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인데 인형 좋아해” “침대에 누워만 있네” 핑계로 약물 남용한 요양원

입력 2026.03.24 18:40

[해외토픽]

남성이 약을 먹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미국의 요양원에서 입소자들에게 항정신성 약물을 오남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워싱턴포스트, 메디컬익스프레스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보건복지부 감사관실(OIG)은 현지에 위치한 40개 요양원에 대한 감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일부 요양원들은 항정신성 약물 오남용 사실을 은폐했으며, 환자들의 질환 등급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부적절한 방식으로 조현병을 진단했다. OIG 측은 “일부 요양원이 메디케어(미국 의료보험) 사이트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조현병을 추가 진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일부 요양원 입소자들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항정신성 약물을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약물들은 치매 치료제로 승인되지 않았으며, 낙상, 뇌졸중,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의사들은 이 약물들을 ‘허가 외 용도’로 처방할 수 있으며, 환자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위험한 행동을 보일 때 사용했다.

일례로, 한 요양원에서는 여성 입소자가 인형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항정신성 약물을 처방받았다. 또 다른 요양원의 경우 한 남성 입소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보다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선호한다’며 약물을 사용했다. 일부 요양원 직원들은 감찰 조사관에게 “환자들을 전반적으로 더 쉽게 관리하기 위해 약물을 사용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OIG는 “직원들은 입소자들이 반복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같은 무해한 행동을 할 때도 입소자 관리라는 명목으로 약물을 사용했다”며 “환자를 진정시키거나 다른 환경으로 옮기는 등 다른 방법을 먼저 시도해보지 않고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일부 요양원의 경우 입소자에게 먼저 약물을 사용한 후, 뒤늦게 조현병을 진단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환자 기록지에 약물 복용 여부를 표시해두고, 이에 맞게 의사에게 조현병 진단을 요청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입소자 가족들은 입소자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OIG는 “하루 만에 수십 명의 입소자가 조현병 진단을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미국요양협회(AHCA)는 “특별히 선정된 소수의 요양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전국적인 추세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반면, 노인보건단체 리딩에이지는 “항정신병 약물의 오용과 증상 은폐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