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희귀병을 앓는 사람들] <2>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 민수진(48) 씨
<편집자 주>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삶을 ‘외딴 섬’에 비유하곤 합니다. 분명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자신들만 외따로이 떨어져 고립된듯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그들의 삶은 절해고도(絕海孤島)에 갇힌 것처럼 외롭고 힘겹습니다. 누구보다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문제를 환자와 가족들이 온전히 짊어지고 있습니다. 간혹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를 위한 희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고립]이 그들의 아프고 쓸쓸한 투병기를 전합니다. (건강 문제로 대화가 어려운 환자들은 가족들이 대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삶을 ‘외딴 섬’에 비유하곤 합니다. 분명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자신들만 외따로이 떨어져 고립된듯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그들의 삶은 절해고도(絕海孤島)에 갇힌 것처럼 외롭고 힘겹습니다. 누구보다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문제를 환자와 가족들이 온전히 짊어지고 있습니다. 간혹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를 위한 희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고립]이 그들의 아프고 쓸쓸한 투병기를 전합니다. (건강 문제로 대화가 어려운 환자들은 가족들이 대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7월 말, 한국유전성혈관부종환우회 회장 민수진(48) 씨를 대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들과 다를 바 없지만, 그는 30년 이상 ‘유전성 혈관부종’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수진 씨는 인터뷰에 중에도 언제 어느 부위가 부어오를지 몰라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갑자기 증상이 올 수 있어 응급약을 항상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른 살 넘어 인지… 아들에게 가장 미안”
수진 씨는 첫 증상이 나타난 후 정확한 병명을 알기까지 22년이 걸렸다. 12살(1987년)에 첫 증상이 나타났으나, 의료진은 이상 소견이 없어 신장염을 의심·진단했다. 그러나 병원 입원·약물 처방·민간요법을 병행했음에도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얼굴부터 시작해 손·발·엉덩이 등 온갖 부위가 부었고, 중학생 시절에는 내부 장기 부종·구토·설사·기절을 경험했다. 대학생 때는 후두부종이 찾아와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10여년 전 네 살배기 아들에게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이 유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직장 동료가 소개한 내과 의사로부터 “유전성 혈관부종인 것 같다”는 소견을 듣고 정확한 병명을 처음 접했으며, 관련 검사 끝에 병을 확진 받았다.
그는 “아들이 유전됐다는 걸 느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고, 정말 큰 죄인이 됐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병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의사들도 모르는 병이 있다는 사실에 답답함과 의문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른 살 넘어 인지… 아들에게 가장 미안”
수진 씨는 첫 증상이 나타난 후 정확한 병명을 알기까지 22년이 걸렸다. 12살(1987년)에 첫 증상이 나타났으나, 의료진은 이상 소견이 없어 신장염을 의심·진단했다. 그러나 병원 입원·약물 처방·민간요법을 병행했음에도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얼굴부터 시작해 손·발·엉덩이 등 온갖 부위가 부었고, 중학생 시절에는 내부 장기 부종·구토·설사·기절을 경험했다. 대학생 때는 후두부종이 찾아와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10여년 전 네 살배기 아들에게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이 유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직장 동료가 소개한 내과 의사로부터 “유전성 혈관부종인 것 같다”는 소견을 듣고 정확한 병명을 처음 접했으며, 관련 검사 끝에 병을 확진 받았다.
그는 “아들이 유전됐다는 걸 느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고, 정말 큰 죄인이 됐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병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의사들도 모르는 병이 있다는 사실에 답답함과 의문을 느꼈다”고 말했다.
◇‘피라지르’ 급여 기준 완화됐지만… “약 부족한 환자 많아”
수진 씨가 현재 사용하는 유전성 혈관부종 약은 ‘피라지르’라는 주사다. 피라지르는 불시에 증상이 찾아왔을 때 피하 주사해 부종을 가라앉히는 응급요법제다. 기존에는 피라지르를 한 번 처방받을 때 최대 2개까지만 처방이 가능했지만, 작년 12월부터는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4개까지 급여(개당 약 10만원)로 처방받을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졌다.
