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고기 생각 없어졌다면… 빠르게 병원 가봐야

입력 2026.04.27 21:00
고기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즐겨 먹던 고기나 단백질 음식이 어느 날부터 유독 거부감이 든다면, 단순한 입맛 변화로 넘겨도 괜찮을까. 지난 9일 미국 하버드 의대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식습관 변화가 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악액질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암 악액질은 암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사 이상 증후군으로, 체중 감소와 근육 소실이 특징이다. 단순히 식사량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몸이 영양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로, 환자의 회복과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암 악액질을 재현한 초파리를 이용해 질병 초기 변화를 시간대별로 추적했다. 그 결과, 4일째부터 종양이 있는 초파리에서 단백질이 많은 먹이를 피하는 변화가 먼저 나타났다. 식욕 자체가 떨어지는 시점은 5일째였고, 장기 위축은 그다음 날인 6일째 시작됐다. 증상이 한 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순서를 두고 진행된 셈이다.

연구진은 종양으로 인해 생성된 두 가지 신호 물질이 원인으로 분석했다. 염증 반응과 관련된 단백질과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단백질이 뇌의 식욕 조절 기능을 건드리면서, 개체가 단백질이 필요한 상태임에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식욕을 자극하는 신경 신호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단백질이 풍부한 먹이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해당 신호 물질을 차단하자 결과는 달라졌다. 초파리의 단백질 섭취량이 다시 늘었고, 체중 감소와 장기 소모 진행도 눈에 띄게 완화됐다. 사망률도 약 70%에서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구를 이끈 노버트 페리몬 교수는 "종양이 식욕을 조절하는 체계에 변화를 일으켜 특정 영양소에 대한 선호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가 악액질의 비교적 이른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도 의미를 뒀다.

다만 이번 결과는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에서 확인된 것이라서, 사람에게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재현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암협회(ASC)는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운 체중 감소나 식욕 변화가 이어질 경우 의료진 상담을 권고한다.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음식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컨디션 변화로 넘기기보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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