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분만에 8명 필요… 현실은 당직 의사 1명이 전부

입력 2026.04.09 17:15
인큐베이터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미지./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대구에서 쌍둥이 임신부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아이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을 계기로 신생아 중환자 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병상과 장비는 일정 수준 확보됐지만 야간 응급 상황에 대응할 인력이 없어 치료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병상 아닌 인력 문제… 현장 ‘대응 불가’
이번 사태를 두고 응급의료체계 미비, 신생아 집중치료 병상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는 지난 2023년 ‘응급실 뺑뺑이’로 10대 청소년이 사망한 뒤 ‘다중이송전원협진망’을 구축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구 지역 산모·태아 집중치료실 병상은 32개인데, 24시간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주하도록 지정된 권역모자의료센터 2곳(칠곡경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조차 당시 신생아 환자가 꽉 차 병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장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는다. 고위험 산모의 출산은 산모를 전담하는 산과 의사와 신생아를 전담하는 소아과 의사가 동시에 투입돼야 하지만, 야간에 이러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장훈 교수는 “2007년부터 시작된 국가적 지원으로 신생아중환자실(NICU) 병상 수와 장비 등 양적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면서도 “문제는 이를 운영할 인력과 당직 체계”라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36병상 규모의 신생아중환자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사례에 비춰 최소 2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상급종합병원조차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6~7명의 전문의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28주 미숙아 쌍둥이’가 야간에 발생할 경우 현장의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가이드라인상 미숙아 1명당 의사를 포함한 4명의 의료진이 필요해 쌍둥이라면 총 8명이 동시에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밤 시간대에 단 1명의 의사가 당직을 서는 수준이다.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A 교수는 “당직 의사가 다른 응급 환자를 보고 있거나 분만 현장에 투입되면 NICU에 남은 환자를 돌볼 인력이 없어진다”며 “병상이 비어 있어도 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인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생아 중환자 치료… 재난 대응 관점 필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구시는 계명대동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39개에서 48개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경북대병원은 고위험 산모와 태아를 위해 집중치료실 5개 병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과와 소아과 인력 수급 없이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위험 분만과 신생아 치료를 담당할 산과·소아청소년과 인력 기반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어서다. 이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이 20% 수준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신생아 분야를 선택하는 인력은 극히 일부”라며 “산부인과 역시 분만을 담당하는 산과 인력은 줄고 부인과 중심으로 쏠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 리스크 완화든 전문의 처우 개선이든 추세를 바꿀 계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고가 나지 않을 때도 야간에 의료진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하는 ‘대기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A 교수는 “출산율이 낮은 지역에 NICU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응급 상황에 대비한 인력까지 상시로 확보하려면 현재의 수가 체계로는 감당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분야는 일종의 재난 대응 시설로 보고 국가가 전문의 고용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전원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모자의료 전원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권역별로 더 촘촘하게 운영해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장훈 교수는 “중앙모자의료센터의 전원 시스템이 기존 응급의료 체계 안에 통합되면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며 “해당 지역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 직접 전원을 조율하고 배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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