다만 그는 여전히 급여기준이 충분한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준이 바뀌었어도 한 달에 처방 받을 수 있는 약은 여전히 최대 8개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후두부종으로 인해 응급실을 찾았을 때 의료진이 피라지르를 투여할 경우, 이 역시 급여 처방 횟수에 포함된다. 수진 씨는 “증상이 정말 심각한 환자는 약이 8개로는 부족할 정도로 한 달 내내 증상이 지속된다”며 “증상이 나타나야만 응급요법제를 사용할 수 있어,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피라지르의 월 최대 처방 한도를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최대 투여 횟수를 월 8회로 정했고, 정부는 그 이상 처방한 연구 결과가 없어 임상을 다시 하지 않는 이상 처방 한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급여기준 개정 후 오남용을 우려해 처방 모니터링도 강화하는 추세다.
수진 씨가 현재 사용하는 유전성 혈관부종 약은 ‘피라지르’라는 주사다. 피라지르는 불시에 증상이 찾아왔을 때 피하 주사해 부종을 가라앉히는 응급요법제다. 기존에는 피라지르를 한 번 처방받을 때 최대 2개까지만 처방이 가능했지만, 작년 12월부터는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4개까지 급여(개당 약 10만원)로 처방받을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졌다.
다만 그는 여전히 급여기준이 충분한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준이 바뀌었어도 한 달에 처방 받을 수 있는 약은 여전히 최대 8개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후두부종으로 인해 응급실을 찾았을 때 의료진이 피라지르를 투여할 경우, 이 역시 급여 처방 횟수에 포함된다. 수진 씨는 “증상이 정말 심각한 환자는 약이 8개로는 부족할 정도로 한 달 내내 증상이 지속된다”며 “증상이 나타나야만 응급요법제를 사용할 수 있어,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피라지르의 월 최대 처방 한도를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임상시험을 설계할 때 최대 투여 횟수를 월 8회로 정했고, 정부는 그 이상 처방한 연구 결과가 없어 임상을 다시 하지 않는 이상 처방 한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급여기준 개정 후 오남용을 우려해 처방 모니터링도 강화하는 추세다.
◇“다나졸 부담 커… 예방약 ‘탁자이로’ 급여 절실”
현재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들은 예방요법제인 ‘탁자이로’의 급여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피라지르의 처방 한도를 높일 수 없다면, 예방약을 급여로 사용해 부종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이다. 탁자이로는 질환의 원인물질을 억제하는 약으로, 2~4주 간격으로 투여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탁자이로로 증상을 조절해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만, 탁자이로는 약가가 너무 높다. 정확한 비급여 약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내 대기업 총수 정도를 제외하면 꾸준히 비급여로 투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급여마저 기약이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탁자이로는 현재 예방약으로 쓰이는 ‘다나졸(남성호르몬제)’에 비해 효과가 월등히 좋음에도 경제성 평가에서 밀려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그러나 다나졸은 오래 복용하면 간암 위험뿐 아니라 여성 환자의 남성화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가 크다. 때문에 해외 국가에서는 다나졸 복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수진 씨는 “환자들은 유전성 혈관부종에 대한 공포가 커 간암의 위험을 높이면서까지 다나졸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들은 예방요법제인 ‘탁자이로’의 급여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피라지르의 처방 한도를 높일 수 없다면, 예방약을 급여로 사용해 부종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이다. 탁자이로는 질환의 원인물질을 억제하는 약으로, 2~4주 간격으로 투여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탁자이로로 증상을 조절해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다만, 탁자이로는 약가가 너무 높다. 정확한 비급여 약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내 대기업 총수 정도를 제외하면 꾸준히 비급여로 투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급여마저 기약이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탁자이로는 현재 예방약으로 쓰이는 ‘다나졸(남성호르몬제)’에 비해 효과가 월등히 좋음에도 경제성 평가에서 밀려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그러나 다나졸은 오래 복용하면 간암 위험뿐 아니라 여성 환자의 남성화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가 크다. 때문에 해외 국가에서는 다나졸 복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수진 씨는 “환자들은 유전성 혈관부종에 대한 공포가 커 간암의 위험을 높이면서까지 다나졸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빨리 알려야 빨리 나아… 좋아질 일만 남았다”
수진 씨는 현재 한국유전성혈관부종환우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질환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 어느덧 5년이 넘었다.
