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희귀병을 앓는 사람들] <1> 드라벳증후군 환자 조영준(가명·22세) 씨
<편집자 주>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삶을 ‘외딴 섬’에 비유하곤 합니다. 분명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자신들만 외따로이 떨어져 고립된듯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그들의 삶은 절해고도(絕海孤島)에 갇힌 것처럼 외롭고 힘겹습니다. 누구보다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문제를 환자와 가족들이 온전히 짊어지고 있습니다. 간혹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를 위한 희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고립]이 그들의 아프고 쓸쓸한 투병기를 전합니다. (건강 문제로 대화가 어려운 환자들은 가족들이 대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삶을 ‘외딴 섬’에 비유하곤 합니다. 분명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자신들만 외따로이 떨어져 고립된듯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그들의 삶은 절해고도(絕海孤島)에 갇힌 것처럼 외롭고 힘겹습니다. 누구보다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문제를 환자와 가족들이 온전히 짊어지고 있습니다. 간혹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를 위한 희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고립]이 그들의 아프고 쓸쓸한 투병기를 전합니다. (건강 문제로 대화가 어려운 환자들은 가족들이 대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계속된 경련·강직의 여파였을까, 조영준(가명·22세) 씨의 머리는 왼쪽으로 완전히 틀어져 있었다. 곁에 있던 어머니 박지현(가명·48세) 씨는 “저번 주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열이 조금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아픈 상태다”고 말했다.
영준 씨는 생후 6개월부터 ‘드라벳 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이 병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생후 1년 전·후부터 열과 경련을 동반한 여러 유형의 발작이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질환이다. 환자들은 가만히 누워있기도 힘들 정도의 경련을 겪는다.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보니 보호자들의 부담도 상당하다. 지현 씨는 “큰 아들의 입·퇴원이 잦아 간병 외에는 개인 생활이 거의 없다”면서도 “부모로서 남편과 함께 최선을 다해 아들을 간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부터 경련 시작… 뇌 손상으로 중환자실 입원도”
첫 증상은 생후 6개월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열성 경련(생후 6개월~5세 소아에서 단순 고열로 인해 생기는 경련)이라 생각해 호흡기내과를 방문했다. 경련이 반복될 때도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게 전부였다.
그러다 경련이 왼쪽 몸에서만 오래 지속되자 소아신경과를 찾았다. 그러나 당시는 의료진조차 드라벳 증후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때였다. 치료를 받아도 경련이 쉽게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 지현 씨는 “13개월 차 어느 일요일 밤에 발작이 심해 응급실을 찾았지만, 적절한 조치를 못 받아 발작이 6시간 동안 지속됐다”며 “담당의는 아이를 뇌사 상태로 만들어서라도 경련을 멈춰야 한다고 했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받았다. 실제 뇌 손상이 많이 발생해 3주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 때가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영준 씨는 생후 6개월부터 ‘드라벳 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이 병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생후 1년 전·후부터 열과 경련을 동반한 여러 유형의 발작이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질환이다. 환자들은 가만히 누워있기도 힘들 정도의 경련을 겪는다.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보니 보호자들의 부담도 상당하다. 지현 씨는 “큰 아들의 입·퇴원이 잦아 간병 외에는 개인 생활이 거의 없다”면서도 “부모로서 남편과 함께 최선을 다해 아들을 간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후 6개월부터 경련 시작… 뇌 손상으로 중환자실 입원도”
첫 증상은 생후 6개월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단순한 열성 경련(생후 6개월~5세 소아에서 단순 고열로 인해 생기는 경련)이라 생각해 호흡기내과를 방문했다. 경련이 반복될 때도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게 전부였다.
