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거부 아이, 억지로 먹였다가 평생 ‘혐오’

입력 2026.03.24 19:40
야채를 거부하는 아이
부모가 아이 앞에서 과일과 채소를 즐겁게 먹는 모습을 자주 노출할수록 아이의 거부감이 줄어들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 입만 먹으면 게임 시켜줄게." 식탁 위에서 흔히 들리는 이 달콤한 제안이 오히려 우리 아이의 식습관을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의 입을 열게 하는 열쇠는 부모의 협박이나 보상이 아니라 부모가 직접 보여주는 즐거운 식사 모습에 있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즈버러 렌카 슈라이버 교수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Nutrients'에 미취학 아동의 과일·채소 섭취를 돕는 부모의 양육 실제를 분석한 척도인 'FVPPQ'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남부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저소득층 281가구를 대상으로 3단계에 걸친 정밀 검증을 진행해 부모의 구체적인 양육 행태와 아동의 실제 섭취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연구팀이 정립한 21가지 지표 중 아동의 채소 섭취량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모델링'이었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과일과 채소를 즐겁게 먹는 모습을 자주 노출할수록 아이의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부모가 직접 올바른 식습관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 백 마디 잔소리보다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또 '아이 중심' 전략도 유효했다. 아이를 장보기에 데려가 직접 채소를 고르게 하거나 세척 및 다듬기 등 조리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성취감을 자극해 자발적인 섭취로 이어지게 했다. 아울러 아이의 손이 닿는 곳에 손질된 과일이나 채소를 상시 배치하는 물리적 환경 조성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반면 억지로 먹이거나 특정 음식을 먹어야만 보상을 주는 '압박' 전략은 채소 선호도를 낮추는 역효과를 냈다. 채소는 과일보다 쓴맛이 강해 아동이 본능적으로 거부하기 쉬운데 이때 가해지는 심리적 압박은 채소에 대한 부정적 각인을 심어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 부모가 압박 전략을 많이 사용할수록 아이의 채소 선호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부모는 아동 식습관 문지기이자 결정권자다. 강요보다는 부모 자신의 식습관을 먼저 점검하고 아이가 식품과 친해질 수 있는 반응형 양육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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