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약史] 겔포스
<편집자 주>
우리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유명한 약이라면 효능·적응증 정도는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겁니다. 설사 모르더라도 약에 동봉된 사용설명서를 읽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효능·적응증 이외의 정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를테면 약 이름에 담긴 뜻이나, 약의 개발 비화, 약을 만든 인물 또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말입니다. [우리 약史]가 이처럼 설명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립니다. 약의 역사(史)뿐 아니라, 약을 개발한 회사(社)나 약과 관련된 다소 사(私)적인 이야기도 다룹니다.
우리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유명한 약이라면 효능·적응증 정도는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겁니다. 설사 모르더라도 약에 동봉된 사용설명서를 읽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효능·적응증 이외의 정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를테면 약 이름에 담긴 뜻이나, 약의 개발 비화, 약을 만든 인물 또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말입니다. [우리 약史]가 이처럼 설명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려드립니다. 약의 역사(史)뿐 아니라, 약을 개발한 회사(社)나 약과 관련된 다소 사(私)적인 이야기도 다룹니다.
젊은 남성 서너 명이 술자리에 모여 앉아 숙취해소제를 나눠 먹으며 결의를 다진다. 숙취를 예상이라도 한 듯 제법 표정이 비장하다. 옆 테이블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50대 영업부장 김 씨가 나직이 말한다. “저 나이 때 나도 위장약 깨나 먹었지….”
오늘날 숙취해소제는 맛도 모양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음료나 환약(丸藥)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엔 짜먹는 제품이 인기다. 그런데 사실 음주 전 짜먹는 약으로는 원조격인 제품이 따로 있다. 1970년대에 나온 위장약 ‘겔포스’다. 엄밀히 말해 숙취해소제는 아니고 숙취해소 효과가 입증된 것도 아니지만, 음주 전에 먹으면 위 점막을 보호해준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실제 과거 영업사원들의 안주머니에는 겔포스가 필수품처럼 들어있었다고 한다.
◇유럽 공장 시찰 중 눈길… 기술제휴 통해 들여와
1969년 보령 창업주 김승호 회장은 해외 제약 시장을 시찰하기 위해 출장길에 나섰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그는 프랑스 방문 중 현지 제약사 비오테락스가 생산 중인 한 제품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바로 ‘포스파루겔’이라는 짜먹는 위장약이었다.
이 약은 오랜 시간 제약업에 몸 담아온 김 회장에게도 생소한 제품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때 국내는 대부분 약이 알약이나 가루약 형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포스파루겔은 복용 편리성과 약효를 앞세워 전세계 10억 포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었다. 김 회장이 이를 알고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았을 터. 포스파루겔의 가능성을 예견한 그는 비오테락스와 협상에 나섰고, 오랜 교섭 끝에 1972년 3월 기술제휴 협약을 맺으며 겔포스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겔포스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건 그 후로 3년이 더 지나서다. 이는 보령이 겔포스 출시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시도 위장약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약 중 하나였다. 여러 제약사들이 소화기 약 개발에 뛰어들었고, 관련 시장 경쟁이 치열했다. 보령은 직접 유럽에서 들여온 겔포스에 많은 기대를 걸었으며,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국내에 처음으로 짜먹는 위장약을 선보였다.
◇공장 24시간 가동해도 공급량 못 따라가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이었지만 출시 첫해 매출은 6000여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약 4년 만에 10배가 넘는 10억원대 판매고를 달성했다. ‘겔포스가 위벽을 감싸 줘 음주 전에 먹으면 위를 보호한다’고 입소문이 나면서다.(여기서 잠깐, 음주 전에 제산제인 겔포스를 먹으면 위 점막이 보호될 수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숙취해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과음엔 백약이 무효다)
이후로도 겔포스 판매량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당시 보령제약 안양 공장을 밤새 가동해도 공급량이 부족할 정도였다고 한다. 1980년대 광고 모델로 당대 최고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 배우들을 기용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대강 짐작해볼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에도 수출됐다. 국산 약 중 중국에 처음 진출한 약도 겔포스였다.
