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알츠하이머, ‘폐경’이 결정타… 호르몬 치료가 예방의 열쇠

입력 2026.03.26 22:20
인상쓰고 있는 여자
폐경 직후 혹은 10년 이내에 호르몬 요법을 시작할 경우 알츠하이머 위험을 11%에서 최대 30%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성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노화 자체보다 폐경기에 겪는 호르몬 변화와 밀접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폐경 직후 10년까지 적절한 호르몬 요법이 치매 예방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원인이 제시됐다.

최근 국제 학술지 '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게재된 리뷰 논문에 따르면 신경과학자 리사 모스코니 박사 연구팀은 전 세계 약 5500만 명의 알츠하이머 환자 역학 데이터와 수십 건의 뇌 영상 및 바이오마커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 약 3분의 2는 여성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성별 차이가 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뇌 내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생존을 돕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폐경으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 뇌 에너지원인 포도당 대사율이 낮아지고 알츠하이머 핵심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그와 타우 단백질 엉킴 현상이 가속화된다. 실제 뇌 영상 비교 연구에서 폐경 후 여성은 폐경 전 여성이나 비슷한 연령대 남성에 비해 아밀로이드 베타 침착이 더 많고 뇌 회백질 부피가 감소한 양상을 보였다. 이는 폐경이 뇌 노화의 급격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생식 건강 이력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확인됐다. 특히 45세 이전에 겪는 조기 폐경이나 수술에 의한 난소 제거는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을 단축시켜 치매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초경부터 폐경까지 기간이 짧은 경우도 유사한 위험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중년기에 흔히 보고되는 주관적 인지 저하나 빈번한 안면홍조 등 혈관 운동 증상이 단순한 갱년기 증상을 넘어 뇌 건강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점도 밝혀졌다. 연구팀은 "안면홍조 증상이 심한 경우 뇌 백질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신호와 혈장 내 아밀로이드 수치 악화가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예방 성패는 호르몬 요법의 타이밍에 달려 있다. 연구팀은 폐경 직후 혹은 10년 이내에 호르몬 요법을 시작할 경우 알츠하이머 위험을 11%에서 최대 30%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뇌가 호르몬 변화에 적응하기 전 외부에서 보충해주는 에스트로겐이 강력한 방어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치료 시기를 놓친 6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뒤늦게 시작하는 호르몬 요법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이미 뇌 기능 저하가 진행된 상태에서 투여되는 호르몬은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치매 발병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여성의 알츠하이머 위험은 중년기 신경 및 호르몬 체계의 변화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며 "성별 특화된 생체 지표를 활용해 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고 개인 유전 및 호르몬에 맞춘 정밀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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