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피부 이용한 천공지 피판 김연환 센터장이 국내 최초 도입 생착률 높고 재건 피부 확보에 용이
의사 간 소통으로 재건 전략 수립 수술 시간 단축해 환자 부담 최소화
질환이나 사고로 인해 신체 일부가 소실되는 경우가 있다. 두경부암 환자가 종양을 절제하며 얼굴 뼈, 입천장, 혀, 안면 피부 등을 도려내는 게 한 예다. 이러한 환자를 위해 등장한 것이 '재건술'이다. 자신의 신체 조직을 활용해 소실된 부위를 복원하는 수술이다. 다른 병원에서는 "완전히 절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 환자들의 발을 여럿 살린, 한양대병원 재건·복원 센터 김연환 센터장(성형외과 교수)을 만나 재건술의 발전에 대해 들었다.
김연환 센터장이 하지 재건을 위해 옆구리 피부를 활용한 천공지 피판술을 집도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재건은 단순 미용 아냐… 질환 치료에도 중요
조직 소실 범위가 크면, 다른 부위의 뼈·피부·근육을 채취해 이식하는 '유리 피판(遊離 皮瓣)'이 필요하다. 유리 피판 중 가장 발전한 형태가 바로 '천공지(穿孔枝, 피부에 연결된 가는 혈관 줄기) 피판'이다. 천공지 피판은 채취하는 조직이 얇아 자연스러운 이식이 가능하고, 천공지를 이식부에 연결하는 덕에 생착률도 높다. 김연환 센터장은 국내에 처음으로 옆구리 피부를 이용한 천공지 피판 이식 기법을 도입했다. 그는 "발가락, 얼굴, 목은 피부를 두껍게 이식하면 부자연스럽거나 생활이 불편할 수 있어 천공지 피판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건술로 두경부암·유방암·외상 수술 후의 외모 변화를 최소화하고, 당뇨발이나 골수염이 심한 신체 부위를 완전히 절제하는 대신 최대한 보전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이 과거 수술했던 한 환자는 허벅지에 생긴 만성 골수염이 낫지 않아 다리를 절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김 센터장이 1년 8개월간 20차례의 수술을 집도한 끝에 다리 절단 없이 완치했다. 등산도 거뜬히 다닌다.
김연환 센터장은 "골수염 환자는 뼈의 염증과 괴사한 피부 조직을 제거한 다음 건강한 피부를 덮어줘야 염증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 두 시간 안팎으로 가능… 문턱 낮아져
김연환 센터장은 더 나은 수술 기법을 계속해서 고민한다. 피판술에 쓸 피부는 보통 허벅지 외측이나 사타구니 그리고 하복부에서 채취해 가져온다. 흔히 사용되는 부분은 아니나 김연환 센터장은 2008년부터 겨드랑이 아래의 옆구리 피부를 애용해왔다. 몸 다른 곳의 피부보다 안면 피부와 색이 비슷하고, 조직을 채취한 다음에 남는흉터가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가, 확보할 수 있는 피부 양이 많기 때문이다.
수술 시간 단축 역시 그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원래 재건 수술은 평균적으로 6~8시간이 필요한 대수술이다. 그러나 세 시간 이내로 수술을 끝내면 마취 시간이 줄어 환자의 폐와 심장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감소하고, 환자 회복도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연환 센터장은 "두경부암 재건은 처치해야 할 곳이 많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수 있지만, 당뇨발이나 다리 골수염 등에 필요한 하지 재건은 보통 두 시간 안팎으로 수술을 끝낸다"며 "과거처럼 수술에 한나절이 걸리지는 않으니 질환·사고로 신체 모습이 이전과 달라진 것이 불편하다면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아보라"고 말했다.
환자 최적 치료 위해 다른 의사와 늘 소통
재건 수술은 다학제 협진이 필수다. 혈관이 이미 막혀 있거나 딱딱하면 영상의학과와 심장내과 협진을 통해 천공지를 연결할 혈류부터 확보해야 한다. 이 밖에도 당뇨발과 하지 재건은 정형외과, 두경부암은 이비인후과, 유방암은 유방내분비외과가 개입한다. 수술 이후 재활과 염증 관리에는 재활의학과와 감염내과의 손길이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같은 과 의사끼리의 협진도 추진한다. 한국 병원은 보통 환자 한 명당 특정 과의 교수 한 명이 배정된다. 그러나 김 센터장이 연수를 다녀온 영국 로열런던병원 외상센터는 하나의 과 안에서도 교수를 여러 명 배정해 환자의 수술법을 의논하게 한다. 그는 "이 시스템을 한양대병원 재건·복원 센터에도 도입해, 성형외과 다른 교수의 수술에 내가 참여하기도 하고, 내 수술에 다른 교수가 참여하기도 한다"며 "사람의 몸은 다 달라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재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김연환 한양대병원 재건·복원 센터장.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재건 주치의에게 '이 말'은 꼭 하세요.]
한양대병원 재건·복원 센터 교수들이 진료실에서 물어보길 권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①김연환 센터장(상·하지 및 당뇨발, 두경부암 재건)
수술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되느냐고 물어보라. 수술 소요 시간을 통해 집도의의 수술 경험과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몸 어느 곳에서 이식용 조직을 채취할 것인지,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나 불편함이 무엇인지도 확인하라.
②장란숙 교수(하지 및 당뇨발 재건)
원래 몸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우선인지, 신체 기능 유지가 우선인지 주치의에게 말하라. 당뇨발이 심해 발뒤꿈치까지 제거해야 하는 환자로 예를 들면, 미용적 측면에서는 절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맞겠지만, 기능적 측면에서는 무릎 아래까지 절단하고 의족을 할 때 더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다. 발뒤꿈치만 남긴 발은 체중 부하를 견디기 어려워서다.
③김지영 교수(유방암 재건)
재건 수술 후에 가슴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 주치의에게 명확히 요구하라. 수술 전 원래의 가슴 모양과 비슷하게 할 것인지, 이전보다 크게 재건할 것인지 등을 알리면 주치의가 수술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