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 대체 어쩌다가?

입력 2026.05.07 11:10
노트북을 보며 웃고 있는 남자
생성형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연애나 정서적 대화 상대로 대체하려는 흐름이 뚜렷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3년 개봉한 영화 ‘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형체 없는 목소리뿐이지만 사만다는 테오도르 상처를 보듬고 취향을 공유하며 완벽한 연인이 된다.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13년이 지난 지금, 테오도르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 주오대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가 최근 20~59세 남녀 8200명을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연애나 정서적 대화 상대로 대체하려는 흐름이 뚜렷했다. AI를 사적으로 이용한 응답자 중 16.7%가 “AI를 사랑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주 느낀다’ 2.6%, ‘종종 있다’ 6.6%, ‘드물게 있다’ 7.5%로 나타났다.

단순 호감을 넘어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비중은 더 높았다. 응답자 60%가 생성형 AI에 친밀함을 느꼈다. 특히 “사람과의 대화보다 AI와의 대화가 편하다”는 응답은 51%를 기록했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피로감보다 AI 교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과반을 넘어섰다.

영화 her의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매료된 이유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즉각 반응하는 전폭적 지지였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AI 연애 강점으로 정서적 편의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꼽았다. AI는 데이트 비용이 들지 않고 상대 답장을 기다리며 초조해할 필요도 없다. 사용자가 원할 때면 언제든 대화에 몰두한다. 특히 “나는 당신의 아군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처럼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긍정적 표현을 조건 없이 제공하는 점이 현대인 고독감을 파고든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야마다 교수는 “생성형 AI는 이용자 취향과 가치관에 맞춘 듯이 행동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본인이 깊이 이해받는다고 느끼기 쉽다”며 “심리적 안도감을 주고 경제적 부담이 적은 AI 연애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AI가 인간 정서적 결핍을 보완한다는 연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줄리안 드 프리타스 교수팀이 2024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I 동반자 대화는 실제 인간 상호작용과 유사한 수준으로 사용자 고독감을 완화했다.

연구팀은 사용자가 ‘AI가 내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때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인간이 기계에 인격적 특성을 부여하는 심리 기제인 ‘CASA 패러다임’과 일치한다. 인간은 상대가 기계라는 사실을 인지해도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일어나면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이론이다.

줄리안 드 프리타스 교수는 “사람들은 AI가 고독감을 줄여줄 것이라 기대하는 정도보다 실제 사용 시 더 큰 효과를 경험한다”며 “단순히 대화를 잘하는 성능보다 사용자가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공감 능력이 핵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