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탈 때마다 무서워” 17cm 틈 공포… 지하철 발빠짐 주의

입력 2026.04.03 18:40
지하철 틈과 발을 대본 모습 2개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 승강장 3-2 구간의 모습. 고무발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간격은 약 17cm​로 넓은 수준이었다./사진=신소영 기자
최근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에 탑승하려던 승객이 발이 빠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족이 SNS에 올린 글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80대 여성 A씨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 틈에 두 다리가 빠지며 허리 아래가 끼는 사고를 당했다. 스크린도어가 닫히고 열차가 출발하려는 상황에서 주변 승객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하체 전체에 심한 멍이 드는 등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은 사고 지점이 곡선 승강장으로, 다른 역보다 간격이 훨씬 넓어 성인도 발이 빠질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발빠짐’ 사고… 체감 위험 여전
기자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김포공항역 5호선 승강장 곳곳에는 ‘발빠짐 주의’ 스티커와 안내 방송이 반복되고 있었다. 특히 일부 승차 위치(3-2, 3-3칸)는 다른 구간보다 간격이 넓어 별도 안내가 부착돼 있었다. 다만 체감상 간격은 상당히 커 보였으며, 어린이나 고령자의 경우 발이 빠질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었다. 고무발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간격은 약 17cm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측에 해당 역 사고 통계에 문의한 결과, 관계자는 “2024년 기준 보험금 지급 사례는 1건이며 이후 추가 지급 건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금 지급 건수와 실제 사고 발생 건수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고는 특정 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1~6월)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발생한 이용객 발빠짐 사고는 26건으로 집계됐다. 매주 1명꼴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발빠짐 사고는 ▲2021년 51건 ▲2022년 81건 ▲2023년 82건 등 증가 추세를 보였다. 다만 해당 통계 역시 보험금 지급 사례만을 기준으로 하고, 9호선을 비롯해 경의·중앙선, 경춘선, 신분당선 등 일부 노선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에서도 유사한 경험담이 잇따른다. “과거 한 역에서 인파에 밀려 다리가 빠진 이후 트라우마가 남았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 바퀴가 빠질까 늘 불안하다”, “실제로 보면 성인도 그대로 빠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등 불안을 호소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자동안전발판이 설치되면 발판이 자동으로 올라와 발빠짐 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사진=뉴시스
◇“구조적 한계 존재”… 안전설비 확대는 진행 중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반복되는 승강장 발빠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 대책을 추진해왔다. 대표적으로 열차 정차 시 자동으로 올라와 승강장과 열차 사이 틈을 메우고, 출입문이 닫히면 내려가는 ‘접이식 자동안전발판’ 설치를 확대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기준에 따르면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이 10cm를 초과하는 구간은 안전발판 등 보완 조치 대상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자동안전발판 설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2023년 9월 기준, 1~8호선 275개 역 가운데 간격이 10cm를 넘는 승차 위치는 약 3000여 곳에 달했다. 특히 곡선 승강장이 많은 2호선과 3호선에서 이러한 구간이 빈번하게 나타나, 공사는 설치가 가능한 72개 역을 대상으로 도입을 추진해왔다.

다만 이번 사고가 발생한 구간에는 자동안전발판이 설치되지 않고 고무발판만 부착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미 고무발판이 설치된 구간은 자동발판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대신 현재 열차출입문과 바닥 등에 안내 스티커 부착과 음성 안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호선 김포공항역 승강장에 부착된 발빠짐 주의 스티커들./사진=신소영 기자
◇이용자 주의도 중요… “곡선 승강장 특히 유의”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이 발생하는 것은 구조적인 이유가 크다. 곡선 승강장의 경우 직사각형 형태의 열차와 맞물리면서 일부 구간에서 간격이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전동차 한 칸(약 20m)을 기준으로 양 끝은 약 9cm 수준이지만, 중간 부분은 곡선 반경에 따라 최대 20cm 이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설 개선과 함께 이용자 주의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사고 중에는 휴대전화를 보거나 주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 이용 시에는 승하차 순간 발밑을 확인하고, 특히 곡선 승강장에서는 안내 표시와 방송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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