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칼로리 계산보다 '감정 관리'가 먼저일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순간적인 감정이 건강한 식단을 무너뜨리는 핵심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연구진은 감정 상태가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의 간식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성 150여 명을 대상으로 7일간 조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온라인 간식 일지를 작성하며, 간식을 먹기 직전에 느낀 감정과 실제로 먹은 음식 종류를 기록했다.
분석 결과, 식단을 제한하고 있던 여성들은 스트레스나 우울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초콜릿, 과자, 감자칩처럼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간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았다. 기분이 좋을 때와 비교하면, 기분이 나쁠 때 건강하지 않은 간식을 거의 두 배 가까이 더 먹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심리학자 아이작 윌리엄스 박사는 "평소 성격이나 전반적인 기분보다, 음식을 먹기 직전의 즉각적인 감정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인가'보다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가 더 중요했다는 뜻이다. 특히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은 전체 섭취량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음식 선택이 고열량·저영양 식품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장기적인 감정적 성향은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동 저자인 에바 켐프스 교수는 "평소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는 성향 자체가 다이어트 실패를 예측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핵심은 감정의 빈도가 아니라, 바로 그 순간의 정서적 상태였다.
연구진은 감정 조절 능력도 함께 살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는 일반적인 전략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또렷하게 알아차리고 이해하는지, 즉 '감정 인식 능력'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을 먹기 전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는 습관이 충동적인 간식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참가자들은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행복하거나 들뜬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건강식과 비건강식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간식 섭취량이 늘어났다. 흔히 슬플 때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기분 역시 과식을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복잡한 방법보다 간단한 실천을 권한다. 간식을 먹기 전 잠시 멈춰 서서 '지금 나는 어떤 기분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묻거나, 짧게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동적인 선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음식의 질과 선호(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