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항암제 효과 높이는 단백질 역할 규명

입력 2026.04.23 10:48
세포 실험 모식도
리보솜 충돌과 ZAK 신호 경로를 통한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 사멸 기전 모식도. 만성골수성백혈병 세포에서 BCR::ABL1 활성에 의해 단백질 합성과 세포 증식이 촉진되는 과정(왼쪽)과 표적항암제(TKI) 투여 시 리보솜 충돌이 발생하고 ZAK-p38 신호가 활성화돼 백혈병 세포 사멸이 유도되는 과정./사진=의정부을지대병원 제공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는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백혈병 발병 원인 유전자인 BCR::ABL1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가 핵심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 반응이 감소하거나 약물 내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 치료 효과를 높일 새로운 기전을 찾는 연구가 지속돼 왔다.

이에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 연구팀은 UNIST 김홍태 교수팀, KAIST 임정훈 교수팀과 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암센터에서 구축한 만성기(CP-CML), 가속기(AP-CML), 급성기(BP-CML) 환자 세포주와 세포 및 환자 코호트 분석을 통해 분자 기전을 연구했다.

그 결과, 표적항암제 치료를 할 때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리보솜이 서로 충돌(ribosome collision)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러한 리보솜 충돌은 ZAK 단백질을 활성화키며, 활성화된 ZAK 단백질은 세포 스트레스 반응 경로인 p38 신호 전달 경로를 자극해 결국 백혈병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팀은 ZAK 단백질이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이중 기능을 가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평상시에는 백혈병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지만, 표적항암제 치료 상황에서는 리보솜 충돌을 감지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분자 센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또 ZAK 단백질이 결손된 세포에서는 표적항암제 치료 효과가 크게 감소했으며, 이러한 결과는 환자 유래 세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BCR::ABL1 억제 중심 치료전략을 넘어 리보솜 기반 스트레스 신호 경로를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ZAK 단백질 활성을 유지하거나 리보솜 충돌을 촉진하는 병용 치료전략이 표적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약물 내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홍태 교수는 “항암제에 의해 유도되는 세포 내 스트레스 신호가 어떻게 세포 사멸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라며 “세포 사멸 조절 기전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욱 교수는 “ZAK 단백질 발현 수준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진행 단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질병 예측이나 치료반응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ZAK 단백질 발현과 리보솜 충돌 민감도를 기반으로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학 분야 국제학술지 ‘루케미아(Leukemia)’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의료진 프로필
(왼쪽부터)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 UNIST 김홍태 교수, KAIST 임정훈 교수, KAIST 박주민 박사./사진=의정부을지대병원 제공
이 기사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