그러다 경련이 왼쪽 몸에서만 오래 지속되자 소아신경과를 찾았다. 그러나 당시는 의료진조차 드라벳 증후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때였다. 치료를 받아도 경련이 쉽게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 지현 씨는 “13개월 차 어느 일요일 밤에 발작이 심해 응급실을 찾았지만, 적절한 조치를 못 받아 발작이 6시간 동안 지속됐다”며 “담당의는 아이를 뇌사 상태로 만들어서라도 경련을 멈춰야 한다고 했고, 그에 필요한 조치를 받았다. 실제 뇌 손상이 많이 발생해 3주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 때가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합병증만 5개 이상… 재활·학교 교육은 포기
현재 영준 씨는 드라벳 증후군으로 인해 수많은 합병증도 함께 앓고 있다. 지속된 경련 때문에 고관절탈구와 120도 이상의 척추측만증을 겪고 있으며, 경련으로 몸을 심하게 움직여 무릎 연골이 모두 빠졌다. 중이염과 욕창도 심하다. 녹농균 감염이나 흡인성·바이러스성 폐렴에 따른 고열 증세 때문에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재활 치료는 포기한 상태다. 부모로서 아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재활의학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으나, 기본적으로 시각·뇌 손상 때문에 재활이 쉽지 않았다. 학교 교육과정 또한 특수학교를 통해 이수했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이동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순회교육(교사가 직접 학생의 집에 방문해 필수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재활이나 교육보다 큰 걱정거리는 응급 상황 시 방문할 수 있는 병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방문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2차 의료기관을 방문하자니 의료진이 드라벳증후군에 대해 잘 몰라 치료를 받기 쉽지 않다. 지현 씨는 “지금보다 상태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고 앞으로 점점 더 나빠질 일만 남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의정 상황(인터뷰 당시 6월) 때문에 응급실 방문·입원도 쉽지 않으니 더더욱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현재 영준 씨는 드라벳 증후군으로 인해 수많은 합병증도 함께 앓고 있다. 지속된 경련 때문에 고관절탈구와 120도 이상의 척추측만증을 겪고 있으며, 경련으로 몸을 심하게 움직여 무릎 연골이 모두 빠졌다. 중이염과 욕창도 심하다. 녹농균 감염이나 흡인성·바이러스성 폐렴에 따른 고열 증세 때문에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재활 치료는 포기한 상태다. 부모로서 아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재활의학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으나, 기본적으로 시각·뇌 손상 때문에 재활이 쉽지 않았다. 학교 교육과정 또한 특수학교를 통해 이수했지만, 고등학교부터는 이동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순회교육(교사가 직접 학생의 집에 방문해 필수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재활이나 교육보다 큰 걱정거리는 응급 상황 시 방문할 수 있는 병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방문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2차 의료기관을 방문하자니 의료진이 드라벳증후군에 대해 잘 몰라 치료를 받기 쉽지 않다. 지현 씨는 “지금보다 상태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고 앞으로 점점 더 나빠질 일만 남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의정 상황(인터뷰 당시 6월) 때문에 응급실 방문·입원도 쉽지 않으니 더더욱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허가 약 없어 의료용 대마 권고… “부작용 우려돼 못 써”
영준 씨가 발작 완화를 위해 투여하는 약은 총 다섯 가지다. 주로 ‘클로바잠’과 ‘페노바르비탈’을 쓰며, 경련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약을 써도 멈추지 않으면 ‘발포산나트륨’, ‘토피라메이트’ 성분의 항발작제와 섬망 보조 치료제인 ‘쿠에티아핀’도 복용한다. 위산 분비·역류를 억제하거나 침 분비를 줄이는 약, 비타민D 수치를 높이기 위한 영양제도 수시로 먹어야 한다. 기침·열이 있을 경우 감기약, 해열제를 추가한다.
이 많은 약 중 ‘드라벳 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된 약은 없다. 미국·유럽에서는 약이 허가돼 쓰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의료용 대마 오일인 ‘칸나비디올’을 권유받기도 했으나, 부작용을 우려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현 씨는 “의료용 대마를 처방받은 다른 환자 어머니로부터 들은 바로는 겪을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을 다 겪었고, 부작용을 겪은 즉시 투여를 중단했다고 한다”며 “선뜻 처방받을 엄두가 나지 않아 기존 항발작약을 고수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보호자 경제·건강 부담도 상당… “효과적인 발작 관리 약 나왔으면”
치료·간병을 위한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영준 씨의 경우 드라벳 증후군 치료는 산정특례를 통해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폐렴으로 인한 입원, 강직을 줄이기 위한 척추신경차단술 비용은 전부 직접 부담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되지 않아 오히려 국가의 지원 규모가 더 적은 편이다. 석션(환자 기도·상처 부위 이물질 제거하기 위해 시행) 등 의료행위는 보호자만 할 수 있어 활동지원사를 찾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현 씨는 “드라벳 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장기 보호 시설이 확충된다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연령대도 더 다양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영준 씨가 발작 완화를 위해 투여하는 약은 총 다섯 가지다. 주로 ‘클로바잠’과 ‘페노바르비탈’을 쓰며, 경련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약을 써도 멈추지 않으면 ‘발포산나트륨’, ‘토피라메이트’ 성분의 항발작제와 섬망 보조 치료제인 ‘쿠에티아핀’도 복용한다. 위산 분비·역류를 억제하거나 침 분비를 줄이는 약, 비타민D 수치를 높이기 위한 영양제도 수시로 먹어야 한다. 기침·열이 있을 경우 감기약, 해열제를 추가한다.
