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글로벌 R&D 투자 1위 수성… 일라이 릴리·노바티스 순위 급등

입력 2026.04.09 13:19

빅파마 10곳 중 6곳 지출 감축… 비만·항암 등 핵심 파이프라인 ‘선택과 집중’ 뚜렷

R&D 투자 순위 표
그래픽=김민선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연구개발(R&D)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건당국 예산 삭감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거절 사례 증가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요 빅파마들은 효율성이 낮은 후보물질을 과감히 정리하고 시장성이 확실한 비만과 항암 분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추세다.

9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된 각 기업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중 R&D 투자 규모 1위는 머크가 차지했다.

머크는 지난해 R&D 투자에 158억 달러를 지출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대규모 인수합병(M&A) 계약이 줄어들며 전체 예산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으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특허 만료에 대비해 연구 인력을 2만4700명까지 늘리는 등 내부 연구소 임상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2위는 147억 달러를 기록한 로슈다. 전체 예산은 6% 감소했으나 KRAS G12C 억제제 디바라십 등 종양학 분야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비만 치료제 시장 글로벌 톱 3 진입을 목표로 CT-388 임상에 화력을 쏟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147억 달러로 3위에 올랐다. 인트라-셀룰러 테라퓨틱스를 146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외부 혁신 도입에는 적극적이었으나, 우울증 및 다발성 경화증 파이프라인이 임상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전체 R&D 지출 규모는 전년 대비 15% 줄었다.

4위 아스트라제네카는 142억 달러를 투자해 상위권 기업 중 드물게 5%의 견조한 투자 증가세를 보였다. 아밀로이드증 임상 실패 등 일부 부침에도 불구하고 자가면역 질환과 유방암 분야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다.

지난해 가장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인 곳은 5위 일라이 릴리다. 비만 치료제 티르제파타이드 흥행에 힘입어 R&D 예산을 전년 대비 21%나 증액한 133억 달러를 집행했다. 릴리는 확보된 현금을 바탕으로 슈퍼컴퓨터 릴리포드를 도입하고 차세대 경구용 비만 약물 오포글리프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위 노바티스는 112억 달러를 투입하며 순위가 세 계단 급등했다. 어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를 120억 달러에 인수하며 신경근육 질환 분야 주도권을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반면 7위 화이자는 104억 달러로 예산을 4% 줄였다. 메트세라 인수로 비만 치료제 라인업을 보강하는 동시에 효율성이 낮은 유전자 치료 포트폴리오는 대거 정리했다.

8위 BMS는 지출을 11% 줄인 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15억 달러 규모 비용 절감을 위해 알눅타맙 개발을 중단하는 등 군살 빼기에 주력했다. 9위 애브비는 전년도 대형 인수합병에 따른 기저효과로 예산이 29% 급감한 91억 달러를 나타냈다.

마지막 10위 사노피는 89억 달러를 기록했다. 예산을 6% 늘렸으나 천식과 COPD 치료제 임상에서 잇따라 실패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사노피 이사회는 폴 허드슨 CEO를 해임하고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며 R&D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5년 투자 트렌드는 무분별한 확장보다 시장성이 검증된 분야로 자본이 쏠리는 양극화가 뚜렷했다"며 "이와 동시에 최근 미국 내 제조 시설 확대 요구, 관세 부과 등 변화하는 정치적 상황도 향후 R&D 전략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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