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음식 먹으면 줄줄 흐르는 콧물…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입력 2026.04.21 15:40
매운 음식 먹은 사람 이미지
얼큰한 짬뽕이나 마라탕, 뜨거운 국밥을 먹을 때마다 콧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각성 비염 증상일 수 있어 잘못 대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큰한 짬뽕이나 마라탕, 뜨거운 국밥을 먹을 때마다 콧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각성 비염 증상일 수 있어 잘못 대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난 20일 이비인후과 전문의 김호찬 원장이 유튜브 채널 ‘건나물 TV’를 통해 미각성 비염에 대해 알렸다. 김 원장은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식탁 위에 휴지가 산처럼 쌓이는 게 민망해서 아예 알레르기 비염 약을 미리 챙겨 먹는 사람도 많은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흘리는 콧물은 꽃가루 때문에 생기는 면역 반응이 아니라, 뇌랑 신경계가 음식 자극을 신호로 착각해 벌어지는 일종의 신경 오작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인으로 간과하기 쉬운 ‘미각성 비염’을 지목했다. 미각성 비염이 뭘까?

◇미각성 비염,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 
미각성 비염이란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자율신경계가 자극돼 맑은 콧물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캡사이신이 들어 있거나 뜨거운 음식이 입안의 감각신경(TRPV1  수용체)을 자극해 강한 신호를 뇌로 보내고, 이를 위험 신호로 인식한 뇌가 콧물 분비를 촉진한다.

핵심 원인은 ‘신경 반사 회로의 과민 반응’과 ‘자율신경계 불균형’이다. 신경 반사 회로가 과민 반응해 입안 자극을 콧물을 분비하라는 명령으로 바꿔 버리린 것이다. 정상 상태라면 교감신경이 이를 억제해 콧물 분비를 멈추지만, 이 기능이 둔해지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콧물이 계속 흐르게 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 몸이 정상이라면 교감신경이 작동해 늘어난 혈관을 다시 조여주고 콧물을 멈추게 해야 하는데, 교감신경 반응이 무뎌져 식사가 끝난 뒤에도 혈관이 계속 늘어난 채로 콧물을 훌쩍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소화기관을 준비시키는 신호가 뇌로 잘못 전달되는 것도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식욕을 돋우기 위해 ‘오렉신’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오렉신은 원래 위장을 움직이고 소화액을 분비하는 신호로 작용하지만, 신경회로가 엉키면 콧물샘까지 소화기관의 일부로 착각해 콧물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

비강 구조 축소 역시 원인으로 작용한다. 노화로 인해 코 안쪽 살과 뼈가 축소되면 그 외 공간이 넓어지게 된다. 공간이 넓어지면 공기가 들어올 때 와류를 일으키게 되고, 콧속 점막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해 코에 자극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이런 물리적인 손상이 결국 코점막을 보호하는 방어벽인 치밀 이음을 무너뜨리고, 세포 사이를 단단하게 붙여주던 연결고리가 느슨해지니까 안에 숨어있던 신경 말단이 바깥으로 노출돼 자극에 더 취약해지게 된다”고 했다. 음식으로 유발된 신경 자극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프라트로피움 성분 스프레이 사용하면 도움 
미각성 비염은 알레르기 비염과 치료 방법이 다르다. 알레르기 비염에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을 억제하는 약으로, 미각성 비염 치료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기억력 저하나 배뇨 장애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신 식사 15분 전, 이프라트로피움 성분의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콧속 아세틸콜린 수용체만 선택적으로 차단해 콧물 분비를 줄인다. 부작용 위험도 적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캡사이신을 이용해 신경 반응을 둔화시키는 치료나, 콧물 분비에 관여하는 신경 일부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수술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편, 콧물이 한쪽에서만 흐르거나 고개를 숙일 때 물처럼 떨어진다면 ‘뇌척수액 비루’일 수 있다. 방치하면 뇌수막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 원장은 “그냥 두면 콧속 세균이 뇌 반대로 들어가 뇌수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런 증상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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