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남성에 몰린 알코올 중독… 은퇴 후 더 위험

입력 2026.05.19 23:40
알코올 중독 남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대 이후 중장년 남성에서 알코올 중독 환자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시절부터 이어진 음주 습관이 은퇴 전후 시기와 겹치면서 통제력을 잃고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알코올 사용 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총 6만4604명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 환자는 4만8031명으로 전체의 74.3%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남성 50대 환자가 1만2338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도 1만1269명에 달했다.

인천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혁 원장은 “현재 50~60대 남성들은 회식, 군대, 대학 문화 등을 통해 술을 자주 접했던 세대”라며 “젊은 시절부터 이어진 반복적인 음주가 수십 년간 누적되면서 중장년 이후 알코올 의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출근과 업무 중심의 생활 리듬이 무너지면서 낮술이나 혼술이 잦아지고, 퇴직 이후 느끼는 공허감이나 외로움을 술로 해소하려다 의존이 심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알코올 중독은 단순히 술을 자주 마시는 상태와는 다르다. 의학적으로는 알코올 사용 장애로 분류되며, 내성·금단 증상·통제력 저하 등을 동반한다. 미국정신의학회 진단 기준에서는 11개 항목 가운데 2개 이상 해당할 경우 알코올 사용 장애로 진단한다. 또한 술 때문에 일상 기능이 무너지는 단계에 이르렀는지가 중요하다. 단순 다량 음주자는 상황에 따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지만, 알코올 의존 환자는 건강이나 가족관계에 문제가 생겨도 술을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을 위해선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블랙아웃(필름 끊김), 혼자 숨어서 술 마시기, 음주량 증가, 금단 증상 등이 있다. 술 때문에 대인관계 갈등이나 업무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도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

젊을 때의 폭음 습관은 중년 이후까지 영향을 남길 수 있다. 알코올이 충동 조절과 판단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을 손상시키고, 반복적인 폭음이 뇌 보상회로를 변화시키면서 술 의존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을 끊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지만 실패를 반복하다가, 간 손상이나 금단 증상이 심해진 뒤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스스로를 환자로 인식하지 못한 채 치료를 미루는 사례도 흔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다는 생각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병원 방문을 늦추는 원인이다.

치료는 금단 증상을 조절하는 과정부터 약물·심리 치료, 재활 관리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는 환자 스스로 술을 끊어야겠다는 동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역할도 필요하다. 치료 과정에 함께 참여하거나 단주 모임 등을 통해 지지 체계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운동이나 취미 활동처럼 술을 대신할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권혁 원장은 “알코올 중독은 단순 의지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황달, 식은땀, 수면 문제, 불안·우울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 컨디션 문제로 넘기지 말고 음주 습관과 연관된 신호인지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