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견디지 마세요… 함께 만들어가는 회복의 힘[아미랑]

입력 2026.05.12 09:01
암 진단 후 5년이 지나 재발·전이 소견이 없어진 때를 ‘암 완치’ 기준으로 삼습니다. 유방암은 10년 이상 지난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어 보다 장기간 추적 관찰하는 암 종인데요. 긴 호흡이 필요한 투병 과정에서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며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30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유방암 환자의 통합 건강을 지원하는 ‘다시, 온(ON)’ 프로그램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사진=이재희씨와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유방외과 강희준 교수.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왼쪽부터 이재희씨, 강희준 교수)
몸·마음 통합 관리
다시, 온(ON)은 최근 3년 이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우 20명을 대상으로 3일간 진행된 프로그램입니다. 치료 후 멈춰있던 일상 스위치를 다시 켜고(switch on) 건강한 삶을 지속해 나간다(carry on)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유방암 발생원인, 위험요인, 치료 후 관리 등 건강 강좌, 영양팀 식사 관리 안내, 물리치료팀의 운동, 재활요법 교육 등 유방암 환자들의 몸과 마음 관리를 위한 세션이 진행됐습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사회사업팀 한정민 의료사회복지사는 “유방암 환자는 질환 특성상 신체 일부가 손상되거나 상실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인한 스트레스, 치료 예후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겪게 된다”며 “특히 진단 후 3년은 수술, 항암, 방사선 등 고강도 치료가 집중되는 시기이자 표준 치료가 끝난 뒤 일상 복귀를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통합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헬스조선DB(한정민 의료사회복지사)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다시, 온(ON)’ 프로그램 현장
투병 과정 나누며 공감 이끌어내
환우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마음을 돌보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투병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감정 등을 털어놓으며 공감과 위로를 전했습니다. 2024년 10월, 유방암을 진단받은 이재희(48·경기도 오산시)씨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냈습니다. 가슴 모양이 찌그러진 것을 발견하고 놀라 병원을 찾았고 림프절 전이가 동반된 호르몬 수용체 양성 2기 유방암을 진단받았습니다. 치료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도세탁셀·카보플라틴·트라스투주맙·퍼투주맙을 병용하는 TCHP 항암 치료를 3주 간격으로 총 6차례 받았습니다. 이후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남아 있던 미세 림프절 병변 치료를 위해 항체약물접합체인 캐사일라(성분명 아도-트라스투주맙 엠탄신)를 14차례 투여 받았습니다.

이재희씨는 “치료 중 치아가 빠지고 온몸에 멍이 들기도 하며 코피가 몇 시간째 멈추지 않는 등 심한 부작용을 겪으며 치료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하지만 이 시기를 인생의 전환점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더 돌보고 사랑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휴대폰에 감사했던 일 세 가지를 녹음하기 시작했고 치료를 받는 15개월 간 하루도 빠짐없이 감사일기를 기록했습니다. 덕분에 일상 속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이재희씨와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유방외과 강희준 교수를 함께 만나 치료 과정과 회복 이후의 이야기를 더 들어봤습니다.

사진=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이재희씨.
-투병 과정에서 수차례 힘든 순간이 있었을 텐데.
“항암 치료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입안부터 식도까지 다 헐어 음식이 거의 넘어가지 않았고 뜨거운 음식은 물론 미지근한 음식은 입에 대기도 어려웠습니다. 항암이 끝나면 2주 동안은 거의 못 먹고 겨우 일주일 정도 음식을 좀 먹나 싶으면 다음 항암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한쪽에서 시작된 코피가 양쪽으로 번지고 목까지 넘어와 핏덩어리를 삼키는 날도 종종 있었습니다. 코피가 한 번 나면 여섯 시간씩 멈추지 않았어요. 손발 저림이나 기력 저하 등 항암 치료 부작용이란 부작용은 다 겪었습니다. 주변 다른 환자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유독 부작용이 심했던 편인 것 같습니다.”

