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재평가 관문을 넘지 못한 전문의약품들이 잇따라 시장에서 사라지는 가운데, 의료계와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률적인 현행 재평가 기준이 치매와 같은 만성·퇴행성 질환의 복합적인 특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질환과 약물의 특수성을 고려해, 현장의 처방 경험, 연구, 실사용데이터를 반영한 다층적 평가 체계를 도입·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재평가서 잇따라 고배… “현장 데이터 반영됐는지 의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6일자로 ‘글립타이드정200mg(성문명 설글리코타이드)’ 전 제조번호에 대해 회수명령을 내렸다. 해당 제품이 임상재평가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앞서 뇌 기능 개선제 ‘아세틸엘카르니틴’과 ‘옥시라세탐’도 같은 이유로 2022년과 2023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수십년간 처방 현장에서 사용해온 약들이었지만 임상재평가를 통해 하루아침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결과를 맞았다.
의료계에서는 질환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일적인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인과 진행 양상이 장기적·복합적인 질환의 경우, 통제된 환경의 단일 무작위 대조임상 결과만으로 약물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실제 진료 현장의 데이터까지 충분히 반영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신경과 A교수는 “잘 설계된 코호트 연구가 환자의 생활 습관이나 다양한 변수를 포함해 약물의 실제 효과를 검증하는 데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인 치매·경도인지장애 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관련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치매 역시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의 약 89%가 알츠하이머 병리와 혈관성 병변이 함께 존재하는 ‘혼합 병리’로 알려졌으며, 뇌 영상 소견과 실제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악화되는 치매 특성상 일정 기간 임상시험만으로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재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요 평가 방법인 인지 기능 평가 도구 역시 환자나 보호자의 주관이 개입돼 미세한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A교수는 “순수한 알츠하이머 환자나 혈관성 치매 환자를 완벽하게 선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규모 의약품 사용 데이터 축적… 함께 검토해야”
의료 현장에서는 ‘다층적 평가’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는 치매와 같은 특수 질환을 재평가할 때 무작위 대조임상뿐 아니라, 장기 코호트 연구와 실제 진료 데이터를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통제된 실험 결과도 중요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처방 데이터와 환자 경과에 대한 분석이 보다 현실적인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작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신경과학회에서 공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해마와 대뇌피질, 편도체 등 기억과 인지에 직결된 주요 뇌 영역의 위축 속도가 유의미하게 지연됐다. 단순 증상 완화를 넘어, 약물이 뇌의 구조적 변화를 늦추는 효과를 MRI를 통해 입증한 것이다.
같은 해 1월 원주세브란스 병원 연구팀이 약 50만명의 대규모 국가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사용한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의 알츠하이머병 치매 전환 위험이 비사용군 대비 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성 치매 전환 위험 역시 17% 감소했으며, 특히 65세 미만 환자군에서는 치매 전환 위험이 22%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신경과 전문의 B교수는 “콜린 제제는 20년 이상 처방되며 방대한 임상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며 “재평가 목적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전략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고도화된 MRI 분석 결과와 대규모 현실 데이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재평가서 잇따라 고배… “현장 데이터 반영됐는지 의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6일자로 ‘글립타이드정200mg(성문명 설글리코타이드)’ 전 제조번호에 대해 회수명령을 내렸다. 해당 제품이 임상재평가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앞서 뇌 기능 개선제 ‘아세틸엘카르니틴’과 ‘옥시라세탐’도 같은 이유로 2022년과 2023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수십년간 처방 현장에서 사용해온 약들이었지만 임상재평가를 통해 하루아침에 시장에서 철수하는 결과를 맞았다.
의료계에서는 질환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일적인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인과 진행 양상이 장기적·복합적인 질환의 경우, 통제된 환경의 단일 무작위 대조임상 결과만으로 약물 효과를 평가하는 방식이 실제 진료 현장의 데이터까지 충분히 반영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신경과 A교수는 “잘 설계된 코호트 연구가 환자의 생활 습관이나 다양한 변수를 포함해 약물의 실제 효과를 검증하는 데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인 치매·경도인지장애 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관련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된다. 치매 역시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의 약 89%가 알츠하이머 병리와 혈관성 병변이 함께 존재하는 ‘혼합 병리’로 알려졌으며, 뇌 영상 소견과 실제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악화되는 치매 특성상 일정 기간 임상시험만으로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재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주요 평가 방법인 인지 기능 평가 도구 역시 환자나 보호자의 주관이 개입돼 미세한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A교수는 “순수한 알츠하이머 환자나 혈관성 치매 환자를 완벽하게 선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규모 의약품 사용 데이터 축적… 함께 검토해야”
의료 현장에서는 ‘다층적 평가’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는 치매와 같은 특수 질환을 재평가할 때 무작위 대조임상뿐 아니라, 장기 코호트 연구와 실제 진료 데이터를 함께 검토하는 방식이다. 통제된 실험 결과도 중요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처방 데이터와 환자 경과에 대한 분석이 보다 현실적인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작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신경과학회에서 공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콜린알포세레이트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해마와 대뇌피질, 편도체 등 기억과 인지에 직결된 주요 뇌 영역의 위축 속도가 유의미하게 지연됐다. 단순 증상 완화를 넘어, 약물이 뇌의 구조적 변화를 늦추는 효과를 MRI를 통해 입증한 것이다.
같은 해 1월 원주세브란스 병원 연구팀이 약 50만명의 대규모 국가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사용한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의 알츠하이머병 치매 전환 위험이 비사용군 대비 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성 치매 전환 위험 역시 17% 감소했으며, 특히 65세 미만 환자군에서는 치매 전환 위험이 22% 낮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신경과 전문의 B교수는 “콜린 제제는 20년 이상 처방되며 방대한 임상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며 “재평가 목적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전략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고도화된 MRI 분석 결과와 대규모 현실 데이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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