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분만실 10년 새 52.7% 급감
시·군·구 절반 이상 ‘분만 공백’
대한민국 분만 의료 체계 허리를 지탱하던 지역 거점 산부인과들이 생존을 위해 산과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 1963년 국내 최초 여성 전문병원으로 개원해 상징적 존재였던 서울 제일병원이 문을 닫은 지 5년이 지난 현재, 병원들의 연쇄 이탈 현상은 전국적으로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분만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 배상 지원 등 인프라 복구를 위한 대책안을 내놓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만 제기된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인천 계양구 엠앤비여성병원이 최근 관할 보건소에 휴업 신고를 하고 요양병원 전환을 위한 내부 시설 공사에 착수했다. 2003년 개원한 이 병원은 분만은 물론 부인암과 유방외과 등 여성 생애주기 전반의 질환을 다뤄왔다. 특히 질식자궁적출술 분야에서 인천 지역 최다 수준 임상 경험을 보유해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곳이다. 병원은 누적되는 경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024년 2월 분만 진료를 공식 종료했다. 이후 부인과 진료만을 이어오다 지난 2월 휴업 신고를 마치고 노인성 질환 특화 요양병원으로 재개원을 앞두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오는 6월을 목표로 요양병원으로 전환해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벼랑 끝 지역 분만 랜드마크… 수익성 높은 진료로
산부인과 본연 기능을 내려놓고 타 과목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울산 지역에서 한때 최다 분만 기록을 세운 프라우메디병원은 2024년 더프라우병원으로 간판을 바꾸고 정형외과 진료 중심 종합병원으로 변모했다. 같은 해 부산 지역 분만 축이었던 정관일신기독병원과 화명일신기독병원 역시 분만 진료를 중단하고 척추·관절 및 인공신장 센터를 확충하며 생존 전략을 수정했다. 경남 창원 예인여성병원 또한 예인병원으로 재개원해 암 재활 및 검진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들 병원 모두 수익성이 낮고 리스크가 큰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폐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인 과목으로 병원 정체성을 전면 개편했다.
진료과 전환을 넘어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성남 곽여성병원, 서울 성북구 루시나산부인과, 광주 북구 문화여성병원 등 각 지역에서 분만 인프라를 지탱하던 대형 산부인과 병원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문을 닫았다.
◇전문의 42%는 산과 외 진료… 분만 수행은 10곳 중 1곳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산부인과 의원은 1304개소다. 2018년(1320개소) 대비 소폭 감소에 그쳐 수치상으로는 인프라가 유지되는 듯 보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실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 기준 전국 산부인과 의원 1320개소 중 분만 건강보험 수가를 단 1건이라도 청구한 곳은 153개소(11.6%)에 불과했다. 산부인과 간판을 달고도 실제 분만을 수행하는 곳은 10곳 중 1곳뿐인 셈이다.
전문 인력 이탈도 심각하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개설한 전체 의료기관 2291개소 중 42.4%인 1195개소는 산부인과가 아닌 타 과목이나 일반 의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분만실 유지에 따른 고정비와 사고 위험을 감당하기보다 리스크가 적은 진료과로 돌아선 전문의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의원급 분만 의료기관 수는 2014년 376개에서 2023년 178개로 10년 동안 52.7% 급감했으며, 2024년에는 160개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프라 붕괴는 지역별 의료 격차로 이어진다.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분만 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지역은 77곳(30.8%)이며, 1곳뿐인 위험 지역도 60곳(24.0%)에 달한다. 전체 시·군·구 절반 이상(54.8%)이 분만 의료 공백 지대가 됐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인천 계양구 엠앤비여성병원이 최근 관할 보건소에 휴업 신고를 하고 요양병원 전환을 위한 내부 시설 공사에 착수했다. 2003년 개원한 이 병원은 분만은 물론 부인암과 유방외과 등 여성 생애주기 전반의 질환을 다뤄왔다. 특히 질식자궁적출술 분야에서 인천 지역 최다 수준 임상 경험을 보유해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곳이다. 병원은 누적되는 경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024년 2월 분만 진료를 공식 종료했다. 이후 부인과 진료만을 이어오다 지난 2월 휴업 신고를 마치고 노인성 질환 특화 요양병원으로 재개원을 앞두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오는 6월을 목표로 요양병원으로 전환해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벼랑 끝 지역 분만 랜드마크… 수익성 높은 진료로
산부인과 본연 기능을 내려놓고 타 과목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울산 지역에서 한때 최다 분만 기록을 세운 프라우메디병원은 2024년 더프라우병원으로 간판을 바꾸고 정형외과 진료 중심 종합병원으로 변모했다. 같은 해 부산 지역 분만 축이었던 정관일신기독병원과 화명일신기독병원 역시 분만 진료를 중단하고 척추·관절 및 인공신장 센터를 확충하며 생존 전략을 수정했다. 경남 창원 예인여성병원 또한 예인병원으로 재개원해 암 재활 및 검진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들 병원 모두 수익성이 낮고 리스크가 큰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폐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인 과목으로 병원 정체성을 전면 개편했다.
