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 사고 끊이지 않는데… “자면서 리프팅 받으세요” 마케팅, 괜찮나?

입력 2026.05.14 09:20
수술실 얼굴
미용 시술 수요의 급증과 함께 수면마취도 대중화되고 있다​. 무분별한 수면마취는 경계하고, 시술 필요성과 마취 방식에 대해 전문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용 시술 중 수면마취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광주의 한 성형외과의원에서는 40대 여성이 수면마취 상태에서 리프팅 시술을 받다 심정지에 빠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에도 서울의 한 성형외과의원에서 50대 남성이 눈꺼풀과 눈 밑 처짐을 교정하는 상·하안검 수술 중 수면마취 후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고 약 40일 만에 숨졌다.

미용 시술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 같은 사고 소식에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울쎄라·써마지 같은 고강도 리프팅, 리쥬란, 일부 눈 성형은 통증이 큰 편이라 수면마취를 병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계에서는 수면마취 자체보다 안전 시스템과 모니터링 수준이 사고 예방의 핵심 변수라고 본다.

◇수면마취, 가벼운 잠 아냐… 세밀한 모니터링 필수
수면 마취의 장점은 확실하다. 프로포폴, 미다졸람 등을 사용해 통증 없이 편안한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수면마취를 할 때는 전신마취와 달리 근육이완제를 쓰지 않아 환자가 스스로 숨을 쉴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기관 삽관 없이 의식을 떨어뜨리고 통증을 줄이는 방식이라 흔히 ‘간단한 마취’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위험할 수 있다. 실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6~2024년 미용 시술 관련 사망 50건의 부검 사례를 분석한 결과, 마취 관련 사망이 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22건(96%)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했다.

포레피부과의원 김남우 원장(마취과 전문의)은 “마취과 영역에서는 수면마취를 ‘기도삽관이 없는 전신마취’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며 “잠깐 마취 농도가 깊어져도 환자의 자발 호흡이 떨어질 수 있어 전신마취보다 더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면마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프로포폴·케타민·미다졸람 같은 정맥 마취제는 농도가 깊어질수록 중추신경을 억제해 호흡까지 약해질 수 있다. 실제 수면마취 사고 상당수는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저산소증, 심정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순환기계에도 영향을 미쳐 심박수와 혈압이 떨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저혈압에 의한 쇼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환자 호흡이 약해지면 산소포화도가 가장 먼저 떨어진다”며 “그 신호가 보이면 즉시 기도를 확보하는 등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시술하며 마취까지”… 의원급 구조의 사각지대
문제는 ‘모니터링 공백’이다. 대형병원에서는 환자 모니터링 장치와 함께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실에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병원 성형외과 우수현 교수는 “대학병원에서는 미용수술이든 질환 치료든 마취가 필요한 수술에 마취과 전문의가 투입된다”며 “업무가 세분화돼 있고, 경험이 적은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의원급 피부과·성형외과에서는 인력과 비용 문제 등으로 시술 의사가 직접 수면마취까지 맡는 경우가 흔하다. 의료법상 마취를 반드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며, 의사면허가 있으면 누구나 마취를 시행할 수 있다. 실제로 전국 성형외과 의원 1227곳 가운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1명 이상 보유한 기관은 61곳(4.9%)에 그친다. 의원급이라도 의료진 숙련도와 장비 수준, 응급 대응 체계에 따라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다만 의료진이 시술과 환자 감시를 동시에 맡는 구조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요소로 꼽힌다. 김남우 원장은 “수면마취는 시시각각 환자의 마취 요구 농도가 변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데, 의사 한 사람이 시술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환자 상태를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다른 손으로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간호 인력이 옆에서 보조해도 마취 전담 간호사가 아닌 이상 환자 모니터링 장치에서 위험 징후를 파악하는 데 미숙하고, 이런 위험성을 간과할 때 의료사고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무분별한 수면마취, 프로포폴 의존 우려도
수면마취가 대중화되면서, 일부 환자들 사이 ‘프로포폴 경험’을 선호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연세조은피부과 광명점 김재홍 원장은 “과거에는 의학적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수면마취를 시행했다면 최근에는 ‘리프팅 시술 시 안 아프게 해준다’는 병원의 마케팅 포인트가 됐다”며 “일부는 시술을 위해 마취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마취를 위해 시술을 받는 듯한 주객전도 현상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프로포폴은 짧은 시간 깊은 수면을 유도하는 마약류 의약품이다. 시술 중 통증과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편안하게 잠든 경험이 반복적으로 기억되면서 일부에선 심리적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레피부과의원 이하은 원장은 “특히 불면증이 있거나 신경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수면마취 경험을 더 강하게 선호할 수 있다”고 했다. 프로포폴 의존 사례 상당수가 연예인이나 유흥업 종사자에게서 나타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피부과·성형외과에서는 아예 미용 시술에 수면마취를 결합한 ‘수면 패키지’ 상품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원장은 “제모처럼 통증이 크지 않은 시술에까지 수면마취를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환자는 안전 시스템 확인을
수면마취를 무조건 기피할 필요는 없다. 통증이 심한 시술에서는 환자 편의를 위해 필요한 경우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수면마취 자체가 건강을 위협하는 것도 아니다. 김남우 원장은 “수면마취 약물은 지속 시간이 짧고 대부분 한 시간 내외의 시술에 쓰여 약물 독성 자체는 제한적이다”며 “심지어 간 기능이 떨어진 간경화 환자나 신장 기능이 망가진 신부전 환자에서도 거의 용량 제한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했다.

다만 ‘얼마나 안전한 환경에서 시행되느냐’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우수현 교수는 “수면마취 약물은 호흡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는 만큼, 자는 동안 환자를 누가 모니터링하는지가 중요하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에 마취과 전문 인력이 상주하는지, 산소포화도 등 모니터링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홍 원장은 “단순히 ‘안 아프다’는 광고나 가격만 보기보다 의료진 경험과 응급 대응 체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통증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면마취를 선택하기보다 시술 필요성과 마취 방식에 대해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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