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구축… 신약 개발 전 과정 혁신

입력 2026.03.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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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파 마밀리 로슈 최고 디지털 및 기술 책임자(CDTO)는 "로슈의 과학적 전문성과 컴퓨팅 파워를 결합해 의약품 제공 방식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사진=로슈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AI 팩토리'를 출범한다. 이번 협력은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제조, 진단 솔루션 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에 인공지능(AI)을 내장해 의료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로슈는 최근 엔비디아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엔비디아 최신 블랙웰 그래픽 처리 장치(GPU) 2176개를 추가 확보했다. 이로써 로슈가 보유한 GPU는 총 35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는 현재까지 글로벌 제약업계가 공개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AI 공장 중 최대 규모다. 고성능 GPU는 미국과 유럽 전역의 로슈 사업장에 배치돼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슈퍼컴퓨팅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로슈는 AI 팩토리를 통해 사업 전반의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엔비디아 바이오니모 플랫폼을 활용해 자회사 제네테크 '랩 인 더 루프(Lab-in-the-Loop)' 전략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생물학 및 화학 실험 데이터를 AI 모델과 연결해 대규모 가설 검증과 미세 질병 패턴 감지를 가속화한다.

제조 공정에는 엔비디아 옴니버스 라이브러리를 도입해 실제 생산 라인을 가상 세계에 복제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다. 엔지니어들은 이를 통해 공정 설계와 공장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다. 진단 분야에서는 가속 컴퓨팅과 파라브릭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셋에서 통찰을 도출하며, 디지털 헬스 영역에서는 네모 가드레일 기술을 적용해 안전한 의료용 대화형 AI 서비스를 보장할 계획이다.

와파 마밀리 로슈 최고 디지털 및 기술 책임자(CDTO)는 "의료에서 시간은 가장 중요한 변수이며 단 하루라도 시간을 아끼면 환자에게 혁신적인 약과 진단 치료가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며 "로슈의 과학적 전문성과 컴퓨팅 파워를 결합해 의약품 제공 방식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격돌하고 있다. 표적에 결합하는 새로운 분자를 찾기 위해 수백 개의 GPU가 필요할 만큼 연산량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일라이 릴리 행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릴리는 올해 1월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공동 혁신 연구소 설립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1016개의 GPU로 구성된 슈퍼컴퓨터 '릴리팟(LillyPod)'을 공개했다. 릴리는 당뇨 및 비만치료제 티르제피타이드 성공으로 제약사 최초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으며 AI 슈퍼컴퓨터가 산업 특유의 경기 변동 주기를 극복할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기업의 경쟁은 한국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로슈가 지난 3일 한국에 5년간 4억8400만 달러(약 71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자, 릴리 역시 지난 9일 한국에 5년간 5억 달러(약 74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글로벌 기업들의 굵직한 투자 행보에 국내 바이오 생태계도 경쟁력 제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글로벌 픽마마들의 굵직한 투자 행보에 국내 기업들의  산업 혁신 역량과 신약 개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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