을 이겨낼 수 없기에 각자의 역할에 최선의 노력과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시면 완치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모두가 육종암을 이겨내고 행복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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