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 패러다임이 수술에서 약물 치료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내 대규모 보험 가입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간 비만 대사 수술율은 30% 이상 급감한 반면 GLP-1 약물 처방은 140%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 및 연구진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비만, 과체중, 당뇨병을 진단받은 18세 이상(2004년 이전 출생) 익명 보험 가입자 1170만 명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분기별 비만 대사 수술 건수와 GLP-1 약물 처방률을 통계적 모델로 비교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자마 서저리(JAMA Surgery)'에 게재됐다.
분석 결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비만 대사 수술 이용률은 전체적으로 34.1% 감소했다. 수술 감소세는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돼 2023년에 전년 대비 약 14% 감소한 데 이어, 2024년에는 23% 더 가파른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면 동기간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티드, 티르제파티드 등 GLP-1 계열 약물 사용량은 140.4% 급증했다. 특히 치료 대상 환자 중 약 10%가 GLP-1 약물을 선택한 반면 비만 대사 수술을 선택한 비율은 0.4%에 그쳤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식사 후 장에서 분비되는 천연 GLP-1 호르몬을 모방해 작용한다. 이 약물은 소화기계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해 위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더 빨리 느끼고 오래 유지하도록 만든다. 또 혈당이 상승할 때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기전을 통해 체중 감량과 당뇨병 관리에 높은 효과를 보인다. 이로 인해 과거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대사 질환의 표준 치료법으로 시행되던 위 절제 등 비만 대사 수술의 수요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다만 연구팀은 이러한 의약품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만 치료 사각지대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 비만 및 당뇨병 환자 90% 이상은 수술과 약물 치료를 모두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비용과 건강보험 적용 한계다.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 최신 GLP-1 계열 약물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한 달 투약 비용이 1000달러(약 130만 원)를 상회한다. 비만 대사 수술 역시 높은 자가 부담금과 까다로운 사전 승인 절차로 인해 환자가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결국 고액의 비용을 전액 자부담할 수 있는 일부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혁신 신약의 혜택을 보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최근 고가의 비만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오는 7월 1일부터 시범 사업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체중 감량 목적의 비만치료제 보장을 법적으로 금지해 온 미국이 시니어 계층의 건강 지원과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전향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는 ‘메디케어 GLP-1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 메디케어 파트 D(외래환자 처방약) 수혜자 중 선별된 대상자에게 특정 GLP-1 계열 의약품을 월 50달러(약 7만5000원)에 제공한다. 보건복지부 장관 권한 하에 운영되는 이번 사업은 2026년 7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진행되며 향후 정식 보장 모델인 ‘밸런스’로 전환을 위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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