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의 행복 위해… 산후 재활은 꼭 필요한 영역”

입력 2026.05.25 17:03

‘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산후 재활 명의’ 고려대 구로병원 재활의학과 강석 교수

책상에 앉은 교수 사진
고려대 구로병원 재활의학과 강석 교수​/사진=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관절통으로 재활의학과 진료를 받는 중년 이상 여성들이 흔히 하는 하소연이 있다. “애 낳고 산후 조리를 제대로 못 해서 아프다”는 말이다. 실제로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 큰 변화를 만든다. 인대와 관절이 느슨해지고, 척추와 골반의 정렬이 흐트러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골반 하부를 떠받치는 골반 기저근과 몸통을 코르셋처럼 감싸고 있는 복횡근 등도 늘어나며 약해진다. 게다가 첫 자녀를 출산하는 여성의 평균 연령은 2016년 31.37세에서 2025년 33.2세로 지난 10년 동안 약 2세만큼 상승했다. 출산 연령이 늦춰질수록 산모의 회복 부담이 커진다.

출산을 겪은 몸을, 임신 이전의 몸만큼 건강하게 되돌릴 방법이 없을까. 근골격계 질환과 통증을 주로 진료하다가 산후 재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고려대 구로병원 재활의학과 강석 교수에게 물어봤다.

- ‘산후 조리’와 ‘산후 재활’은 어떤 측면에서 다른가?
“산후 조리가 휴식을 통해 몸이 자연스레 회복하도록 돕는다면, 산후 재활은 몸의 기능적인 측면을 끌어올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자연 분만 시에는 아기를 내보내기 위해 조직들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몸에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한 경우에도 수술 상처가 남는다. 이 상처들이 회복하는 시기가 출산 후 약 6주까지의 ‘산욕기’다. 이 시기에는 자궁과 질 등 여성 생식기가 비임신 상태일 때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회복한대도 이전보다는 근육과 관절이 약해질 수 있다. 이에 이차적으로 요실금, 탈장, 관절 불안정·통증 등 이상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2차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거나, 이미 발생했다면 신체 기능을 향상시켜 몸을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산후 재활이다.”​

- 산욕기가 끝난 후여야 산후 재활이 가능한가?
“산욕기 단계일 때부터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 더 좋다. 물론, 출산으로 상처 입은 조직이 다 회복되기 전이면 근력 운동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재활은 어렵다. 이 시기에는 내가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근육들을 인지하는 연습으로 충분하다. 골반 기저근이나 복부 심부근 등 산후 재활의 주요 대상인 근육들은 ‘내가 이 근육에 정확히 힘을 주고 있다’는 감각을 인지하기가 비교적 어려운 편이다. 근육을 자극하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케겔 운동(골반 기저근 자극) ▲복식 호흡(복부 심부근 자극) 등을 산욕기부터 조금씩 해 보는 것이 좋다.”​

- 출산 직후에는 관절과 인대를 느슨하게 만드는 릴렉신 호르몬의 영향이 남아있다. 몸이 불안정한 상태인데도 자세를 교정하고 근육을 단련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관절과 인대가 늘어난 상태에서, 임신·​출산을 겪으며 무너진 자세로 계속 지내면 관절 불안정성이 점점 커진다. 늘어난 인대가 아예 끊겨버리거나, 관절이 뒤틀린 상태로 그냥 굳어져 버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관절염과 통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몸이 유동적일 때 오히려 훈련을 통해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골반 기저근과 복횡근 등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산모가 많은데,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나?
“산모들은 모유 수유 때문에 일반인만큼은 약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가 어려워 치료 방법이 제한적인 편이다. 손목 통증은 출산 자체보다는 출산 이후의 육아 때문에 많이 생긴다. 모유 수유 시에 손목에 부담이 가지 않게 손목에 보조기를 대도록 한다. 또 물리 치료를 시행해보고, 통증이 완화되면 스트레칭이나 손목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들을 하게끔 한다. 통증이 정 잡히지 않으면 국소 주사 요법을 시행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제라 산모에게는 최대한 시행하지 않으려고 한다.”​​

- 골반 근육 강화에는 어떤 전략을 쓰나?
“운동이 핵심이다. 산욕기에는 골반 기저근과 복부 심부근을 인식하는 저강도 훈련만 한다. 산모가 훈련하면서 통증을 느끼지 않는지, 회복 상태는 어떤지를 관찰해가며 1~2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점진적으로 훈련 강도를 높인다. 최종적으로는 스쿼트 등 동적인 훈련까지 가능하도록 한다. 골반 기저근을 강화하면 출산 후의 요실금도 자연스레 완화된다.”​​