그는 환자들이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환자라는 사실을 숨기려 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결혼을 앞둔 환자가 질환이 유전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대방 부모로부터 결혼 허락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는가 하면, 자녀가 따돌림을 받을 것을 우려해 병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진 씨 본인 역시 초기에는 아들에게 “담임 교사에게 그냥 알레르기라고 말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수진 씨는 “병을 알려야 약제를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며 “소수의 목소리에 영향 받아 숨지 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구제·유전자치료 등 새로운 치료 선택지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수진 씨는 “급성 치료제가 이미 있고, 예방약도 들어올 것”이라며 “유전자치료를 포함해 많은 약·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는 등 좋아질 소식들만 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확진 받더라도 유전성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말고, 환자단체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같이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의사 인터뷰>
“응급약만으론 부족… 예방치료제 급여 절실”
유전성 혈관부종 증상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환자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증상, 특히 후두부종으로 인해 공포를 느낀다. 환자에게 투여 가능한 예방 치료제가 있지만, 수천만원의 약가를 전부 직접 지불해야 하다 보니 막상 치료를 받는 환자는 많지 않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강혜련 교수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표준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때문에 그림의 떡인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진 씨는 현재 한국유전성혈관부종환우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질환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 어느덧 5년이 넘었다.
그는 환자들이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환자라는 사실을 숨기려 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결혼을 앞둔 환자가 질환이 유전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대방 부모로부터 결혼 허락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는가 하면, 자녀가 따돌림을 받을 것을 우려해 병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수진 씨 본인 역시 초기에는 아들에게 “담임 교사에게 그냥 알레르기라고 말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수진 씨는 “병을 알려야 약제를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며 “소수의 목소리에 영향 받아 숨지 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구제·유전자치료 등 새로운 치료 선택지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수진 씨는 “급성 치료제가 이미 있고, 예방약도 들어올 것”이라며 “유전자치료를 포함해 많은 약·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는 등 좋아질 소식들만 남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확진 받더라도 유전성이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말고, 환자단체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같이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의사 인터뷰>
“응급약만으론 부족… 예방치료제 급여 절실”
유전성 혈관부종 증상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환자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증상, 특히 후두부종으로 인해 공포를 느낀다. 환자에게 투여 가능한 예방 치료제가 있지만, 수천만원의 약가를 전부 직접 지불해야 하다 보니 막상 치료를 받는 환자는 많지 않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강혜련 교수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표준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때문에 그림의 떡인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단까지 평균 얼마나 걸리나?
부종이나 복통은 별다른 치료 없이 수일 내 호전되고, 여러 검사를 하더라도 대부분 정상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8~10년이 걸린다. 오랜 기간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 복통, 구토 등으로 인해 충수돌기염이나 장폐색으로 오인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일반 알레르기 질환과 감별이 어려울 것 같은데?
국소 부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지만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에피네프린을 투여해도 효과가 없다면 유전성 혈관부종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두드러기가 동반되지 않거나 ▲국소부종과 함께 복통 등 복부 증상이 빈번하거나 ▲유사한 증상의 가족력이 있거나 ▲후두 부종을 동반하거나 ▲증상 발생 시 항히스타민·스테로이드를 투여해도 호전이 없다면 유전성 혈관부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C4 보체 수치와 C1 에스트라제 억제제의 양·기능 측정이 필요하다.
-예방약에 대한 수요가 높은 이유는?
예방요법제를 사용하면 완전히 정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응급요법제는 증상이 생겼을 때 목숨이 위태롭지 않도록 가라앉히는 약이므로 매시간 자신이 환자임을 느껴야 한다. 특히 미팅·시험처럼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면 증상에 대한 공포가 더 심해진다.
-피라지르의 급여 횟수가 8회로 제한됐는데?
증상 빈도와 정도는 환자마다, 또 같은 환자라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환자들은 증상이 생겨도 약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면 사용을 주저하게 된다. 당장 병원에 방문해 약을 추가로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유전성 혈관부종 관련 발작이 발생할 경우 증상 초반에 적극적인 치료를 권하는 의학적인 권고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피라지르는 대다수의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응급실을 방문하더라도 구비돼 있지 않아 평상시 환자가 약제를 휴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환자가 약을 실수로 잘못 주사해 효과를 못 보는 경우도 있어 응급상황에 대비해 여유 있게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개발 중인 다른 치료제들도 있나?
투약 간격이 긴 서방형 제제, 경구용 브래디키닌 경로 억제제, 유전자치료·크리스퍼(CRISPR) 기반 치료가 대표적이다. 모두 투약 편의성, 지속효과,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치료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는 시판돼 쓰이고 있는 경구제 중 ‘올라데요(베로트랄스타트)’라는 약이 있다. 국내에서도 3~4개 기관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했으나, 급여화가 안 돼 시판되고 있지 않다. 이외에도 현재 임상 중인 약제가 3개 이상 있다. 전체적으로 효과들이 괜찮기 때문에 실제 쓸 수 있게 되면 국내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환자·보호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유전성이라는 말을 낙인으로 생각해 위축되기보다는, 완벽하게 조절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봐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본인의 증상 조절 정도를 의료진과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조절한다면, 더 이상 심리적으로 위축될 필요 없이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있다. 같은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친척·환우들과 함께 질환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용기를 내주면 좋겠다.
