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자 만나려고 젊은 척”… 2030 男, ‘영포티 거부감’ 느낀다

입력 2026.04.09 14:30
영포티 남녀의 AI 이미지
‘​영포티’​ 남녀의 전형을 나타낸 인공지능(AI) 이미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030세대 남성 10명 중 6명은 ‘영포티(Young Forty)’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한국리서치 ‘영포티 현상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6~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영포티라는 용어를 들어본 응답자 850명 중 50%가 이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특히 2030 남성의 부정적 인식이 두드러졌다. 이들 집단에서는 부정적 응답 비율이 63%에 달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6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젊은 척”… 행동에 대한 반감 커
영포티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복수응답)로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척하는 40대’가 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젊은 세대의 패션·취미·문화를 따라하는 40대’(48%),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는 40대’(41%)가 뒤를 이었다.

연령별 인식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난 부분은 이성 관계와 관련된 항목이었다. 18~29세의 60%는 영포티를 ‘젊은 이성에게 부적절하게 접근하는 40대’로 인식했다. 30대 역시 38%가 같은 답변을 내놓아, 청년층은 영포티를 사회적 관계에서 부적절하거나 위험한 관계를 맺으려는 집단으로 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경제적 기득권을 선점한 세대’와 ‘젊은 층의 정치 성향을 비판하는 세대’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14% 수준에 그쳤다. 경제적·정치적 요인보다는 개인의 행동 양식에 대한 반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로를 ‘가장 부정적 세대’로 인식
세대 간 인식 격차도 뚜렷했다. 40~5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자신들을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세대로 20대를 꼽았다. 반면 18~29세는 40대(35%)와 50대(40%)를 지목했다. 두 집단이 서로를 ‘자신의 세대를 가장 부정적으로 보는 상대’로 인식하는 구조다. 상대 세대의 이해 노력에 대한 평가 역시 가장 낮게 나타나, 이러한 갈등 양상이 영포티 담론으로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영포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40대가 운 좋게 기회를 선점하고 나누지 않는다는 기득권 인식 때문이 아니라 젊은 척하면서 권위를 내세우고 젊은 이성에게 부적절하게 접근하는 행동과 같이 특정 행동 양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레트로 욕망과 세대 규범 충돌
전문가들은 ‘영포티 조롱’ 현상을 세대 간 역할 경계가 흐려지면서 나타나는 갈등으로 본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는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답고, 중년은 중년다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40~50대가 젊은 문화를 모방하면 일종의 ‘세대 규범 위반’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또 “IMF 외환위기 시절을 겪으며 자유를 누리지 못했던 40~50대가 경제적 여유를 얻고 뒤늦게 젊음의 문화를 즐기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른바 ‘레트로 욕망’이 강하다”고 했다. 하지만 MZ세대 입장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동으로 인식되며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양쪽 모두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심리적 방어로, 중년 세대는 여유로 젊음을 회상하고, 청년은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면서도 불공평하게 느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로의 처지를 조금씩 이해하고 배려할 때, ‘조롱의 밈’이 혐오가 아닌 유머로 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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