이 많은 약 중 ‘드라벳 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된 약은 없다. 미국·유럽에서는 약이 허가돼 쓰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주치의로부터 의료용 대마 오일인 ‘칸나비디올’을 권유받기도 했으나, 부작용을 우려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지현 씨는 “의료용 대마를 처방받은 다른 환자 어머니로부터 들은 바로는 겪을 수 있는 모든 부작용을 다 겪었고, 부작용을 겪은 즉시 투여를 중단했다고 한다”며 “선뜻 처방받을 엄두가 나지 않아 기존 항발작약을 고수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보호자 경제·건강 부담도 상당… “효과적인 발작 관리 약 나왔으면”
치료·간병을 위한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영준 씨의 경우 드라벳 증후군 치료는 산정특례를 통해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폐렴으로 인한 입원, 강직을 줄이기 위한 척추신경차단술 비용은 전부 직접 부담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되지 않아 오히려 국가의 지원 규모가 더 적은 편이다. 석션(환자 기도·상처 부위 이물질 제거하기 위해 시행) 등 의료행위는 보호자만 할 수 있어 활동지원사를 찾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현 씨는 “드라벳 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장기 보호 시설이 확충된다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연령대도 더 다양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지현 씨는 질환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지고, 발작 관리에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빠르게 등장하길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그는 “모든 보호자들은 하루라도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각자에게 잘 맞는 효과적인 약을 사용해 발작이라도 잘 관리한다면 보호자들의 부담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인터뷰>
“증상 조절用 응급약 있지만 국내선 처방 못해… 안타까운 현실”
드라벳 증후군은 발작이 길어질 때를 대비해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까지 증상을 조절할 수 있도록 보호자들이 응급의약품 사용법을 숙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디아제팜·미다졸람 등 응급약을 보호자들이 장시간 발작 시 좌약으로 투여하는 방법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를 마약류로 분류하고 있어 보호자에게 처방해 줄 수 없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에도 응급 시에 쓸 수 있는 약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사 인터뷰>
“증상 조절用 응급약 있지만 국내선 처방 못해… 안타까운 현실”
드라벳 증후군은 발작이 길어질 때를 대비해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까지 증상을 조절할 수 있도록 보호자들이 응급의약품 사용법을 숙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디아제팜·미다졸람 등 응급약을 보호자들이 장시간 발작 시 좌약으로 투여하는 방법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를 마약류로 분류하고 있어 보호자에게 처방해 줄 수 없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에도 응급 시에 쓸 수 있는 약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드라벳 증후군의 원인은?
80~90%는 SCN1A 유전자의 변이가 원인이다. SCN1A는 건물 설계도로 비유하자면 나트륨 통로를 관리하는 문이다. 문 역할을 하는 SCN1A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신경세포의 흥분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해 경련이 지속되며 뇌전증으로 이어진다. SCN1A 유전자 변이의 대다수는 부모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드 노보(De Novo)’ 변이다. 부모의 유전자 변이가 대물림되는 경우는 약 10%다.
-진단받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며, 오진도 많다고 들었는데?
5세 이하 소아는 뇌전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단순 열성 경련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보호자들은 처음에 단순 경련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발달이 늦어지거나, 열이 없어도 경련하거나, 30분 이상씩 경련이 길게 이어지거나, 경련이 자주 생기면 뒤늦게 이상을 감지한다. 진단이 늦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호자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는?
“완치가 가능한가”, “언제 좋아지나”, “특정 약을 끊어도 되나”, “발작 없이 지낼 수 없나” 등과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기존 약만으로는 증상이 잘 개선되지 않다보니 신약이 없는지도 자주 묻는다. 환자 보호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된다. 언제 발작이 생길지 모르는 두려움이나, 잦은 경련과 발열로 인한 응급실 이송 등을 자주 겪다 보면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드라벳 증후군의 치료 목표는?
드라벳 증후군은 완치가 되지 않는 질환이다. 현재 치료 목표는 약을 복용하면서 최대한 발작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끔 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주로 발프로산, 클로바잠, 스티리펜톨 등 3가지 항뇌전증제를 병용하며, 최근에는 대마 추출물인 칸나비디올(CBD) 오일을 급여로 사용할 수 있어 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모두 발작을 억제하는 약이며, 질환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발작이 심할 경우 4~6개 약을 함께 쓰는 경우도 있으나, 부작용이 매우 심해져 최대 3개 정도의 약을 사용하는 편이다. 발작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긴 발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효과와 부작용을 저울질해 약물의 개수를 결정한다.
