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MRI’는 ‘일반 MRI’와 뭐가 다를까?

입력 2026.04.23 15:51

[헬스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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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보호 실천을 촉구하기 위해 제정됐다. 환경 보전은 이제 특정 산업 분야가 아닌 모든 산업계의 과제다. OECD 국가 기준 헬스케어 부문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4%를 차지하는 만큼 헬스케어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 현장의 인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2023년 필립스 미래건강지수 보고서(Future Health Index 2023)’에 따르면 아태지역 헬스케어 리더들 사이에서 지속 가능성을 주요 과제로 인식하는 비율은 2021년 3%에서 2022년 25%로 증가했다. 이에 의료기기 역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환경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상 진단 장비에서 이러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MRI(자기공명영상)는 정밀 진단에 필수적인 장비지만, 동시에 높은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자원은 ‘헬륨’이다. 기존 MRI 한 대를 운영하기 위해 약 1500리터 수준의 헬륨이 필요하다. MRI의 초전도 자석을 냉각하기 위해 사용한 액체 헬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발된다. 문제는 헬륨이 자연 상태에서 재생되지 않는 희소 자원인데다가, 천연가스 처리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이라는 특성상 채굴·정제·운송 과정에서 환경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헬륨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진단 성능은 보존하는 MRI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필립스의 블루실(BlueSeal) 마그넷이 한 예다. 블루실 마그넷은 완전 밀폐형 자석 구조를 적용해 헬륨을 외부로 방출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헬륨 손실을 구조적으로 차단함으로써 헬륨 사용량을 약 7리터 수준으로 줄였다. 기존 MRI와 비교하면 헬륨 사용량을 99% 이상 절감한 것으로, 헬륨 재보충 없이 MRI를 운영할 수 있다.

필립스는 2018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2220개 이상의 블루실 시스템을 설치해 총 헬륨 사용량을 600만 리터 이상 절감했다. 기존 블루실 마그넷은 1.5T 시스템에만 적용됐으나, 필립스는 지난해 개최된 북미방사선학회에서 3T 블루실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T는 테슬라(Tesla)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MRI 해상도가 높아진다. 국내 의료 환경에서는 3T MRI가 주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필립스 관계자는 “헬륨 사용량 감소는 비재생 자원의 보존 뿐 아니라, 운송과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한다”며 “병원 단위에서의 탄소 발자국도 줄여 의료기관이 환경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