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복하고 작가 된 17년 차 대기업 부장[아미랑]

<아미랑 인터뷰>

암 진단은 삶을 한순간 멈추게 합니다. 사회에서는 17년 차 대기업 부장으로, 집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로 쉼 없이 달려오던 용석경(45〮·수원시 영통구)씨의 일상도 예상치 못 한 유방암 진단 앞에서 멈췄습니다. 그러나 유방암을 극복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자양분 삼아, 책을 출판하며 암 경험자들에게 큰 힘이 돼주고 있습니다. 유방암을 이겨내며 더 단단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
용석경씨가 처음 몸에 이상을 느낀 건 2020년 10월입니다. 샤워하다 우연히 왼쪽 가슴에 평소와는 다른, 딱딱한 멍울이 잡히는 걸 느꼈습니다.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유방암 2기였습니다. 2.3cm 크기의 종양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림프절 전이는 없었습니다.

암을 진단받던 그 당시, 용석경씨는 마흔 살이었습니다.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암 진단을 받기 1년 전, 시어머니가 유방암을 진단받았을 때도 그저 남의 이야기일 줄 알았습니다. 용씨는 ‘암이라는 복병이 삶의 모든 것을 빼앗기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며 도무지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배가 좌초된 상황에서 신을 향해 “왜 하필 저입니까!”라고 외치자, 하늘에서 “왜 넌 안 되는데?”라고 답하는 내용의 두 컷 만화를 접했습니다. 교통사고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듯, 병도 사람을 가려서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용씨는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암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과 남편을 위해 암을 이겨내기로 다짐했습니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지 한 달 뒤인 2020년 11월, 유방암 치료제인 입랜스와 타목시펜·졸라덱스로 선 호르몬 임상 치료를 4개월간 진행했습니다. 2021년 3월, 왼쪽 유방의 일부만 절제하는 ‘유방 부분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암제(도세탁셀,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를 3주 간격으로 4번 투여했습니다. 그 후, 방사선 치료도 23회 시행했습니다.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2021년 9월 일상에 복귀했습니다.

두려움 이기게 해준 ‘자조모임’
용석경씨가 암 투병 과정에서 견디기 가장 힘들었던 건 항암 치료 부작용이었습니다. 항암 치료 차수가 거듭될수록 몸에 생기는 변화는 뚜렷해졌습니다. 입안이 퉁퉁 부어 음식이 살짝이라도 스치면 캡사이신처럼 매웠으며 모든 음식이 모래알을 씹는 느낌이 들며 식욕도 저하됐습니다. 부기 때문에 하루 만에 체중이 3kg 늘어나며 얼굴이 호빵맨처럼 부어오르기도, 진통제를 먹어도 말초신경통증은 수시로 찾아오며 예민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항암 약발이 받는 만큼 몸이 힘들다’는 말로 스스로를 세뇌하며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은 약으로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거듭되는 항암제 부작용으로 피폐해진 몸의 고통은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견뎌내야지’라던 마음다짐이 점점 약해지며 어느 순간부터는 ‘과연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치료를 마친 뒤에 내가 이 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용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예상하지 못 했던 부작용이 지속되고 암 진단 전후로 일상이 바뀌며 고립감도 커졌다”며 “우울함은 더 하향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불안정한 심리를 붙잡아준 것은 자조모임이었습니다. 유방암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던 용석경씨는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받고자 유방암 환우들이 모인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유방암을 겪었던 선배 환자와 소통하며 위로를 받으며 삶의 의지도 다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암이라는 아픈 경험을 공유한 연대감으로 치료 과정에서 마음이 약해지거나 선택의 순간에서 고민이 생길 때마다 따뜻한 위로의 한 마디는 큰 힘이 됐으며, 덕분에 용 작가는 회복에 더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암 환자’가 아닌 ‘암 생존자’로 일터로 복귀
용석경씨는 암 진단 전까지만 해도 한 직장에서 17년간 일하던 대기업 부장이었습니다. 승진을 4개월 앞두고 암 치료를 위해 휴직해야 했던 용씨는 일을 통해 성장과 보람을 느끼던 사람이었습니다. 휴식 제도가 잘 갖춰진 회사 덕분에 복직을 하는 것에는 감사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하지만 1년의 휴직을 마친 뒤 암 경험자로서 돌아간 일터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치료를 이어가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을 하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합니다.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음이 점차 회복됐습니다.

