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아 축축한 발, 그냥 두면 위험… "붓고 물집, 통증까지"

장마철이 시작되면 발끝부터 시작되는 말초 질환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참호족(塹壕足)'이다. 참호족은 발이 차고 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말초 질환으로, '침수족'이라고도 불린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속 병사들이 집단으로 이 질환을 겪으며 '참호족'이라 이름 붙었다.

참호족은 발이 과도한 땀과 비위생적이며 축축한 환경에서 장시간 있을 때 발생한다. 지속적인 수분 노출은 피부의 보호막을 약화시켜, 외부 자극에 쉽게 손상되고 감염에도 취약하게 만든다. 이 보호막은 외부 세균과 곰팡이, 자극 물질의 침투를 막아주는 '피부 장벽' 역할을 하는데, 장시간 비위생적인 환경에 젖은 상태로 노출되면 이 보호막이 무너지게 된다. 그로 인해 방어력이 떨어져 병원균이 쉽게 침투하게 되고,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번성해 피부 손상과 추가 합병증의 위험도 있다.

참호족은 동상과 달리 영하의 기온이 아닌 16도 이상의 온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습하고 축축한 환경에서 열세 시간 이상 노출될 때 발생 가능성이 크다. 길병원 응급의학과 양혁준 교수는"“습기와 추위에 노출됐을 때 잘 생기는 질병"이라며 "하지만 동상과 다르게 영상의 온도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계절과 상관없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참호족이 발생하면 발에 ▲통증 ▲가려움 ▲저림 ▲붉어짐 ▲부종 등이 생기며, 심한 경우 ▲물집 ▲피부 ▲발열 손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소동맥과 소정맥이 경련을 일으켜 발이 차고, 통증과 부종이 생기며 곳곳에 푸릇푸릇한 울혈 부위가 생긴다. 한랭 노출을 중단한 지 2~3일이 지나면 모세혈관과 소정맥이 확장하고, 혈관내피조직의 투과력이 향상해 충혈이 생긴다. 환자에 따라 봉와직염(피부와 피하 조직에 발생하는 급성 세균 감염), 괴저 또는 혈전정맥염(정맥 내 혈전이 형성되고 그로 인해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10~30일 후에는 감각 이상이 심해 통증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양혁준 교수는 "심한 경우 피부가 괴사해 절단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호족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발을 건조하게 하고 미지근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좋다. 심한 통증이나 발열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양혁준 교수는 "혈액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부종을 빼주려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참호족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발을 따뜻하게 하고 젖었을 때 잘 말리는 것이다. 발을 자주 건조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양말이라도 자주 갈아신는다. 양혁준 교수는 "발의 부종을 빼주기 위해 누운 자세로 심장보다 발을 높게 올려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