-신약이 최근 국내에서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약제로 선정됐는데?
신약으로 나온 펜플루라민도 완치를 가능하게 하는 약은 아니다. 다만, 난치성 발작 환자의 증상 조절을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는 있다. 특히 기존 3개 이상 약제 병용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발작이 호전되면 보호자의 삶의 질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환자가 약제비를 부담하다가 건강보험 재정이 어느 정도 마련되면 국가의 비용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보호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물론 드라벳 증후군이 열심히 치료받더라도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질환인 것은 맞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관적으로 치료를 포기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치료받아 정상에 근접한 수준의 성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점점 더 많은 치료 옵션이 개발되고 있고 의료진과 환우회도 함께하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치료받은 후 결과를 기다렸으면 한다.
80~90%는 SCN1A 유전자의 변이가 원인이다. SCN1A는 건물 설계도로 비유하자면 나트륨 통로를 관리하는 문이다. 문 역할을 하는 SCN1A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신경세포의 흥분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해 경련이 지속되며 뇌전증으로 이어진다. SCN1A 유전자 변이의 대다수는 부모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드 노보(De Novo)’ 변이다. 부모의 유전자 변이가 대물림되는 경우는 약 10%다.
-진단받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며, 오진도 많다고 들었는데?
5세 이하 소아는 뇌전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단순 열성 경련을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보호자들은 처음에 단순 경련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발달이 늦어지거나, 열이 없어도 경련하거나, 30분 이상씩 경련이 길게 이어지거나, 경련이 자주 생기면 뒤늦게 이상을 감지한다. 진단이 늦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호자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는?
“완치가 가능한가”, “언제 좋아지나”, “특정 약을 끊어도 되나”, “발작 없이 지낼 수 없나” 등과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기존 약만으로는 증상이 잘 개선되지 않다보니 신약이 없는지도 자주 묻는다. 환자 보호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된다. 언제 발작이 생길지 모르는 두려움이나, 잦은 경련과 발열로 인한 응급실 이송 등을 자주 겪다 보면 당연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드라벳 증후군의 치료 목표는?
드라벳 증후군은 완치가 되지 않는 질환이다. 현재 치료 목표는 약을 복용하면서 최대한 발작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끔 관리를 잘하는 것이다. 주로 발프로산, 클로바잠, 스티리펜톨 등 3가지 항뇌전증제를 병용하며, 최근에는 대마 추출물인 칸나비디올(CBD) 오일을 급여로 사용할 수 있어 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모두 발작을 억제하는 약이며, 질환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발작이 심할 경우 4~6개 약을 함께 쓰는 경우도 있으나, 부작용이 매우 심해져 최대 3개 정도의 약을 사용하는 편이다. 발작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긴 발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효과와 부작용을 저울질해 약물의 개수를 결정한다.
-신약이 최근 국내에서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약제로 선정됐는데?
신약으로 나온 펜플루라민도 완치를 가능하게 하는 약은 아니다. 다만, 난치성 발작 환자의 증상 조절을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는 있다. 특히 기존 3개 이상 약제 병용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발작이 호전되면 보호자의 삶의 질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환자가 약제비를 부담하다가 건강보험 재정이 어느 정도 마련되면 국가의 비용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보호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물론 드라벳 증후군이 열심히 치료받더라도 정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질환인 것은 맞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관적으로 치료를 포기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치료받아 정상에 근접한 수준의 성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점점 더 많은 치료 옵션이 개발되고 있고 의료진과 환우회도 함께하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치료받은 후 결과를 기다렸으면 한다.
☞ 드라벳 증후군
생후 첫 1년 전후에 발병하는 소아 난치성 증후군으로, 열성 경련을 동반한 다양한 유형의 발작이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극희귀질환. 전 세계적으로 1~2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며, 국내 유병률은 현재까지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환자들은 생후 6개월부터 5분 이상의 비특이적인 발작을 경험하고, 발작은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된다. 중등도~중증 운동·언어·인지 기능 장애뿐 아니라, 최소 1개 이상의 신체·정신적 동반 질환을 겪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생후 첫 1년 전후에 발병하는 소아 난치성 증후군으로, 열성 경련을 동반한 다양한 유형의 발작이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극희귀질환. 전 세계적으로 1~2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며, 국내 유병률은 현재까지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다. 환자들은 생후 6개월부터 5분 이상의 비특이적인 발작을 경험하고, 발작은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된다. 중등도~중증 운동·언어·인지 기능 장애뿐 아니라, 최소 1개 이상의 신체·정신적 동반 질환을 겪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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