진료과 전환을 넘어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경기 성남 곽여성병원, 서울 성북구 루시나산부인과, 광주 북구 문화여성병원 등 각 지역에서 분만 인프라를 지탱하던 대형 산부인과 병원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문을 닫았다.
◇전문의 42%는 산과 외 진료… 분만 수행은 10곳 중 1곳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산부인과 의원은 1304개소다. 2018년(1320개소) 대비 소폭 감소에 그쳐 수치상으로는 인프라가 유지되는 듯 보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실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살펴보면 2024년 기준 전국 산부인과 의원 1320개소 중 분만 건강보험 수가를 단 1건이라도 청구한 곳은 153개소(11.6%)에 불과했다. 산부인과 간판을 달고도 실제 분만을 수행하는 곳은 10곳 중 1곳뿐인 셈이다.
전문 인력 이탈도 심각하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개설한 전체 의료기관 2291개소 중 42.4%인 1195개소는 산부인과가 아닌 타 과목이나 일반 의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분만실 유지에 따른 고정비와 사고 위험을 감당하기보다 리스크가 적은 진료과로 돌아선 전문의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의원급 분만 의료기관 수는 2014년 376개에서 2023년 178개로 10년 동안 52.7% 급감했으며, 2024년에는 160개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프라 붕괴는 지역별 의료 격차로 이어진다.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분만 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지역은 77곳(30.8%)이며, 1곳뿐인 위험 지역도 60곳(24.0%)에 달한다. 전체 시·군·구 절반 이상(54.8%)이 분만 의료 공백 지대가 됐다.
◇"분만 한 번 100만원, 사고 시 2억 부담"… 정책 실효성 의문
산부인과 기피 현상 핵심 원인으로는 의료 사고에 대한 과도한 법적 책임 부담이 꼽힌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은 "산부인과는 특성상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불가항력적 사고임에도 민·형사 고소가 남발되고 있다"며 "20년 넘게 공부하고 현장을 지킨 의사들이 통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로 범죄자가 되는 현실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러한 리스크 해소를 위해 '의사 배상책임보험 보험료 지원사업'을 가동 중이다. 분만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연 보험료 170만원 중 150만원을 국가가 보조해 최대 15억원까지 배상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배상액 중 최대 2억원까지 의료기관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자기부담금 구조는 여전히 큰 장벽이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분만 건당 약 100만원 수익을 내는데, 2억원 자기부담금을 감당하려면 200명 아이를 단 한 번 사고 없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법안은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마저도 단년도 사업이라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4시간가량을 헤매다 끝내 아이 한 명을 잃고 다른 한 명도 중태에 빠진 사태도 결국 "예견된 참사"라고 일갈했다.
의료계는 분만이 24시간 시설과 인력을 상시 유지해야 하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만큼, 국가가 인프라 유지 비용을 보전하는 별도 수가 체계와 전적인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영국은 국가보건서비스(NHS) 체계 하에서 국가가 의료진 과실에 대해 책임을 지며 소송국이 보상 실무를 전담해 의료진을 법정에 세우는 일을 지양한다. 김재연 회장은 “의사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서도 2억원을 부담시키는 것은 사실상 사고를 강제로 수용하라는 것과 다름없어 의료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분만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의료진 민·형사상 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국가가 보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기피 현상 핵심 원인으로는 의료 사고에 대한 과도한 법적 책임 부담이 꼽힌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은 "산부인과는 특성상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불가항력적 사고임에도 민·형사 고소가 남발되고 있다"며 "20년 넘게 공부하고 현장을 지킨 의사들이 통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로 범죄자가 되는 현실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러한 리스크 해소를 위해 '의사 배상책임보험 보험료 지원사업'을 가동 중이다. 분만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연 보험료 170만원 중 150만원을 국가가 보조해 최대 15억원까지 배상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배상액 중 최대 2억원까지 의료기관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자기부담금 구조는 여전히 큰 장벽이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분만 건당 약 100만원 수익을 내는데, 2억원 자기부담금을 감당하려면 200명 아이를 단 한 번 사고 없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법안은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마저도 단년도 사업이라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4시간가량을 헤매다 끝내 아이 한 명을 잃고 다른 한 명도 중태에 빠진 사태도 결국 "예견된 참사"라고 일갈했다.
의료계는 분만이 24시간 시설과 인력을 상시 유지해야 하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만큼, 국가가 인프라 유지 비용을 보전하는 별도 수가 체계와 전적인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영국은 국가보건서비스(NHS) 체계 하에서 국가가 의료진 과실에 대해 책임을 지며 소송국이 보상 실무를 전담해 의료진을 법정에 세우는 일을 지양한다. 김재연 회장은 “의사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서도 2억원을 부담시키는 것은 사실상 사고를 강제로 수용하라는 것과 다름없어 의료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며 “분만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의료진 민·형사상 부담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국가가 보상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