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서 발목에 수액 맞은 70대… 다리에 세균 번져 '이 지경' 이르러

[의료분쟁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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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여성 A씨는 요양병원에서 발목에 수액주사를 맞은 뒤 심각한 감염이 발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원에서 흔하게 시행되는 주사 치료는 비교적 안전한 처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감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 환자나 장기간 누워 지내는 환자는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헬스조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요양병원에서 수액주사를 맞은 뒤 심각한 감염이 발생한 70대 환자 사례를 정리했다.

◇사건 개요
고혈압, 당뇨병, 뇌경색, 치매 등을 앓고 있던 70대 여성 A씨는 B요양병원에 입원해 장기간 누워 지내는 와상 상태였다. 어느 날부터 온몸을 심하게 긁는 증상이 나타났고, 병원은 가려움증을 완화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제와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했다.

약 3주 뒤, A씨의 영양 공급용 콧줄(비위관)을 통해 위에서 피가 섞인 액체 약 50cc가 역류했다. 의료진은 즉시 금식 조치를 하고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오른쪽 발목 부위에 수액주사를 놓았다.

약 일주일 뒤 A씨는 열이 나기 시작했고, 수액을 맞은 발목 부위가 붉게 변하며 부어올랐다. 병원은 해열제를 투여하고 얼음주머니를 적용했지만, 다음 날에는 증상이 발목에서 허벅지까지 퍼졌다. 다리가 심하게 붓고 피부에 점처럼 피가 맺히는 증상까지 나타나자, 병원은 항생제를 투여한 뒤 보호자에게 상급병원 전원을 설명했고, 다음 날 A씨를 C병원으로 옮겼다.

C병원으로 전원됐을 당시 A씨의 오른쪽 다리는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심하게 부어 있었고, 열감과 붉은 피부 변화가 관찰됐다. 검사 결과 피부와 근육 사이 조직에 세균이 번지는 연조직염이 의심됐고, 다리 내부 압력이 급격히 높아져 조직이 손상되는 구획증후군 진단도 내려졌다.

의료진은 중환자실 치료와 함께 항생제를 투여했지만 상태가 악화돼, 다음 날 감염된 조직을 절개해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추가 수술과 치료가 이어졌다. 치료 과정에서는 A씨의 심한 가려움증 원인이 옴(진드기에 의한 피부 감염)으로 확인돼 일주일 넘게 격리 치료도 받아야 했다.

◇환자 측 "관리 소홀로 감염·괴자" vs 병원 측 "면역력 저하 영향"
A씨 측은 B요양병원이 위생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전염성 피부질환인 옴에 걸렸고, 주사 부위 관찰도 소홀히 했으며, 상태가 심각해질 때까지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B요양병원 측은 정기 소독을 시행했고, 환자가 위장 출혈로 금식 상태였기 때문에 수액 공급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환자가 스스로 다리를 문질러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고령과 당뇨병, 장기 와상 상태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의료중재원 "수액은 필요했지만, 관리 부실 가능성"
의료중재원은 수액 투여 자체는 필요한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맥주사는 보통 감염 위험이 더 높은 다리보다 팔 등에 놓는 것이 권장되지만, 혈관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짧은 기간 다리에 놓을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병원 기록이었다. 어떤 바늘을 사용했는지, 같은 부위를 얼마나 오래 사용했는지, 주사 부위를 얼마나 자주 확인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의료중재원은 "기록이 부족해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같은 부위에 장기간 반복 주사했다면 감염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수액 투여 약 7일 뒤 감염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주사 부위 관찰 기록이 없어 경과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옴 감염 역시 정확한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입원 중 지속적인 가려움 증상이 있었던 만큼 병원의 감염 관리가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의료중재원은 B요양병원이 A씨에게 800만 원을 배상할 것을 권고했고,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수액주사, 이런 점 꼭 살펴야
전문가들은 말초정맥카테터도 감염, 혈관 염증, 혈전, 혈류 감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고령자나 당뇨 환자, 장기간 누워 지내는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

주사 부위는 매일 꼼꼼히 관찰해야 한다. ▲붉어짐 ▲붓거나 단단해짐 ▲열감 ▲통증 ▲수액이 잘 들어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하며, 필요하면 주사 부위를 교체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리보다 팔 혈관을 우선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부득이하게 다리에 주사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팔 쪽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수액 치료가 6일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일반 말초정맥카테터보다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미드라인카테터나 말초삽입중심정맥카테터(PICC)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