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깨는 갱년기 불면, ‘이 운동’이 해법

박모(57)씨는 일상에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최근 몇 달 동안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낮에는 집안일과 손주 돌보기로 정신이 없어 밤이 되면 온몸이 피곤한데도, 정작 잠은 쉽게 들 수가 없었다. 잠자리에 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새벽 3~4시쯤이면 번번이 잠에서 깨는 일이 반복됐다. 피로가 누적돼 점점 짜증이 늘거나 의욕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스트레스 탓이라 여겼지만, 증상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갱년기 이후 호르몬 변화로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심박수가 오르는 게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땐 호흡에 집중하는 운동으로, 교감신경을 안정화해야 한다.

◇갱년기에 날뛰는 교감신경, 불면 유발해
40~60대 중년 여성은 갱년기 증상으로 불면증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2024년 한국리서치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 갱년기 증상 경험자 47.8%가 불면증을 겪었다. 이중 64.9%는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정도로 심한 불편을 호소했다. 갱년기는 폐경 전후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면서 심신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말한다. 수면 장애 뿐만 아니라 안면홍조, 발한, 관절통, 불안,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불면증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 마음가짐이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체온 조절, 심박수, 수면 리듬을 관장하는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해진다. 밤이면 몸을 각성하는 교감 신경 활성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과도하게 활성화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려 잠들기 어려워진다.

◇'호흡'에 집중하면 잠들 수 있어
‘호흡법을 통한 부교감 신경 활성화’로 불면증을 개선할 수 있다. 부교감 신경은 교감 신경과 반대로 몸을 이완시키는 자율신경계로,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다. 호흡법 중 특히 4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7초간 숨을 참고, 8초간 숨을 내뱉는 '478 호흡법'은 심박수를 낮추고 신경계를 안정시켜 수면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2015년 미국 애리조나대 앤드류 웨일 박사에 의해 알려졌다.

웨일 박사는 숨을 들이쉬는 것보다 더 오래 많이 내쉬면 몸속 산소 수치는 올라가고 이산화탄소 수치는 감소하는데, 체내 산소량이 많아지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다. 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촉진되는데, 세로토닌은 숙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으로 전환된다.

실제 태국 촌부리 부라파대 보건과학학부 연구팀이 19~25세 43명을 대상으로 478 호흡을 6번 3세트 동안 실천하도록 했다. 각 세트 사이에는 1분간 정상적으로 호흡했다. 그 결과, 평소 수면 부족이없었던 사람은 심장박동수와 혈압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수면 시간 늘리는 호흡 운동' 따라 하기

▶동작=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에 앉거나 누운 자세를 취한다. 척추를 곧게 세우고, 어깨 힘을 내려 긴장을 푼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한다. 코로 4초 동안 깊게 들이마신다. 이때 배가 부풀어오르는 게 느껴져야 한다. 숨을 멈추고 7초간 유지한 뒤, 입술을 살짝 벌린 뒤 8초 동안 천천히 내쉰다. 긴장이 빠져나가듯 부드럽게 호흡을 진행한다. 1회 종료 후 다시 반복한다.

▶운동 횟수와 휴식 시간=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1회로, 10회 반복한다. 자기 전 2~3세트 진행한다. 초보자는 5회 반복부터 시작해 점차 횟수를 늘린다.

▶주의해야 할 때=고혈압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호흡을 무리해서 길게 참지 않는다. 어지럼증이 생기면 즉시 중단하고, 처음에는 ‘2-4-6 호흡’으로 연습한다. 누운 상태에서 수행하다 졸음이 오면 그대로 잠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