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밀의료 첫 관문 막혀”… 의료계, ‘NGS’ 선별 급여 확대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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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이유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사진=오상훈 기자
암 정밀진단의 핵심 도구로 꼽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의 건강보험 접근성이 후퇴하면서,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 주최로 열린 ‘암 정밀의료 향상을 위한 NGS 급여 확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NGS가 암 환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본인부담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선별급여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NGS는 수백 개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치료 표적을 찾는 통합 유전자 검사다. 일부 암종에서는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검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표적 치료제나 임상시험 참여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전성 암을 조기에 발견해 가족의 생존율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대부분의 고형암에서 NGS가 치료 전략 수립의 출발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진행성 유방암의 경우 국제 진료지침에서 치료의 첫걸음으로 유전체 프로파일링을 권고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는 2023년, 폐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종에서 NGS 본인부담률이 기존 50%에서 80%로 높아져 검사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부담률이 높아진 이후 유방암 환자의 NGS 검사 시행률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는 데이터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는 공공보험 환자를 포함해 진행성 암 환자라면 보험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 NGS 프로파일링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NGS를 시행하고, 질 관리도 매우 엄격한 나라인데 접근성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유영 교수는 치료제는 지원하면서 이를 적용하려면 필수적인 검사는 지원하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난소암은 대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돼 재발 위험이 높지만, 표적 치료제 도입으로 치료 성과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문제는 이 치료제를 쓰기 위한 전제 조건인 유전자 검사가 환자 부담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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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난소암 환자의 약 50%에서 나타나는 HRD(상동재조합결핍) 양성 여부는 PARP 억제제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이 교수는 “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이를 판단하는 검사는 급여 접근성이 떨어져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이는 명백한 제도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혈액암에선 NGS가 곧 진단 기준이라는 게 연세암병원 혈액암센터 정준원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혈액암에서는 유전자 돌연변이 자체가 진단명”이라며 “급성백혈병은 ‘어떤 유전자를 가진 백혈병’이 공식 병명인데 유전자 검사가 없으면 진단과 위험군 분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세대염기서열검사라는 용어 때문에 과도한 검사라는 오해가 있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하나씩 하던 유전자 검사를 패널로 묶은 표준 검사”라며 “고형암에서 영상검사로 병기를 정하듯, 혈액암은 NGS로 위험군과 재발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선별 급여가 아니라 필수 급여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NGS의 임상적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본인부담률 조정이나 급여 확대를 위해서는 치료 효과성과 비용효과성에 대한 근거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전략실 선별급여평가부 김미선 부장은 “NGS는 임상 근거와 비용효과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조건부 선별급여로 도입된 측면이 있다”며 “현재 레지스트리 개선과 연구를 통해 치료 연계 효과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