-힘든 치료 과정을 견딘 원동력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남편은 지금도 하루에 두 시간씩 제 발을 주물러줘요. 항암 후 손발 저림이 심해서 바닥을 딛기 힘들 정도였는데 매일 꾸준히 마사지해줬습니다. 형님은 항암 끝나고 먹을 수 있는 시기에 맞춰 먹고 싶은 걸 챙겨주셨고 친구들과 지인들도 고기, 과일, 잡곡밥 등을 계속 보내주며 응원해줬어요. 무엇보다 교수님이 정말 긍정적인 에너지로 계속 이끌어주셨습니다. ‘3분 진료’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외래 때마다 긴 시간동안 제 투정을 다 받아주셨고 아침, 저녁으로 매번 회진을 도시면서 상태가 어떤지 점검해주셨습니다. 정말 환자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신 분이세요. 병원 다녀오는 길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어요.”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아프고 나서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하니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치료 중 몸이 너무 힘드니까 계속 우울해져서 쓰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한 줄 적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매일 세 가지씩 감사한 일을 찾아 기록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것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됐고 그 마음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회복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힘든 치료를 버티는 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서울로 올라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새로 헬스도 시작하고 즐겁게 살고 있어요.”

-유방암 환자들에게 한 마디.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좋은 에너지가 쌓여서 몸과 마음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혼자서 힘듦을 다 짊어지지 말고 환우들이랑, 가족들이랑 얘기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으면서 이겨내는 것도 추천합니다.”

사진=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강희준 교수.
-현재 이재희씨의 의학적 상태는?
“진단 당시, 이재희씨의 암은 유두 바로 아래에서 시작돼 유방 전체로 퍼져가는 형태였습니다. 초음파상 종양 크기는 약 4cm였지만 MRI에서는 미세하게 퍼진 범위까지 포함해 약 7cm 이상으로 확인됐고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도 동반됐습니다. 유두 아래 발생한 암은 유방 전절제 가능성이 크지만 환자 삶의 질과 기능적인 문제까지 고려해 치료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선행 항암 반응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먼저 TCHP 항암 치료를 시행해 종양 크기를 최대한 줄인 뒤 수술 범위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선행 항암 치료와 수술, 방사선 치료, 표적항암 치료까지 표준 치료를 잘 마쳤습니다. 현재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난소 기능을 억제하는 졸라덱스 주사와 항호르몬 치료를 유지 중이고 한 달에 한 번 외래 추적 관찰을 하고 있습니다. 수술 당시 유방 내 암은 거의 사라질 정도로 치료 반응이 매우 좋았고 겨드랑이 림프절에는 미세 잔존암 일부만 남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잘 회복 중입니다.”

-항암 치료 후 주의해야 할 점은?
“항암 치료는 환자가 얼마나 잘 버텨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점막 손상, 백혈구 감소, 빈혈, 간 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이 생기는데 이를 회복하려면 결국 충분한 영양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재희씨는 원래 체격 자체가 마른 편이라 조금만 못 먹어도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치료 과정 내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어떻게든 먹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항암 치료 중에는 평소처럼 먹어도 흡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1.4~1.5배 더 많은 열량이 필요합니다. 우리 몸은 결국 단백질과 지방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고기 같은 단백질 섭취가 도움이 됩니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소량씩 자주 드셔야 합니다. 식욕이 없다면 먹고 싶은 음식이라도 우선 먹으라고 말씀드립니다. 일단 치료를 버틸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치료 중 영양 관리를 거듭 강조하시던데.
“암 자체보다 암이 환자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숙주 대사 쪽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습니다. 암은 결국 자기가 필요한 영양분을 환자 몸에서 끌어다 쓰는 존재입니다. 환자가 굶든 못 먹든 암은 살아남으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 몸이 버틸 수 있도록 충분히 먹어야 한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항암 치료 중 영양 상태가 장기 생존율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예정입니다.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빈혈과 산소 공급 문제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정상 세포는 산소가 필요하지만 암세포는 저산소 상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 몸의 산소 상태와 영양 상태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예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감사일기 쓰기처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실제 치료에 도움이 되나요?
“아직 의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된 영역은 아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활동입니다. 사람 몸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잘 회복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면역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긍정적인 마음 상태는 면역세포 활성이나 회복 과정에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환자분들을 보면 주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긍정적으로 치료에 참여하는 분들이 치료 과정을 더 잘 버텨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 한 마디.
“암 치료는 절대 혼자 버티는 싸움이 아닙니다. 가족, 친구, 의료진, 환우 모임 등 주변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방암은 치료법이 많이 발전한 암인 만큼 너무 공포에만 갇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으셨으면 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분명 치료 과정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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