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은 목수보다 의사가 먼저 사용했다

입력 2026.03.20 15:19

[역사 속 건강]

전기톱 이미지
전기톱의 시작은 의외로 의료 현장이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벌목 현장이나 산업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기톱. 절단력이 강해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 시작은 의외로 의료 현장이었다. 18세기 난산을 돕기 위한 수술 도구로 고안한 것이 출발점이다.

당시에는 난산을 해결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이때 시행된 방법 중 하나가 ‘치골결합절개술’이다. 치골결합절재술은 골반 앞쪽의 치골결합을 절개해 산도를 넓히는 수술로, 태아가 빠져나올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로 태아의 머리가 크거나 산모의 골반이 좁은 경우에 시행됐다.

이 수술을 보다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의사 존 에이트겐과 제임스 제프리가 고안한 것이 전기톱의 전신인 ‘체인 톱’이다. 체인 톱은 오늘날의 전기톱과 달리 손으로 작동하는 기구로, 체인 형태의 톱날이 연결돼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비교적 정밀하게 뼈를 절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체인톱은 이후 외과 수술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 19세기에는 절단 수술이나 골격 수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며 의료용 절단 기구로 자리 잡았다. 다만 20세기 들어 수술 및 마취 기술이 발전하고 보다 정교한 기구가 등장함에 따라 점차 의료 현장에서 사라졌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체인톱 대신 초음파 절삭기 등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장비가 사용된다.

보행 장애나 만성 통증 등 후유증 발생 위험이 큰 치골결합절재술 역시 거의 시행되지 않는다. 대신 보다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분만 방법인 ‘제왕절개’가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제왕절개는 산모의 복부와 자궁을 절개해 태아를 꺼내는 수술로, 자연분만이 어려운 경우에 시행된다. 과거에는 감염과 출혈 위험이 높아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항생제와 수혈, 마취 기술의 발전으로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한편, 학계에서는 전기톱을 의료 기술이 산업 기술로 확장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도구에서 출발했지만, 기술적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다른 산업 영역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