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매일 한 개’가 사람마다 효과 다른 이유

입력 2026.04.14 10:19
사과
체질량지수 등 전신 대사 지표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으나 장 유형별 분석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매일 사과 한 개를 먹는 습관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그 효과의 정도는 개인 장내 미생물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인 장 유형에 따라 사과에 포함된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에 반응하는 장내 미생물 대사 능력이 결정된다는 분석이다.

일본 국립농업식품연구기구와 히로사키 대학 공동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통해 장내 미생물 구조가 사과 섭취에 대한 대사 반응을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영양학 프론티어(Frontiers in Nutrition)'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12주간 일본 히로사키 지역에 거주하는 40~65세 성인 38명(남성 24명, 여성 14명, 평균 BMI 23.5kg/m2)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매일 껍질과 씨를 제거한 사과 한 개(약 300g)를 섭취했다. 해당 사과에는 프로시아니딘 176.7mg을 포함한 총 폴리페놀 약 240.6mg과 식이섬유 4.0g이 함유돼 있었다. 연구팀은 16S rRNA 유전자 시퀀싱을 통해 참가자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분석하고 이를 세 가지 장 유형으로 분류했다. 박테로이데스 우세형(ET1) 14명, 루미노코카세 우세형(ET2) 18명, 프레보텔라 우세형(ET3) 6명 등이다.

연구 결과 전체 참가자 집단에서 체질량지수, 공복 혈당, 지질 수치 등 전신 대사 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 유형별 분석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박테로이데스가 우세한 ET1 그룹의 경우 사과 섭취 후 분변 내 단쇄지방산 수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증가한 성분은 아세테이트(초산), 프로피오네이트(프로피온산), 부티레이트(낙산) 등으로 이들은 장 건강 유지와 염증 억제 및 대사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반면 ET2와 ET3 그룹에서는 이러한 유의미한 대사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기능적 변화가 특정 세균의 개체 수 변화 없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비피도박테리움이나 라크노스피라 등 단쇄지방산을 생성하는 균주의 상대적 풍부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이들이 생성하는 대사산물의 양은 ET1 그룹에서만 독보적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다변량 연관성 분석 모델인 MaAsLin 3를 활용해 비만 및 고지혈증 상태와 연관된 5가지 미생물 속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사과 섭취에 대한 반응성은 장내 미생물들이 서로 협력해 대사산물을 만들어내는 교차 공급 기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과 섭취에 대한 대사 반응이 개인의 기초 장 구조에 의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향후 장내 미생물 기반의 정밀 영양학적 식이 처방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대조군이 없는 단일군 시험으로 진행됐고 ET3 그룹의 표본 수가 적어 통계적 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일상적인 식단을 엄격히 통제하지 않았으므로 다른 폴리페놀 식품의 영향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점을 연구의 한계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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