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간지럽히면 뇌전증 온다” 정말? [SNS 팩트체크]

입력 2026.03.26 11:14
아기 간지럼 피우는 이미지
적당한 정도의 간지럼은 긍정적인 인체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간지럼으로 웃을 때 엔도르핀이나 도파민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보드라운 아기 볼을 보면 괜히 손이 가고, 꺄르르 웃는 모습에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간지럼은 보호자와 아기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아기를 간지럽힐 때 간지럼이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괴로워서 웃는 것” “간지럼이 뇌에 과부하를 일으켜 손상을 남길 수 있다” 등의 주장이 확산돼 화제가 됐다. 특히 간지럼이 만성 뇌질환인 뇌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더해지며 불안감을 느낀 보호자가 많다. 과연 아기를 간지럽히는 행동이 실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을까. 신경외과·신경과 전문의 의견을 토대로 확인해봤다.

◇간지럼이 뇌전증 일으킬 가능성 희박
취재 결과, 아기를 간지럽히는 행위 자체가 뇌전증이나 뇌 손상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했다. 길병원 신경외과 박광우 교수는 “뇌전증은 전기적 ‘스파크’가 발생해 뇌 전체로 퍼지는 질환인데, 일반적으로 뇌는 흥분을 억제하는 기전이 있어 쉽게 확산되지 않는다”며 “외부 자극이 척추를 거쳐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도 여러 단계의 차단과 조절이 이뤄지기 때문에 몸을 간지럽히는 자극만으로 뇌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호흡부전이 일어날 정도로 간지럽히는 게 아닌 이상 대부분 무해하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숲길신경과의원 한철수 원장 역시 간지럽히는 행위가 뇌전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봤다. 한 원장은 “뇌전증이 발생할 일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간지럽히는 행위에 의해 뇌에 자극이 간다고 해도 말초 신경이나 뇌에 영구적으로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적당한 정도의 간지럼은 긍정적인 인체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간지럼으로 웃을 때 엔도르핀이나 도파민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웃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줄어들고,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의 분비가 늘어난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5분간 웃으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NK세포의 활성화 시간이 5시간 늘어난다. 또한 보호자와의 신체 접촉을 동반한 웃음은 애착 형성과 정서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기 반응 살피며 조절해야
그럼에도 과도한 자극은 피해야 한다는 게 두 전문가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박 교수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강하게 간지럽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한 원장 역시 “신경학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지만, 아이가 괴로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도하게 간지럽히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자극이라도 아기에게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영유아 시기에는 신경세포 간 연결이 빠르게 형성되는 과정에 있어 자극에 대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이는 뇌가 외부 환경에 적응해 가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의 일부다.

한편, 불쾌한 자극인 간지럼이 웃음을 유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의 감각 피질이 자극되기 때문이다. 감각 피질은 촉각·온도·통증 등 외부 자극을 처리하는 부위로, 간지럼 자극이 전달되면 이곳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서 그 반응으로 자동적으로 웃음이 나온다. 성인의 경우 자극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불쾌감을 명확히 표현해 자극을 중단시킬 수 있지만, 아기는 의사 전달 수단이 제한적이라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이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