부종이나 복통은 별다른 치료 없이 수일 내 호전되고, 여러 검사를 하더라도 대부분 정상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8~10년이 걸린다. 오랜 기간 원인을 알 수 없는 반복적 복통, 구토 등으로 인해 충수돌기염이나 장폐색으로 오인하고 불필요한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일반 알레르기 질환과 감별이 어려울 것 같은데?
국소 부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지만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에피네프린을 투여해도 효과가 없다면 유전성 혈관부종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두드러기가 동반되지 않거나 ▲국소부종과 함께 복통 등 복부 증상이 빈번하거나 ▲유사한 증상의 가족력이 있거나 ▲후두 부종을 동반하거나 ▲증상 발생 시 항히스타민·스테로이드를 투여해도 호전이 없다면 유전성 혈관부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C4 보체 수치와 C1 에스트라제 억제제의 양·기능 측정이 필요하다.
-예방약에 대한 수요가 높은 이유는?
예방요법제를 사용하면 완전히 정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응급요법제는 증상이 생겼을 때 목숨이 위태롭지 않도록 가라앉히는 약이므로 매시간 자신이 환자임을 느껴야 한다. 특히 미팅·시험처럼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다면 증상에 대한 공포가 더 심해진다.
-피라지르의 급여 횟수가 8회로 제한됐는데?
증상 빈도와 정도는 환자마다, 또 같은 환자라도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환자들은 증상이 생겨도 약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면 사용을 주저하게 된다. 당장 병원에 방문해 약을 추가로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유전성 혈관부종 관련 발작이 발생할 경우 증상 초반에 적극적인 치료를 권하는 의학적인 권고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피라지르는 대다수의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응급실을 방문하더라도 구비돼 있지 않아 평상시 환자가 약제를 휴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환자가 약을 실수로 잘못 주사해 효과를 못 보는 경우도 있어 응급상황에 대비해 여유 있게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개발 중인 다른 치료제들도 있나?
투약 간격이 긴 서방형 제제, 경구용 브래디키닌 경로 억제제, 유전자치료·크리스퍼(CRISPR) 기반 치료가 대표적이다. 모두 투약 편의성, 지속효과,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치료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는 시판돼 쓰이고 있는 경구제 중 ‘올라데요(베로트랄스타트)’라는 약이 있다. 국내에서도 3~4개 기관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했으나, 급여화가 안 돼 시판되고 있지 않다. 이외에도 현재 임상 중인 약제가 3개 이상 있다. 전체적으로 효과들이 괜찮기 때문에 실제 쓸 수 있게 되면 국내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환자·보호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유전성이라는 말을 낙인으로 생각해 위축되기보다는, 완벽하게 조절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봐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본인의 증상 조절 정도를 의료진과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조절한다면, 더 이상 심리적으로 위축될 필요 없이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있다. 같은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친척·환우들과 함께 질환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용기를 내주면 좋겠다.
☞유전성 혈관부종
선천적으로 ‘C1 에스테라제 억제제’라는 단백질의 결핍 또는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질환. 이 단백질이 부족하면 ‘브래디키닌’이라는 물질의 생성이 증가해 혈관이 확장되고 투과도가 증가함으로써 혈관 내에 있는 액체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국소적인 부종이 발생한다. 부종은 주로 손·발, 얼굴, 후두, 복부 등에 나타나는데, 이 중 후두부종은 기도 폐쇄를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국내 환자 수는 2016년 기준 65명, 2022년 기준 152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진단받지 않은 환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천적으로 ‘C1 에스테라제 억제제’라는 단백질의 결핍 또는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질환. 이 단백질이 부족하면 ‘브래디키닌’이라는 물질의 생성이 증가해 혈관이 확장되고 투과도가 증가함으로써 혈관 내에 있는 액체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국소적인 부종이 발생한다. 부종은 주로 손·발, 얼굴, 후두, 복부 등에 나타나는데, 이 중 후두부종은 기도 폐쇄를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국내 환자 수는 2016년 기준 65명, 2022년 기준 152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진단받지 않은 환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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