- 골반 기저근을 인식하기가 너무 어렵다면 어떡하나?
“출산 직후에는 골반 기저근의 힘이 무척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이 근육들은 다리나 팔 근육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근육이 아니다. 이에 ‘복식 호흡을 하면서 숨을 내쉬는 단계에서, 골반과 질을 안쪽으로 모아 죄는 느낌으로 힘을 줘 보라’고 설명해도 감을 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

초음파·근전도 혹은 기타 바이오 피드백 장비의 도움을 받아볼 수 있다. 예컨대, 초음파를 몸에 대고 있으면, 내가 힘을 준 근육이 두꺼워지는 것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근전도 장비도 마찬가지로 장비에서 나오는 소리나 시각적 자극을 통해 내가 근육에 힘을 제대로 줬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의자에 앉아서 케겔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오는 압을 감지해서 화면으로 힘의 강도를 보여주는 장비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감을 잡은 다음 근육에 힘주기를 계속 연습하면 된다.”​​

장비 사용 장면
강석 교수​​가 골반 기저근 강화를 위한 바이오 피드백 장비 사용을 지도하고 있다./사진=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 복횡근 등 몸통 깊은 곳의 근육은 어떻게 자극하나?
“​복식 호흡을 하면서 숨을 들이마시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 힘이 들어가는 근육이 바로 복횡근이다. 숨을 내쉴 때에 횡격막 근육도 자극된다.”​​

- 산후 재활 시 권장하는 운동 빈도가 있나?
“​병원에 한두 번 와서 재활 교육을 받고 나면 집에서 스스로 할 수 있다.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몇 번 하다가 관두면 재활 효과도 없고, 오히려 몸이 더 아파질 수 있다.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아 적극적으로 재활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누워서도 할 수 있는 골반 인지 훈련이나 호흡 훈련 등을 본인의 일상 루틴에 넣고 실천하는 것이 좋다. 몸에 무리가 안 되는 선에서 단계적으로 훈련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 재활 중인 산모에게 권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빨리 회복하겠다는 의욕이 앞서서, 몸이 충분히 낫지 않았는데도 아픈 것을 참고 훈련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 오히려 근육 손상과 염증 그리고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일단 한 번 고통을 느끼면 통증에 점점 민감해진다. 아픈 것을 참고 재활 훈련을 한대서 통증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반드시 내가 아프지 않은 선에서만 훈련해야 한다.”​​​

- 산후 재활을 잘 하면, 몸을 출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한가?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출산 시에 손상되는 연부 조직은 대부분 재생이 가능한 조직이다. 물론, 디스크나 인대가 끊어지는 등 큰 손상이 발생했다면 이전의 몸 상태로 100% 돌아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활 훈련을 꾸준히 이어가면 손상된 디스크나 인대가 다하지 못하는 역할을 근육의 기능으로 상쇄할 수 있다. 몸에는 손상이 남을지언정 통증이나 신체 기능 자체에는 문제가 없게 된다. 충분한 재활만 있다면, 임신 전의 신체 기능을 90% 이상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출산 후의 몸 상태가 걱정된다면 임신 전에 운동을 열심히 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태아가 커지며 허리가 점점 아파진다면, 참고 지내지만 말고 무게 분산용 복대 등도 활용해보라.”​​​

- 산모의 주변인들에게 조언한다면?
“산모가 재활을 열심히 할 수 있으려면 주변에서 육아와 몸조리를 도와줘야 한다. 조기부터 차근차근 재활하면 회복 시기가 앞당겨져 산모도 덜 고생하고, 가족들의 돌봄 부담도 줄어든다. 온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산후 재활이 꼭 필요하다.”​​​

강석 교수는…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를 지내고 있다. 처음 진료를 시작한 이래로 중·노년 여성 환자들에게 “산후 조리를 못 해 몸이 아프다”는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자연스레 출산 이후의 재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두 차례 지켜보며 산후 재활의 중요성을 더욱 체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절대 안정을 취하는 ‘산후 조리’ 중심의 문화가 강하지만, 적극적인 훈련을 통해 기능 회복까지 나아가는 ‘산후 재활’ 역시 보편화되어야 함을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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