오늘날 숙취해소제는 맛도 모양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음료나 환약(丸藥)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요즘엔 짜먹는 제품이 인기다. 그런데 사실 음주 전 짜먹는 약으로는 원조격인 제품이 따로 있다. 1970년대에 나온 위장약 ‘겔포스’다. 엄밀히 말해 숙취해소제는 아니고 숙취해소 효과가 입증된 것도 아니지만, 음주 전에 먹으면 위 점막을 보호해준다고 알려지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실제 과거 영업사원들의 안주머니에는 겔포스가 필수품처럼 들어있었다고 한다.
◇유럽 공장 시찰 중 눈길… 기술제휴 통해 들여와
1969년 보령 창업주 김승호 회장은 해외 제약 시장을 시찰하기 위해 출장길에 나섰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던 그는 프랑스 방문 중 현지 제약사 비오테락스가 생산 중인 한 제품에 눈길을 사로잡혔다. 바로 ‘포스파루겔’이라는 짜먹는 위장약이었다.
이 약은 오랜 시간 제약업에 몸 담아온 김 회장에게도 생소한 제품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때 국내는 대부분 약이 알약이나 가루약 형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포스파루겔은 복용 편리성과 약효를 앞세워 전세계 10억 포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었다. 김 회장이 이를 알고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았을 터. 포스파루겔의 가능성을 예견한 그는 비오테락스와 협상에 나섰고, 오랜 교섭 끝에 1972년 3월 기술제휴 협약을 맺으며 겔포스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겔포스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건 그 후로 3년이 더 지나서다. 이는 보령이 겔포스 출시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시도 위장약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약 중 하나였다. 여러 제약사들이 소화기 약 개발에 뛰어들었고, 관련 시장 경쟁이 치열했다. 보령은 직접 유럽에서 들여온 겔포스에 많은 기대를 걸었으며,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쳐 국내에 처음으로 짜먹는 위장약을 선보였다.
◇공장 24시간 가동해도 공급량 못 따라가
야심차게 내놓은 제품이었지만 출시 첫해 매출은 6000여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약 4년 만에 10배가 넘는 10억원대 판매고를 달성했다. ‘겔포스가 위벽을 감싸 줘 음주 전에 먹으면 위를 보호한다’고 입소문이 나면서다.(여기서 잠깐, 음주 전에 제산제인 겔포스를 먹으면 위 점막이 보호될 수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숙취해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과음엔 백약이 무효다)
이후로도 겔포스 판매량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당시 보령제약 안양 공장을 밤새 가동해도 공급량이 부족할 정도였다고 한다. 1980년대 광고 모델로 당대 최고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 배우들을 기용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대강 짐작해볼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대만 등에도 수출됐다. 국산 약 중 중국에 처음 진출한 약도 겔포스였다.
◇성분 추가해 신제품 개발… 매출 200억 넘어서
겔포스는 2000~2010년대 들어 제품 다각화에 집중했다. 2000년 주성분인 ‘인산알루미늄’ 함량을 높이고 ‘수산화마그네슘’을 추가한 ‘겔포스엠’을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인산알루미늄 단독 성분 제품의 단점이었던 변비·설사 부작용 위험을 낮췄다. 2018년에는 위장관운동 활성 효과가 있는 ‘DL-카르니틴염산염’을 첨가해 ‘겔포스엘’을 개발·출시했다. 기존 사각 형태의 사면포에서 세로형 스틱으로 포장이 바뀐 것도 이 때부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겔포스 매출은 약 208억원에 달했다. 현재 일반의약품 제산제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 중이다. 보령 관계자는 “겔포스엘의 경우 제품력과 광고 효과가 더해져 지난해 소비자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63% 성장했다”며 “20·30세대를 공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겔포스는 2000~2010년대 들어 제품 다각화에 집중했다. 2000년 주성분인 ‘인산알루미늄’ 함량을 높이고 ‘수산화마그네슘’을 추가한 ‘겔포스엠’을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인산알루미늄 단독 성분 제품의 단점이었던 변비·설사 부작용 위험을 낮췄다. 2018년에는 위장관운동 활성 효과가 있는 ‘DL-카르니틴염산염’을 첨가해 ‘겔포스엘’을 개발·출시했다. 기존 사각 형태의 사면포에서 세로형 스틱으로 포장이 바뀐 것도 이 때부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겔포스 매출은 약 208억원에 달했다. 현재 일반의약품 제산제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 중이다. 보령 관계자는 “겔포스엘의 경우 제품력과 광고 효과가 더해져 지난해 소비자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63% 성장했다”며 “20·30세대를 공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