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하니 벌레가 툭… 콧속에서 ‘파리 유충’ 키운 50대 女, 무슨 일?

입력 2026.03.20 10:57

[해외토픽]

유충과 재채기하는 여성
사람의 코안에서 파리 유충이 성장하고 번데기까지 형성된 사례가 보고됐다./사진=CDC,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의 코안에서 파리 유충이 성장하고 번데기까지 형성된 사례가 보고됐다.

그리스 아테네 국립 카포디스트리아대 의과대학 의료진에 따르면, 지난 9월 그리스의 한 섬에서 58세 여성이 양들이 풀을 뜯는 들판에서 일하던 중 파리 떼의 습격을 받았다. 그는 얼굴로 달려든 파리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일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그다음 주부터 윗턱에 점점 심한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기침이 3주간 지속됐다.

그러던 10월 15일, 그는 재채기를 하다가 코에서 벌레 유충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았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그의 코를 자세히 관찰했고, 이후 유충을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그 결과, 10여 마리의 유충과 하나의 번데기가 그의 코에서 나왔다. 제거된 번데기 조각은 약 10mm, 유충은 15mm~20mm 크기였다. 환자는 수술 후 코막힘 완화제를 투여받고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그의 코에서 발견된 벌레의 정체는 해당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쇠파리(Oestrus ovis)’라고 밝혔다. 양쇠파리는 양콧등파리로도 불리며, 주로 양과 염소의 비강과 부비동에 기생한다. 축산업에 피해를 주는 주요 기생충 중 하나로, 일반적인 파리와 달리 알을 낳지 않고 비행 중에 양의 콧구멍 근처에 직접 살아있는 유충을 뿌리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양과 염소를 사육하는 거의 모든 지역에 분포하며, 특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모로코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발생률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이나 대만 등지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통상적으로 양쇠파리 유충이 사람의 눈이나 코에 침투하더라도, 인체의 강력한 면역 체계와 점액에 가로막혀 대부분 1단계 유충 상태에서 사멸하거나 조기에 제거된다. 그러나 이번 환자의 경우 비중격 만곡증이라는 신체적 특징이 변수가 됐다. 휜 코뼈 사이에 형성된 좁고 깊은 공간이 유충에게 면역 세포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한 것이다. 덕분에 유충들은 고사하지 않고 성충 직전인 3단계 유충을 거쳐 번데기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우리 몸에서 양쇠파리 유충이 번데기까지 자라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져왔다. 체내 부비강 환경이 번데기 형성에 필요한 온도와 습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숙주의 분비물과 면역 반응, 상주 미생물 등이 번데기의 발달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유류의 부비강에 갇힌 유충은 대개 번데기가 되지 못한 채 건조·액화·석회화 과정을 거치며 사라지고, 때때로 세균성 이차 감염만을 일으킨다.

의료진은 “환자의 비중격 만곡증으로 인해 번데기가 코안에서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이 사례가 양쇠파리가 인간 몸속에서 생애 주기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하는 진화한 적응의 초기 징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번 사례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행하는 학술지 ‘Emerging Infectious Diseases’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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