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치료에 중요한 작용하는 ‘노시보 효과’를 아세요?

입력 2026.05.06 17:18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

알약 들고 있는 여성
플라시보 효과의 반대말은 노시보 효과다. /클립아트코리아
가짜 약이더라도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고통이 줄어든다. 이를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고 한다. 그런데 이와 정반대의 개념도 있다. 바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다.

‘해를 끼친다’는 의미의 라틴어 ‘nocēbō’에서 유래한 노시보 효과는 환자가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치료 결과가 실제보다 더 나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의사가 약을 제대로 처방했는데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의사가 환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노시보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에게 어떤 치료법에 대해 문의한 상황에서 의사가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한 번 시도해 볼 수는 있다”고 답했다면, 실제보다 치료 결과가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2018년 학술지 ‘영국 건강심리학 저널(British Journal of Health Psychology)’에는 노시보 효과를 다룬 논문이 실린 바 있다. 연구진이 200명이 참가자에게 가짜 약을 제공하며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일반적인 알약이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자, 참가자의 47%가 한 가지 이상의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약물 부작용에 대한 믿음과 약물에 대한 민감도 점수가 높을수록 약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생각할 확률이 각각 10%, 9% 증가했다.

2007년 뉴질랜드에서는 실험 환경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노시보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한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갑상선호르몬 알약 제조 공장을 캐나다에서 독일로 바꿨다. 두 곳 모두 같은 회사의 공장이었고, 알약의 외형이 바뀐 것 빼고는 약 성분도 같았다. 하지만 새로운 약이 뉴질랜드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자 18개월 동안 1400건 이상의 부작용 보고가 접수됐다. 보고된 증상 중에선 안구 통증, 두통, 가려움증, 피부 발진 등 약물과 관계가 없는 것들이 많았다. 정부 조사 결과, 새로 판매되는 알약 성분이 이전과 다르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인터넷에 유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뉴질랜드 의약품안전청이 새로운 알약과 기존 알약이 생물학적 동등성을 지닌다는 점을 알리고, 오해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각종 자료를 배포하고 나서야 부작용 보고 건수가 줄어들었다.

이처럼 비관적인 사고방식은 자신도 모르게 치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시보 효과를 줄이기 위해선 긍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사고방식을 갖추는 게 좋다. 미국 심리학자 마크 트래버스는 ‘포브스(Forbes)’에 “의료진에게 걱정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치료의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해야 노시보 효과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비슷한 치료를 받은 다른 사람들의 긍정적인 경험담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보를 찾을 때는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것은 피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치료에 임해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제 학술지 ‘통증 보고(Pain Reports)’는 부정적인 정보 자체 뿐 아니라 의료진이 진료 상담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거나 신뢰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것 또한 노시보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환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고지하거나 진료 상담을 할 때는, 치료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도 내에서 두려움과 불확실성보다는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논문에 따르면, 치료의 비특이적인 부작용을 나열하는 대신 새로운 증상이나 특이한 증상이 나타날 경우 자신에게 연락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