우리나라 19명 중 한 명은 암 경험자입니다(국가암등록통계).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4%로 꾸준히 상승하며, 암 이후의 삶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암 경험자의 30.5%만 사회로 복귀합니다. 이는 미국 63%, 영국 84%, 일본 70%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 겪은 후유증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암 경험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도 무시 못 합니다. 용석경씨 역시 “의학적인 치료가 끝났다고 다시 이전의 몸과 마음으로 바로 돌아가지는 않았다”며 “암 경험자로서 새롭게 마주하는 삶은 마치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기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암 경험자에 대한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할 때입니다. 암 환자가 아닌 ‘암 경험자’ 혹은 ‘암 생존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동정의 대상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치료로 인해 생긴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보호 장치를 비롯한 사회 복귀를 위한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제도 뒷받침도 뒤따라야 합니다.

용석경씨는 지금까지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2025년 10월, 유방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매년 1회씩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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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을 극복한 용석경 작가./사진=헬스조선DB
<용석경씨>

-책을 출간하셨다고요?

“암 진단받고 3개월 후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암 치료를 하면서 생기는 궁금증을 ‘정확하고 간소하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내 병은 내가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보 위주의 글을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정보를 나누려고 한 건데, 차츰 같은 상황의 환우를 넘어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블로그에는 투병일지, 부작용 극복법, 암 프로그램 등 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정리했습니다. 그러다가 ‘유방암이지만 괜찮아’,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유방암 진단 및 치료 순서, 치료받으며 겪은 시행착오와 팁, 경험을 기반으로 한 용기 한 마디 등을 에세이로 담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것들이 있고, 표준 치료가 끝난 뒤에는 모든 것이 온전히 환자의 몫입니다. 암 이후의 삶을 조금은 덜 힘들고 외롭게 살아나기 바라는 마음에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암 극복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암을 극복하면서 가장 절실히 체감했던 것은 마음가짐의 중요성입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하기보다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치료를 이겨내고 일상을 보내는 힘이 더 생겼습니다. 그럴 때마다 환우들과 소통하며 힘을 얻었습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챙겨 먹었습니다. 특히 생선이나 닭고기와 같이 식물성 단백질도 매 끼니 챙겨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족의 사랑도 암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남편이 녹내장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대신해 두 아이를 돌봐주며 제 건강관리도 담당해줬습니다. 또한 수술 직후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제가 어쩔 수 없이 일을 쉬게 되니까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혼자 노력해준 부분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암 진단 전의 제 삶은 여유가 없는 삶이었습니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으로, 모든 방면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잠을 줄여가며 새벽까지 일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이제는 제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며 에너지를 비축하려고 노력합니다. 일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몸이 피곤하거나 어지러우면 휴식을 취합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며 스스로 토닥이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제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지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 중에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암 진단 전만 해도, 승진이나 어학 점수 등과 같은 목표를 달성해야 행복을 느끼는 성격이었는데 이러한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책이 언급한 행복처럼, 소소한 행복을 찾아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면서 소소한 웃음과 행복으로 채워진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또 ‘나눔’이라는 키워드도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물질적인 기부뿐만 아니라 경험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 역시 기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암을 이겨내며 겪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건강과 나눔을 키워드로 새로운 책을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도 암과 싸우고 있는 분들께 한마디.
“암은 삶을 멈추게도 하지만, 동시에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암 치료 성적과 예후를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치료 시작 전부터 겁을 내고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인생에서 어려움은 항상 생깁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저처럼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암 이후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오늘도 선물 같은 하루가 시작됐습니다’고 외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암 경험자는 그 힘든 시간과 과정을 다 이겨내신 만큼, 두 번째 삶이 ‘선물’과 같을 겁니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귀하고 소중하니 조금만 용기를 내어 소중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세요.”

✔ 암 극복을 위한 필수 지침, 아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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