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당긴다고요? 장이 뇌에 ‘단백질 부족’ 신호 보낸 거래요

입력 2026.05.23 16:00
고기
고기가 당기는 것은 장이 음식 속 단백질 부족을 인식하고 뇌에 즉각 신호를 줘 단백질 섭취를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유독 고기가 당길 때가 있다. 이는 장이 음식 속 단백질 부족을 인식하고 뇌에 즉각 신호를 줘 단백질 섭취를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 연구단 서성배 단장 연구팀이 서울대·이화여대 공동 연구팀과 함께 장이 몸속 단백질 부족 신호를 감지한 뒤 뇌에 전달해 필수 아미노산이 포함된 단백질 음식을 우선 섭취하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을 넘어 몸의 영양 상태와 음식 성분, 장내 미생물, 병원균 등 다양한 정보를 감지하는 기관이다. 호르몬과 신경 신호를 통해 혈당·식욕·면역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이 때문에 ‘제2의 뇌’로도 불린다. 특히 최근에는 장과 뇌가 신경·호르몬·면역 신호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장-뇌 축’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서 단장은 “동물은 미각 기능이 사라져도 에너지가 고갈되면 영양분이 포함된 설탕물을 구별해낸다”며 “맛을 느끼지 못해도 장이 섭취한 음식 정보를 인식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동안 장에서 만들어진 신호가 어떤 경로를 거쳐 뇌에 전달되고, 이것이 실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행동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2021년 연구에서 초파리가 단백질 결핍 상태에 놓이면 장에서 ‘CNMa’라는 펩타이드 호르몬이 분비돼 단백질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신호가 뇌에 전달되는 경로와 작동 속도를 추가로 규명했다.

연구 결과, 장 상피세포는 음식 속 필수 아미노산 부족을 감지하면 CNMa를 분비하고, 이 과정에서 신경 회로를 통해 뇌에 빠르게 신호를 보내 즉각적인 단백질 섭취 행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분비된 CNMa 호르몬은 혈액순환을 타고 보다 느리게 뇌에 도달해 단백질 선호 행동이 지속되도록 돕는 ‘이중 조절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뇌가 탄수화물 섭취를 촉진하는 신경세포 활동을 동시에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식사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영양소를 선택적으로 찾고, 다른 영양소 섭취는 줄이는 방식으로 영양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같은 장-뇌 축 시스템이 초파리뿐 아니라 포유류인 생쥐에서도 유사하게 작동하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단백질 결핍 반응의 핵심 호르몬으로 알려진 간 유래 호르몬 ‘FGF21’이 없는 상태에서도 동일한 행동 반응이 나타나, 독립적인 조절 체계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비만·대사질환 치료 연구에도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는 GLP-1 계열 약물 역시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관련돼 있는데, 자연 상태의 GLP-1은 혈액 속에서 빠르게 분해돼 뇌까지 충분히 도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실제 식욕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가 장-뇌 축의 신경 경로를 통한 신호 전달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 단장은 “현재 비만·식욕 조절 약물 상당수는 장 호르몬 신호를 활용하지만, 자연 분비된 장 호르몬이 실제로 어떤 경로를 통해 뇌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다”며 “향후 비만, 대사질환, 식이 행동 장애 치료 연구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